[은평글방] 03. 나는 지칠 때 잠을 잤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매일 지쳐있다. 일을 하면 몸이 지치고 마음은 힘을 내는 법을 잊은 듯하다. 예전에는 그런 날이면 잠을 잤다. 사람이나 상황에 감정을 쏟은 후, 회피하려고 하루 종일 돌아다닌 후 집으로 돌아와 불도 키지 않고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바로 누워 잠을 잤다. 선잠이 들면 많은 것들이 나를 괴롭혔다. 가위가 눌릴 것 같은 느낌이나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내용이 소리로 들리거나 꿈인지 실제인지 모르겠는 영상들을 보다가 잠이 든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진다. 잠시뿐이지만. 지금도 잠을 잔다. 나아지지 않지만. 눈을 감고도 눈을 깜박이는 날들이 늘어났다. 다시 지치기 위해 숨을 고르는 시간들. 눈을 뜨면 다시 지칠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