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숍의 돌발행동

(단편소설) 솔양 했지만 사랑해! (11화)

by 서기선

# 아빠의 시선


갑자기 가게 된 여행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지금까지는 아주 잘하고 있는 듯하다.

어떤 이야기들을 할 것 인가 이동하는 내내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냥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을 했다.
내가 어떤 액션을 선택했을 때 그것이 맞는 것인지 나 역시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자연스럽게 이야기해 보자’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나는 초보 캠핑 러다.

다른 사람들이 TV에서 가족 단위로 혹은 친구들과 캠핑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캠핑 장비만 무작정 사들였었다.

하지만 이런 장비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설치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TV에서 간혹 캠핑 장면을 볼 때 잠시 나오는 장면들을 떠올리며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보는 건 쉬웠는데 막상 내가 하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버릇처럼 에이미와 비숍을 불렀다.

다행히 아이들 역시 평소처럼 잘 따라주었다.

그러다 문득문득 에이미를 의식하며 쳐다보게 되었다.

에이미 역시 평소처럼 날 적당히 무시하는듯했다.

여기서 무시란 버릇없는 아이들이나 하는 인격적인 무시가 아니다.

다만 내가 좀 덜렁대는 성격이라 에이미는 그럴 때 가끔 지적한다.

이따금 내가 억지를 부리면 무시한다.

그럴 때 에이미는 꼭 어른 같다.

우당탕 우리의 텐트 치기는 얼떨결에 완성하였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듯 이건 실력이 아니라 운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행복했다.

막상 완성하고 나니 피곤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워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엔 먹을 것을 준비해야 했다.

비숍과 함께 마트에 갔다.

집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였는데 미소 속에서 편안함을 보았다.

저녁 식사 후 오래간만에 느끼는 행복감에 취해 절로 노래가 흘러나왔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는 아기상어노래였는데 후렴에 ‘뚜루룻뚜루’하는 부분이 재미있어서 그 부분을 혼자 흥얼거렸는데 어느새 다들 따라 부르고 있었다.

행복이 별 건가 이런 게 행복이고 사는 낙이지 하는 마음에 절로 흥이 났다.

아등바등 악착같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뛰어다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듯했다.

하지만 그런 행복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갑자기 비숍이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꾸우웅~” 뭐야 갑자기 난 이 시간을 조금 더 느끼고 싶었는데….
“비숍 조용히 해” 하지만 소용없었다.

비숍은 더욱 큰 소리로 “꾸우웅~”을 외치고 있었다.

도대체 저건 무슨 소리야 왜! 저래?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조용해 비숍”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이건 분명 실수였다.

비숍은 큰 소리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그런 비숍에게 집을 떠나 텐트에서 자게 한다는 건 처음부터 무리였을 텐데 그런 아이에게 나의 기분을 강요하고 있으니 말이다.

비숍의 눈가에서 떨림을 느껴졌다.

위험 신호였다.

순간 에이미의 대처가 빨랐다.

어느새 에이미는 큰아이를 쓰다듬으며 말을 걸어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런 에이미에게 존경심마저 느껴졌다.

녀석들은 둘도 없는 형제이고 친구이며 가족이었다.


# 엄마의 시선


우리는 잠들기 전 비숍을 위해 텐트 안쪽을 마치 자신의 방인 양 꾸미기 시작했다.

왜냐면 비숍은 낯선 곳에 오면 적응하기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남편은 큰아이의 이불과 애착 인형, 그리고 자동차 몇 개를 가지고 왔다.

남편은 배려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다.

자신보다 가족을 위해 사는 사람이다.

술자리도 잘하지 않았으며 취미생활도 하지 않았다.

결혼 전 엔 볼링도 하고 수상스키도 즐겼으며 겨울엔 스키장도 다니고 했었는데…. 결혼 후 스키장이나 볼링장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물론 신혼 초기엔 몇 번 있었지만, 출산 후엔 볼 수 없었다.

아주 꼼꼼한 성격이라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사람이다.

반면 나는 덜렁대고 직설적이고 마음이 약한 사람이지만 남편은 나와는 많은 부분이 달랐다.

꼼꼼하고 사려 깊고 즉흥적이기보다는 계획적인 사람이고 웃음도 많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아무런 계획도 없이 여행을 가자고 했다.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아침에 정신없는 와중에 비숍의 이불과 애착 인형, 장난감 자동차 등을 챙기는 것을 보며 난 또 한 번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아마 평소의 습관이 몸에 배어있는 듯했다.

“에이미 텐트 꾸미는 것 좀 도와 줄레”우린 서둘러 텐트를 꾸미기 시작했다.

비숍의 기준으로 머리 왼쪽에는 자동차 장난감을 오른쪽 팔 쪽에는 애착 인형이 자리했으며 애착 인형 옆으로 에이미가 그리고 나와 남편이 자리에 누웠다.

다행히 비숍이 크게 불안해하지 않았다.

피곤했는지 다들 곯아떨어졌다.

잠자리에 들기 전 에이미와 짧은 대화라도 하고 싶어 말을 걸어 보았지만, 에이미 역시 피곤했는지 금세 잠이 들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으며 그렇게 우리 여행의 첫날밤이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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