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K Aug 09. 2020

엄마대신 이모

중부지방에 비가 많이 온다더니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밖에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밖순이도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늦게 일어나서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쉬었다가 저녁으로 누룽지를 끓여먹고 속옷을 빨았다. 속옷 헹굼+탈수를 하려고 세탁기에 넣었고 35분이 걸린다.  시간에 글을 쓴다.

나에게는 세명의 이모가 있다. 엄마가 셋째다. 나는 이모들의 아픈 손가락이다. 분명 우리 엄마를 가장 안쓰러워 했을 것이고, 내가 커가면서 제대로 살지 못하는 엄마를 보며  옆에 있는 나를  안쓰러워 했겠지.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이런 흐름이 아니고 막내이모를 말하고 싶다.

이모는 결혼하지 않았고 나와 20 차이가 나고 같은 동네에 살면서 코드가 맞았다가 안맞았다가 어느 날은 싸웠다가 술도 같이 마시고 담배도 같이 피고 우리는 이모와 조카 사이가 아니였다면 무슨 관계였을지 궁금하다. 아마 친구가 아녔을까 싶다.

그런 이모는  걱정을 많이 한다. 본인도 먹고 살기 힘든데 항상 내가 잘되길 원하고 너는 그래도 야무지게 잘한다며 술자리에서 이런 저런 좋은 이야기를 늘어놓곤 하는데  말들이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언젠가 술을 마시다가 "근데  사랑받고 컸다고 생각한  없어" 라고 말했다가 한소리 들었다. "이모들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그런 말을   있냐"부터..어쩌구 저쩌구.. 나는  "내가 안받았다는   그걸 강요해? 내가 안느꼈다니까 내가 그렇다고 내가! " 하고  크게 한판 싸웠다.

분명 이모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주저리 주저리 쓰다보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하나 느낀거라면 이모가 나보다  외로운 사람 같다. 하지만 가끔  마음의 결핍을 나로 채우려고   정말 싫다.

작가의 이전글 이게 다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