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넘게 사회생활을 해오면서 대한민국 30대 이상 남성이 자동차에 관심 없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저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2010년대 초반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한 달에 200만 원 조금 넘게 벌다가 10만 원, 20만 원 월급이 늘어나고 친구들이 하나둘씩 자동차를 사는 모습을 봄에 따라 저도 30살이 되었을 때 르노삼성 대리점에 들어가 흰색 SM5를 뽑고 '호봉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애지중지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당시에도 취등록세, 보험료 및 초기 세팅비를 포함해서 약 2천만 원의 금액을 지불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할부라는 훌륭한 제도가 있었기에 다달이 40만 원 정도의 할부금+할부이자를 냈으니 실제 차값으로는 약 2400만 원 정도가 들었던 것 같습니다.
주말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용인 죽전의 셀프세차장에 모여서 한 시간가량 세차를 한 후에 맞은 편의 국밥집에 들러서 국밥을 먹고 헤어진 후 집에 돌아올 때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을 때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감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행복감을 주는데 2400만 원이면 정말 최고의 비용효율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흰 차를 쓸고 닦고 새로운 차량 장비를 들여가며 새로운 곳에도 가보고 그런 시간을 보내던 시기가 그렇게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새 차와 함께 하는 일상이 당연한 것이 되고 중간중간 자잘한 접촉사고나 주차시비가 벌어질 때면 예전의 그 행복감보다는 다른 마음이 더 들 때도 많았습니다. 특히 할부금 고치서와 차량을 정비하는데 들어가는 돈을 볼 때면 말입니다.
어느새 나의 '호봉이'는 다달이 나의 월급 중 1/4 이상을 가져가는 돈 먹는 하마가 되고 있는 데다가 TV에서는 새로운 차량의 광고가 나오고 있었고 친구들도 새로운 차량으로 바꾸기 시작하며 그 애정도가 많이 식어가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아직 할부금은 신차를 살 때만큼 남아 있는데 감가상각에 따라 내 차의 중고가 금액은 엄청나게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때도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며
얼른 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이 차를 팔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차를 팔고 새로운 차를 사고 하는 몇 번의 거래를 반복했습니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차를 한번 바꿀 때마다 조금씩 더 비싸고 좋은 차들로 바꾸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내 월급도 늘고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으니 지금은 이런 차 정도는 끌어줘야지 하면서 국찬 중형차에서 시작했던 저의 자동차가 정신을 차려보니 외제차 suv로 바뀌어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차라는 소비재에 약 1억이라는 피 같은 돈을 태운 후였습니다.
저는 37살이 되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경제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화폐가치는 갈수록 하락하고 자산가치는 점점 우상향 한다는 내용들, 자동차처럼 사자마자 감가상각이 되어 가치가 줄어드는 자산을 그동안엔 내 1호 보물자산처럼 여기고 있었다는 것,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인정받는 자산이 있었다는 것들을 말이죠.
저는 경제공부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당시 타고 다니던 외제차를 팔아버렸습니다. 아직 할부가 3년 넘게 남았고 이제 갓 4만 km 정도 된 거의 신차에 준하는 차를 말이죠. 당시 그 차를 5770만 원이나 주고 샀지만 팔 때는 3300만 원 정도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2년 정도 만에 2천만 원의 자산이 또 불타고 없어진 것이죠. 2년 정도 더 탔다면 그 차의 가치는 천만 원 정도 더 줄어들어 있었을 것입니다. 아찔하네요.
저는 그 차를 팔고서 차가 없이는 생활할 수 없었으므로 10년 정도 된 국산 중고차를 구매했습니다. 정말 잘 굴러가고 잘 멈추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에 부합하는 차를 사서 타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이유를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더니 별 소문이 다 돌았습니다. 사기를 당했다느니, 보증을 잘못 섰다느니 이런 시끄러운 이야기들...
저는 그런 이야기들을 뒤로한 채 차를 팔고 남은 돈, 기존에 모은 돈, 그리고 연말보너스를 합쳐서 지방 중소도시의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아파트 단지를 전세 끼고 매수했습니다. 취득세까지 합쳐서 약 4400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났을 때 그 아파트의 가격은 약 6천만 원이 상승한 가격이 되어 있었고 저는 미련 없이 4800만 원 정도의 수익만 거두고 매도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되는 소비재였던 자동차를 팔고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는 가치를 지닌 제대로 된 자산에 투자해서 2년 만에 100% 이상의 수익을 올린 소중한 투자경험이 된 것입니다.
제가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새로운 물건을 사서 나에게 기분 좋음을 전달해 주는 그 가치도 무시할 순 없지만 그 기간이 결코 긴 시간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물건은 언젠가 상처가 나고 때가 타면서 그 가치를 서서히 잃어버리게 됩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내 재산을 잃지 않기 위해 엄청난 공부, 노력을 해야 하며 그 자산을 취득한다고 해서 딱히 저에게 '기분 좋음'이라는 감정도 전달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자산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떨어지는 화폐가치와는 다르게 장기적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진짜 나의 재산으로써 그에 맞는 수익과 경험을 가져다줍니다. 그중에서도 자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험 또한 아주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이 부분은 차차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첫차는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였는지요? 오늘은 첫차를 샀을 때 그 기뻤던 감정은 얼마나 오래갔는지 그리고 그 감정이 다 했을 때 내 1번 자산인 자동차의 가격은 얼마나 깎였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