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른 정 낳은 정
(단편소설) 솔양 했지만 사랑해! (12화)
# 에이미 시선
새벽에 잠시 눈을 떠보니 형이 내 쪽을 보면서 잠들어있었다.
내 뒤로 엄마와 그 뒤로 아빠가 보였다.
엄마는 나를 뒤쪽에서 안고서 잠들어있었고 아빠는 엄마를 안고 있었지만, 손은 엄마를 가로질러 내 오른쪽 팔 위에 있었다.
움직이기 힘들어서 답답했는지 새벽에 눈이 떠졌다.
잠들어있는 가족들을 차례로 눈에 담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왜? 내가 몰랐을까? 나만 까만 머리인데…. 내 눈동자만 다른 데…. 참 바보 같았다.
2학년이 싫어졌다.
이건 모두 2학년 때문이야 1학년 땐 이러지 않았는데…. 2학년이 되고부터 이상한 일들이 자주 생긴 것도 사실이다.
난 이렇게 환경 탓을 하고 있었다.
언제고 알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알게 되다니 그게 너무 슬펐다.
비숍의 눈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날 비숍이 학교에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늦게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날 비숍이…. 그때였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한 사람.
내가 형의 친엄마라고 생각했던 검은 머리의 아주머니….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럼 그 사람이…. 그 아주머니가… 혹시….
“네가 에이미이구나”“많이 컸구나”“네가 에이미이구나”“많이 컸구나”. “네가 에이미이구나”“많이 컸구나”그분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지만, 모습은 떠오르지 않았다.
혹시 그분이 내 친모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니 답답하고 화도 나고 그랬다.
확인이 필요했다.
엄마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잠들어있는 엄마를 깨울 수는 없었다.
그렇게 잠들어있는 엄마를 잠시 바라보았다.
저렇게 우아하시고 자상하시고 사랑스럽기까지 한데 저런 분 이 나의 친엄마가 아니라고?! 서러웠다.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일이다.
난 엄마가 아빠가 그리고 형이 힘들어하거나 아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싫다.
언제나 자랑스러운 아들이고 동생이고 그렇게 되기를 바랐었다.
엄마가 아빠 쪽으로 몸을 돌리셨다.
나는 순간 놀라 얼른 형 옆에 다시 누웠다.
그렇게 누워있는 형을 바라보다 다시 잠이 들었다.
# 엄마 시선
이런 상황에서 쉽사리 잠을 잘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노력하는 남편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참을 뒤척거리다 앞에서 잠들어있는 에이미를 안아보았다.
어릴 적엔 안고 지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그런 시간이 줄어들었다.
당연하다. 알고 있지만... 성인 이 된다는 것이 이런 부분에서 본다면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닌듯하다.
부모로선 내 자식을 매일매일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그리 사랑을 듬뿍 주고 싶은 것인데… 아이가 자라는 만큼 부모가 아이에게 투자하는 사랑의 시간은 줄어드는 듯하다.
나 역시 내 부모님에게 그러했으니 어머님 아버님은 얼마나 서운해하셨을까!
평소엔 이리 오랜 시간 아이를 안아볼 시간이 없었다.
간혹 이루어지는 스킨십 따위완 다른 포옹이었다.
너무 감정이입이 심해서였을까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에이미가 답답했는지 뒤척이며 일어나 앉았지만 자는 척했다.
잠시 두리번거리는가 싶더니 아이가 생각에 잠긴듯했다.
아이에 아픔이 얼마나 큰지 정확히 가늠하긴 어렵지만, 저 조그마한 아이가 슬퍼하는 모습은 심장을 도려내는 듯했다.
훌쩍인 건지 흐느낀 건지 알 수 없는 떨림을 느꼈다.
슬픔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에이미가 힘들 것이다.
나는 일부러 몸을 남편 쪽으로 틀었다.
아이가 놀라며 황급히 비숍 쪽으로 누웠다.
이렇게라도 해서 그 시간을 줄여줘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어느새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