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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선 Mar 19. 2023

민들레

부모의 마음

 바람이 홀씨 하나를 데리고 날아갔어요.


 바람에 이끌려 이리저리 한참을 날아 어느 학교 옆 화단에 내려앉았어요.


 이유를 물어볼 시간도 인사를 할 시간도 주지 않고 바람은 달아나 버렸어요.


 그날 저녁 하늘도 울고 홀씨도 울었어요. 홀씨는 원망했어요. 버림받았다고 생각했거든요.


 혼자 울고 있는 홀씨가 가여웠는지 흙이 말없이 안아주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가족이 되었답니다.


 그렇게 흙과 함께 한참을 살았어요.


 시간이 흘러 어느덧 1년이 다 되었고 홀씨는 어른이 되어있었어요.


 그리고 홀씨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어요.


 흙이 말했어요."민들레야 인제 그만 아이들을 보내주렴."


 ... 하루만 더…. 하루만 더…. 민들레는 홀씨들과 헤어지기 싫었어요.


 민들레는 너무 슬펐지만, 홀씨들을 위해 더는 함께 할 수 없었어요.   

  

그날 밤 민들레는 바람에게 부탁했어요.


 "바람 님! 바람 님! 우리 홀씨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바람은 많은 곳을 다니는 여행 왕이었어요. 누구보다도 더 길을 잘 알았답니다.


 "우리 홀씨들 좋은 곳에서 잘 살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립니다."


 바람이 대답했어요.


 "지난해 너의 어미도 같은 부탁을 하더니 너도 그렇구나…. 그것이 어미의 마음이란다."


 민들레는 뒤늦게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었고 한없이 부끄러웠어요.


 지난날 바람이 왜! 이곳에 자신을 데려다주었는지 엄마 민들레가 얼마나 슬퍼했는지 알 수 있었거든요.


 어미도 바람도 미워했던 지난날들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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