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를 당한 유매니저 이야기 [2]

목동키즈

by 서킬스

회식은 잘 마무리되었다.

나는 원래 회식을 잘 참여하지 않았지만 올해 세운 목표가 '투자 때문에 등한시된 회사영역 살리기' 였기에 열과 성을 다해 회식업무까지 잘 마무리했다. 회식 후 다음 달이 문제인데 어제 먹은 술들이 나를 너무 괴롭혀 잠시 바람을 쐬고 싶어 졌을 무렵, 술을 정말 잘 먹던 유매니저가 굉장히 멀쩡한 상태로 나에게 사내 메신저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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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저 어제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선배님이 하신 이야기 때문에. "


"아 그 정도야? 조급하라고 한 이야기는 아닌데... 미안"


"선배님 때문은 아니죠. 저 때문이죠. 어쨌든 아이가 태어나고나서부터는 제가 바라보는 세상이 좀 달라졌달까. 꼭 제 아이에게 더 나은 삶을 선물하고 싶어 졌거든요. 그래서 노력하고 싶어 졌어요. 문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맞아. 그럴 수 있어. 그래서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아 그 사람에게 물어보고 나보다 나은 그 사람의 철학과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거에는 정말 동의해. 그게 나는 아니었으면 좋겠고 하하.

나는 그런 고민을 하는 후배에게 내가 겪은 일 정도는 이야기해 줄 수 있겠지. "


"좋아요. 선배님 그럼 선배님이 겪은 일을 알려주세요."


"나도 어제 집에 가면서 네가 나에게 오늘 물어보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주면 될까? 에 대한 생각을 했단 말이지. 그래서 이 생각을 해봤어. 내가 유매니저라면 지금부터 무엇을 할지 말이야. 한번 들어봐."


"너무 감사합니다. 선배님 일단 커피를 한잔 하실까요? "





우리는 자리를 옮겨 텀블러에 회사 커피를 담아 1번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면서 나는 지금부터 하는 말이 전적으로 내 생각일 뿐이지 정답이 아님을 그리고 유매니저의 상황을 잘 모르기에 내 입장에서 생각해서 말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리마인드 했다.


"자, 일단 내가 유매니저님이라면 지금 내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를 들여다볼 것 같아. 그리고 전세 보증금이랑 합치면 얼마가 되는지 일단 그게 시작이야. 그리고 이거는 민감한 문제니까 자세히 물어보지 않을게. 가장 중요한 거, 혹시 부모님께서 물려주실 재산이 있는가? 이거 중요해. 좀 속물 같지만 이게 있는데 굳이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거든. 내가 유매니저에 빙의해서 이것저것 다 이야기하고 나서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할 수도 있잖아. 아 나 그냥 부모님한테 한 5억 받으면 되는데, 왜 이런 걸 해야 하지? "


"아 선배님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일단 저는 없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임신하면서 직장도 그만둔 터라 외벌이예요. 지금 통장에 있는 돈이랑 전세보증금이 전재산입니다."


"오케이 알았어. 그럼 내가 거기 빙의해서 지금부터 뭘 할까를 생각해서 말해볼게. 일단 6월에 딸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했잖아. 정말 축하할 일이야. 나도 딸 낳는 보장만 있다면... 하하, 장난이고. 우리는 계획을 세워야 해. 무슨 계획이냐면 우리 이쁜 딸이 언제 어떤 초등학교로 다녀야 하는지 말이야. 나라면 이걸 먼저 생각해 볼 거 같아."


"아니 이제 태어났는데. 그걸 벌써 생각한다고요?"


"응. 나라면 그럴 거 같아. 왜냐면 요새는 어린이집, 유치원 때 만들어진 친구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따라간다고 하더라고. 나도 학부형이 아니라 더 자세한 이야기는 몰라. 하지만 분명한 건 너의 이쁜 딸내미가 학창 시절에 단칸방에서 불량학생들과 어울리는 그런 환경에서 살게 하고 싶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


"당연하죠! 저는 우리 딸을 정말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있고요."


