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를 당한 유매니저 이야기 [3]

조급한 마음

by 서킬스
선배님! 제가 어제 선배님이 하신 말씀을 아내에게 이야기해 봤어요. 아내는 그냥 웃으면서 저보고 알아서 하라던데요? 참... 이런 걸 어떻게 혼자 결정하라고!


후배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월요일 아침 회사 커피를 내리는 나에게 다가와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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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래? 잘됐네 그래서 좀 봐봤어? 어디 살면 좋은지?"


"네! 뭐 직접 가본 건 아니지만 그냥 네이버 지도 켜놓고 판교 회사에 출퇴근이 가능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좋은 동네가 어딨을까? 찾아봤는데 아무래도 예전에 잠깐 살았던 송파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집값이 엄청 비싸지 않던데요? 저는 막 20억씩 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께서 그 주변에 사시기 때문에 급할 때 아이를 봐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서 선택해 보았어요."


흠칫 놀랐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아마 잘 몰라서 그랬겠지 하는 생각으로


"오 그래? 얼마짜리를 알아봤는데?"


"뭐 13억짜리 집도 있고 15억짜리 집도 있더라고요."




"그래. 맞아 네가 말하는 그런 단지들은 그 정도 시세가 맞지. 그럼 이제부터 이걸 해보자. 간단해. 그러니까 25년 하반기 기준으로 13억짜리 집에 들어가려면 나는 얼마가 있어야 하는가? 이게 중요한 거잖아?"




"맞아요!"


"그럼 계산을 해보자. 같이 만약 우리가 그 돈이 있으면 그 집을 사면 좋겠지. 물론 그 아파트가 제일 좋은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지만. 일단 지금 기준으로 그 집에 들어가려면 우리는 13억 원을 현금으로 들고 있지 않으므로 대출을 받아야 할 거야. 대출이 지금 얼마나 나올까?"


"음,,,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 나도 잘 몰라 이럴 때는 검색해 보면 되지. 그리고 가장 정확한 건 대출 상담사에게 물어보는 것이야. 일단 그냥 한번 검색해 보자. 지금 사자는 건 아니니까 네이버에서 '부동산 계산기'라고 검색 후에 사이트에서 집값을 넣고 한번 계산해 보는 거야 결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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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네이버에서 알려주는 대출 가능액은 4억 6천500만 원이라고 나오네? 이거는 사람에 따라 다르니까 내 사정을 정확히 전문가에게 이야기하고 받는 게 좋을 거야. 일단 이 정도만 나온다고 생각해 보자."


"아 대출이 이거밖에 안 나와요? 그럼...."


"맞아 세금이나 부동산 수수료를 제외하고 현금으로 얼마가 필요하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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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 3천500만 원이요???"

후배는 회사 탕비실에서 엄청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마도 밖에 있던 사람들은 8억이라는 숫자를 들었을 것 같아 조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ㅎㅎ 조용히 하자고. 그 돈 내라는 거 아니니까. 일단 네가 말한 그 단지 나름 그 동네에서는 가성비 단지가 맞긴 하는데 우리가 지금 들어가기 위해서는 정말 큰돈이 필요하다는 거야."


"그랬구나. 이렇게나 필요하다니... 한 푼이 아쉬운데 제가 전세사기도 당하고 그랬네요 정말..."


"너무 상심하지 마. 우리 회사 통틀어서도 저렇게 돈 가지고 있는 사람 드물 거야. 사장님 정도 되면 모를까?"

"그렇지요? 다행입니다. 선배님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후배는 이내 안정을 되찾고 생기 있는 표정으로 다음 이야기를 바라는 표정을 지었다.


"음, 일단 저 집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해보자. 일단 8억 3천만 원이 필요한 상황이야. 올해 아이가 태어났다고 했지? 그리고 너는 언제쯤 새로운 집에 들어갈 생각이었어?"


