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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 Oct 05. 2020

어제도 불안했어요.

불안 일기 



최근에 성격검사를 했다. 불안감이 갈수록 심해져서 심리상담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한 상담센터에서 성격검사를 통해 현재 내 상태와 어떤 방식으로 치료해야 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컨설팅 상담을 알게 되었다. 결과는 우울과 불안이 높았고 행동하지 않으면서 밝은 미래를 원하고 있고 "다른 사람도 이 정도는 다 아픈 거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에 얼마나 아픈 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많지만 위험한 것은 싫어해서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고 있는 상태.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불안정한 상황과 그 속에서 성공보다 실패의 경험을 더 많이 해서 자율성이 낮은 상태라고도 했다. 성격 해석상담을 듣고 나와서 길거리에 서서 검사 레포트를 보다가 펑펑 울었다. 먹고살기 바빠서 나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모르고 있다는 것도, 사실 나는 나를 제일 모른다는 사실도. 그 날 꽤 먼 거리를 걸어서 집에 왔다. 많이 울고, 많이 생각하고, 저물어가는 하늘을 오랫동안 봤다. 깜깜해져서 달이 밝아질 때까지.


현재 상태는 본격적으로 상담을 시작하는 것보다 약물치료가 우선이라고 해서 며칠 후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았다. 아직 큰 효과는 없지만 일단 잠을 바로 잘 수 있고 꿈을 덜 꾼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다. 선생님은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이제 알게 되었으니 분명 더 아플 것이라고, 다친 걸 몰랐다가 알았을 때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성장통은 분명 있지만 나아질 거라고 하셨다. 미루지 말고, 깊게 생각하지 말고 행동하려고 애쓰고 있다.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느려도 괜찮으니 무리하지 말자 내 자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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