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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 Jun 07. 2020

서울특별시 은평구

[은평글방] 36. 우리동네


트위터를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동네에서  재밌게 살고 있다. 같이 술먹는 친구들, 뜨개모임, 맛있는  같이 가는 번개, 변해가는 은평구를 찍는 은평필름, 그리고 지금 글쓰는 이곳까지.

작년 여름에 트위터를 다시 시작했는데 벌써  여름이 왔다. 겨울에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동네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장례식을 치르고 친구랑 속초를 갔다가 서울에 들리지 않고 둘째이모가 있는 여수로 내려가서 며칠을 지냈지만 종착지는 정해져 있었다.

용산역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이 지옥 같았다. 토할  같고 누가 나를 달려오는 열차로 밀어서 죽여줬으면 좋겠다가도 가서 현실을 마주해야   있다며 마음을 꾹꾹 다져 새절역에 도착했다. 마을버스 08-1번이 지나간다.  앞에 바로 내려주는 버스를  지나쳐 보내며 정자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 모든게 익숙해서 역겨웠다.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걷고 웃고 말하고 타고 내리며 나를 지나갔다.

집이라고 말하기도 싫은 고시텔  앞에 한참을  있었다. 문을 열었는데 엄마 영정사진이 나한테 말을 걸면 어쩌지.  엄마는 사진이지. 엄마한테 연락해볼까. , 엄마랑 연락 못하지. 씨발 진짜 짜증나. 문을 열고 엄마를 부르며 지겹고 짜증나고 개같고 더럽다  우리는 아직도 여기에 사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지만 그렇게 죽으면 다냐고.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서울로 올라왔을거 아니냐고. 쪽방으로 시작해 고시텔로 죽으니까 속이 시원하냐고  번이고 되물었다.

웃고  마시고 놀고 자전거 타고 동네를 기록하다가 갑자기, 정말 갑자기 운다. 마음이 찢어지는 소리가 난다. 혼자 외롭지 말라고 동네 친구들을 알게했냐며 이불에 얼굴을 파묻는다. 우리동네였다가 아무곳도 아니였다가. 이게  엄마 때문이다. 엄마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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