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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 May 11. 2020

지금을 살면서  

[은평글방] 11. 현실이 아닌 것



비가 몰아치는 날 바다에 버려진 것처럼 지낸 날들이 있었다. 바다는 소리가 없고, 어둠이 깊고 움직일 수 있었지만 애쓰지 않았다. 이미 살아버려서 아프게 죽기는 싫어서 알량한 책임감으로 살아보겠다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움직여본다.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네가 불쌍해서 울다가 그런 내가 불쌍해서 또 운다. 이런 날들을 현실이라 불렀다. 아프고 무겁고 짙고 긁혔다. 마음이 항상 과거에 머물러서 힘든게 아닐까 하다가 너무 현실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서 미래에서 논다. 모르는 이들과 함께 있는 내 모습. 이름도 있고 회사에서 알게된 이와  길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이들과 바뀐 내 직업, 지금이 아닌 모든 것이 지금을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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