"맞아. 내가 배운 점은 부모는 절대 아이를 가지고 도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 무슨 말이냐면 내 아이를 불확실한 환경에 놓아두고 알아서 잘 커서 공부나 개인역량으로 대박이 나겠지? 하는 생각보다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비슷한 학업성취도를 가진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게 하는 것을 몹시 원한다는 사실이었지."


"맞아요. 그래서 학군 학군 하는 것이지요? 저도 목동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제가 자라온 환경이 얼마나 좋았는지 알고 있거든요. 근데 목동은 너무 비싸니까..."


"맞아. 그게 문제야. 목동처럼 아이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논스톱으로 정말 완벽한 환경을 가진 동네는 집값이 정말 비싸더라고. 그게 우리 부모님들이 처한 현실이고 상황인거지. 그럼 우리는 하나를 깨달았어. 목동 같은 학군 지는 집값이 비싸구나! 와 같은 진실을 말이지."


"맞아요. 제가 지금 외벌이에다가 직장과도 멀기 때문에 목동을 굳이 선택하진 않을 거 같아요."


"또 중요한 점을 짚었어. 우리 회사가 판교에 있잖아. 그리고 외벌이이기 때문에 판교에 출퇴근이 1시간 미만이면 좋겠지?"


"맞아요. 사실 30분 안이면 더 좋겠지만."


"중요한 사실이야. 판교에 30분 안에 출퇴근이 가능하면서 이쁜 딸아이를 잘 키울 환경을 원하는 거잖아?"


"맞아요!"


"그게 우리 모두가 원하는 환경인 거야. 우리 학교에서 이거까진 배웠지.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라고. 수요가 많은데 집은 한정되어 있으니 가격이 당연히 오르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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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그래서 분당, 분당하는군요. 서현이나 수내 이런데가 엄청 오래되었는데도 집값이 비싸다고..."


"그래서 그런 거지. 이제 조금 이해가 되었어?"


"너무 이해가 되었어요. 선배님"


"자 그럼 내가 유매니저라면 어떻게 할 거냐를 이야기한다고 했잖아. 나라면 지금 뭘 할 거냐. 흠, 이 직장을 계속 다닌다고 가정하고 회사 출퇴근이 가능하면서 나 딸아이를 어느 초등학교로 보내면 좋을지를 감안해서 네이버 지도나 네이버 부동산 사이트 들어가서 동네를 한번 찍어볼 것 같아. 그런 다음에 몇 평에 살면 좋을지 어느 아파트가 좋을지 한번 쭉 훑어보는 거야 사이트를. 그런 다음에 아내랑도 같이 보면서 우리 나중에 이런데 살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도 하는 거지. 이건 너무 행복한 고민이잖아?"


"오! 너무 재밌을 거 같아요. 선배님, 아내도 좋아할 거 같아요."


"그렇지? 이건 너무 재밌는 거야. 그러니까 집 가서 아내랑 노트북 펼쳐서 한번 해봐. 그런 다음에 숙제가 있어."


숙제라는 말에 인상이 조금 찌푸려진 유매니저였으나 이내 웃음을 되찾으며 이야기했다.

"오 숙제요? 해볼게요. 뭔데요?"


"그 집들이 지금 기준으로 얼마인지를 보는 거야. 얼마면 살 수 있지? 너무 좌절하진 말고. 어차피 지금 갈게 아니니까. 그리고 몇 년 뒤에 이사를 가면 좋을지 일정 계획도 한번 이야기해 보는 거야. 그것도 너무 신나는 일이지?"


"오! 너무 재밌겠어요. 그러니까 몇 년 뒤에 우리 가족이 어떤 동네에 어떤 집에 살지 계획을 세워보라고 하시는 거잖아요?"


"맞아. 주말 동안에 가족회의를 해보는 거지. 너무 서두르지 말고 한번 잘 생각해보고 난 뒤 말하고 싶을 때 이야기 해줘. 그럼 이제 사무실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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