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직원회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요양보호사의 실제 사례 11

by 서기선

#직원회의


매월 직원회의가 있다.

그맘때면 평소 보기 힘들었던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지난달부터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사례발표는 아주 훌륭한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간접경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통해 양질의 요양보호사를 만들기도 하므로 관리자 입장에선 타협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글을 쓰는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좋은 글감이 없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마디로 귀찮고 창피하다는 것이다.


[다음 발표하실 분 계시는가요? 없으면 지목합니다] 참석자 전원이 발표하면 좋겠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해야 하므로 무작위로 이루어지는 발표는 언제나 초조함이 감돈다.

이제 막 발표를 마친 선생님은 큰 산을 넘었다는 안도의 마음과 자신감에 등을 곧게 펴고 앉아있지만 기다리는 선생님들의 시선은 분주하다.

[다음 발표자는... A쌤] [사장님! 꼭 해야 합니까?] [그럼요 하셔야지요.] [안 할래요 이런 거 하려고 회의하는 거 아니잖아요.] [아니요 이런 거 하려고 회의하는 겁니다] A 선생님은 완강히 거부하였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여기서 물러나면 사례발표라는 좋은 아이디어를 잃게 됨은 물론이고 권위 또한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든 상관없어요. 그냥 평소 하던 거 이야기하시면 돼요 부담 같지 마시고 그냥 편하게 하세요.]

작은 체구에 비해 유난히 목소리가 큰 선생님이었지만, 한 것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진짜 별거 없는데... 식사준비하고 빨래하고 운동시키고 그게 다예요]

[운동은 어떻게 시키시나요?] [그야 지난번에 센터장님이 알려주신 유튜브 그거 보고 하는데요] [잘 따라 하시던가요?] [아니지요. 처음엔 안 한다고 소리 지르고 난리 났지요.] [그럼 어떻게 달래셨는데요?] [뭐 그냥 꼬셨지요.] [그런 이야기를 해달란 말이에요 지금 잘하고 계시네요]

이야기가 이어지자 조금은 자신감을 회복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평소의 크기로 돌아왔다.

[쿠폰 만들어드렸어요. 5번 그러니까~ 5일 따라 하면 호박전 해준다고 했거든요. 어르신 호박전 엄청나게 좋아하셔서 그걸로 꼬드겼어요] [그러니 잘 따라 하시던가요?] [어르신 호박전 엄청나게 좋아한다니까요 얻어먹으려면 해야지요 하하하] [얻어먹는다는 표현은 적절치 못하지만... 잘하셨어요. 우리 A 선생님에게 박수 주세요]

간혹 하위 직원이 상사를 이기기 위해 옳지 않은 방법을 사용할 때가 있다.

가령 타인의 시선을 받는 상황에서 상사 혹은 윗사람을 깎아내림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하는 경우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어리석은 방법인지는 이미 본인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과거에 만난 적 있는 P 선생님은 보호자 혹은 대상자 어르신과의 언쟁에서 단 한 번도 진 적 없다며 자기 과시를 하셨던 분이 계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면접 도중 돌려보냈다. 이유야 뻔했다.

배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배려야 말로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성격이라면 봉사 정신을 기본소양으로 여기는 요양보호사라는 직업과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섰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을 바꿔 생각하면 천 냥 빚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말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거울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해야 하고 무게감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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