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산책

(단편소설) 솔양 했지만 사랑해! (13화)

by 서기선

# 엄마 시선


잠을 잔 기억은 없는데 어느샌가 내가 잠이 들었나 보다.

주위를 보니 아이들도 남편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났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안도하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엄마 완전 잠꾸러기 아니냐 하하하”, “그래도 우리 엄마 일어나기 전에 얼른 해야 하니까 에이미하고 비숍 아빠 좀 도와줘라.”

“예”,“히히”저들의 대화 내용과 에이미와 비숍의 웃음소리에서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난 호통치듯 일어나 말을 걸었다.

“뭐 대단한 걸 준비하나 어디 봅시다”,“뭐야 고작 라면”,“헐 완전 대박 어떻게 그럴 수 있어?”셋 다 당황했는지 아무 말도 없었다.

“아니 짜장라면도 아니고 그냥 라면은 너무 한 거 아니냐? 일요일엔 짜장라면이지”광고카피를 인용한 유머였는데 다행히 통한듯했다.

그제야 다들 배시시 웃고 우리는 화기 에에 한 아침을 맞이했다.

“다들 식사 다 했으면 우리 산책 좀 할까?”남편이 상황을 리드하며 다음 일정은 산책임을 돌려 말했다.

조금 걷다 보니 자작나무 길이 보였다.
아주 잘 정비된 산책로였는데 군데군데 벤치도 있고 완만한 평지라 산책하기엔 그만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점점 간격이 벌어지고 있었다.

남자 셋이 어찌나 빨리 걷던지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같이 가~”,“뭐냐 산책하자며 경보하니?”우린 가까운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다.

한동안 우린 말없이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그리 한참을 앉아있었다.

침묵을 먼저 깨트린 건 남편이었다.

“에이미 지금 많이 혼란스럽지?”, “알아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하지만 너무 속상해하지는 마라! 네 잘못은 아니잖아”“너는 아주 훌륭하게 잘 자라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그렇지?”에이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남편은 그런 에이미를 잠시 보더니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에이미! 아빠가 어제 형하고 마트에 갔었잖아! 그때 마트 화장실에 짧은 명언 같은 게 적혀있더라고 그런데 그 짧은 문장이 지금 에이미에게 해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기도 해서 너에게 들려주고 싶어 들어봐!”

“잘했건 못했건 간에 과거는 이미 지나가고 없는 것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우리는 과거에 목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빠도 그렇게 생각해 에이미가 입양아라는 걸 조금 늦게 알았던 거야”“그게 왜? 뭐가 문제야? 가령 고학년이 되어야 풀 수 있는 문제들도 많아 네가 남들보다 조금 늦게 알았다고 해서 그게 잘못된 건 아니잖니? 우린 가족이고 지금도 앞으로도 우린 계속 가족이야 이건 변하지 않는 거야 우리가 가족이라는 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또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거야 그렇지?”“지금 엄마 아빠가 슬퍼하고 걱정하는 것은 이런 변하지 않는 결과 같은 것을 너 스스로 부정할까 봐 너무 과거에 몰입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까 봐 걱정되고 슬퍼”

즉석에서 나온 말인지 생각하고 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건 정리되지 않은 말이었다.

좋은 말 같은데 아이가 알아들을까?

너무 어렵게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
남편은 에이미가 입양해 왔지만 우리는 가족이니까 엉뚱한 생각 하지 말라고 하는 말 같은데 너무 정신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화장실은 뭐고 과거? 미래? 처음 시작은 좋았는데…

아쉬웠지만 난 그냥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이따금 의사를 피력하는 에이미를 보면서 이런 복잡한 말들을 알아듣는다고? 참 신기했다.

남자들의 언어가 다른 건지 내가 특이한 건지....

에이미도 남편도 대단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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