"선배님이 말씀해 주신 대로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최대한 집을 사서 정착을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러니까 비싸도 오랫동안 살 집과 동네를 찾아본 것이고요. 아내와 이야기를 해보니 한 5년 정도 후에는 집을 사면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갑자기 풀이 죽어버리는 후배의 모습이었다. 현실과 마주한 첫 번째 모습이기에 낯설지 않았지만 안타깝기도 했다.


"아프지만 현실을 마주해 보자. 우리 모두의 현실이니까. 그럼 너는 지금부터 집값이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5년 뒤에 8억 3천500만 원이 있어야 하는 거야. 우리 1년에 정말 열심히 모으면 얼마를 모을 수 있다고 했지?"


제가 지금 외벌이라 정말 열심히 모으면 1년에 3천만 원 정도 모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럼 지금 전세를 살고 있으니까 그 전세금을 돌려받는다 가정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 현금이랑 합치면 약 3억 정도가 된다고 가정해 볼게."


후배는 놀란 듯이 말했다.


"어? 정말 그 정도 되는 거 같아요."


"그래? 못 들은 걸로 할게. 그럼 지금 3억 원의 현금이 있으니 5년 뒤까지 5억 3천만 원 정도가 더 있으면 되겠네?"


"맞아요."


"그럼 1년에 3천만 원을 모을 수 있으니까 1억 5천만 원 정도를 모을 수 있겠구나. 연봉도 조금 오를 테니 2억이라고 치자. 그럼 지금 가진 3억 원에 5년 동안 모은 2억 원을 더해도 그 집에 들어가려면 3억 3천500만 원이 더 필요한 거거든. 이제부터 우리는 이 돈을 어떻게든 구해야 하는 거야. 그렇지?"




후배의 얼굴은 발갛게 익어 있었다. 몹시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갑자기 현실을 마주한 사람의 얼굴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선배님, 그러니까 제가 1년에 3천 만원씩 모을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5년 만에 3억 원이 넘는 돈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맞아. 그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야. 그렇다고 상심은 하지 말아 줘. 이제부터가 중요한 거니까."


"선배님 저 포기하고 싶어 져요. 그냥 이대로 전세로 쭉 사는 것은 안될까요?"

"그건 본인의 선택이지. 하지만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아. 왜냐면 물가는 매년 상승하고 그에 따라 집, 차, 외식, 하물며 커피값도 이제는 6000원씩 하고 있으니까. 자본주의 원리 상 물가는 웬만하면 떨어질 수 없다고 배웠어. 그건 찬찬히 공부해 보기로 하자. 어쨌든 네가 살고 있는 집의 전세가도 결국엔 오르게 될 거야. 2년 뒤엔 아마 네가 1년에 모으는 3000만 원을 모두 집주인에게 그대로 줘야 할 수도 있겠지. 오히려 더 올려줘야 할 수도 있고."



"선배님, 너무 무서운데요. 하지만 저의 전세금은 언젠가 돌려받을 수 있는 거잖아요. 마치 적금처럼."

"그것도 맞지. 하지만 적금은 이자를 더해서 나에게 돌아오잖아. 너의 전셋값은 이자가 붙어서 돌아오지 않아. 오히려 3~4년이 지난 후 원금으로 돌아온 너의 전셋값을 가지고 다시 어딘가에 살려고 하면 그거보다 더 많은 돈을 은행에서 대출받아야 할 거야. 물가는 계속 오르니까. 그리고 그동안 집값도 더 상승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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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너무 무섭고 조급해져요. 그럼 전 어떻게 하면 되나요? 저 집에 들어가려면 5년 동안 매년 3천만 원씩 모아서 3억 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리고 선배님 말대로면 5년 뒤에 저 집이 지금 가격이 아니라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그럼 3억이 아니라 5억이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




"맞아. 그게 사실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뭔가를 해야 해. 이제 알겠지?"


"선배님 이게 현실이군요. 굉장히 막연하게 저런 집에 가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정신이 번뜩 차려졌어요. 그럼 이제 뭘 하면 될까요?"


"일단 갈길이 머니 오늘은 현실을 직시한 것만으로도 충분해 일단 사무실로 돌아가자."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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