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ygen Outlaws: 행성 B11의 생존 게임

[SF 1화]

by 서기선

2223년 드디어 하늘에 인공태양을 뛰울 수 있게 되었다.

과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수명 또한 날로 늘어나 이들의 평균수명은 이제 200살의 문턱을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문명의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빈민가의 평균수명은 150살이 갓 넘는 수준이었으며, 재벌과 권력자들의 평균수명은 그보다 훨씬 많은 200살을 넘는 사례들도 있었다.

서민과 재벌의 수명이 150~200을 넘기고 있었지만, 범죄자의 수명은 법으로 정해져 MAX 100살을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범죄자 단명법이 통과한 지 벌써 10년이 지나고 있었다.

범죄자 단명법 이란 범죄자의 수명을 100살로 정해놓고 더는 살 수 없도록 하는 무서운 법안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범죄자를 지구 밖 행성 B11로 쫓아내자는 의견에 만장일치로 합의했으며 그때부터 전 세계의 모든 죄수는 B11이라는 행성으로 보내지게 되었다.

처음엔 인권 단체의 강한 저항이 있었지만 '빌 모리'라는 범죄자의 돌발행동으로 인권 단체 회원 82명이 그의 무차별적이고 맹목적인 행동으로 명을 달리하였다.

결국 그의 맹목적 살상 후 더는 그들을 위한 인권 단체의 움직임도 등을 돌려 버렸다.

그들은 자신이 저지른 죗값을 제외한 일정량의 산소만을 가지고 그곳에 버려졌으며, 그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산소만으로 그곳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어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 하는 범죄자들을 중심으로 산소를 약탈하는 또 다른 범죄가 생겨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범죄자의 약탈행위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


[내가 죽이지 않았어! 아니야 난 억울하다고 ~]

현옥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오른팔로 닦아내며 잠에서 깨어났다.

가슴을 두드리는 심장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불규칙적으로 뛰고 있어 한동안 심장이 정숙해지기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인공태양에서 빛이 발하지 않아 거리는 온통 암 흙처럼 어두웠다.

질흙 같은 어둠 사이로 간혹 들려오는 마치 짐승의 소리 같은 킬링족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놀란 현옥이 서둘러 칼을 집어 들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부서진 건물의 잔해 속으로 몸을 숨겼다.

얼핏 보면 부서진 건물의 잔해였지만 건물이 쓰러지면서 얽히고설키며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틈을 만들어 냈고 그 좁은 틈 사이로 현옥은 자신의 육신을 구겨 넣었다.

입구는 작았지만,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두 다리를 펴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보였다.

[휴~ 다행이군. 오늘은 여기서 보내야겠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무렵 짐승의 소리 같은 괴상한 울부짖음이 더욱 가까이 들렸다.

[콰야~]

현옥은 재빨리 얼굴과이곳저곳에 축축이 젖은 흙을 덕지덕지 발라 눈에 띄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밀고 들어올 때 굴러 떨어진 돌멩이를 이용해 입구마저 막아버렸다.

하지만 불안했던 현옥은 또다시 검은색의 얇은 천으로 눈동자마저 가렸다.

그렇다고 아예 자신의 시야를 가린 것은 아니었다.

천의 작은 망들 사이로 킬링족의 움직임을 눈에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근처에서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잘 찾아봐!]

무리 중 한 명이 조명을 비춰가며 현옥을 찾고 있었지만, 자신이 들어온 입구마저 돌로 막아버린 현옥의 치밀함에 그들은 여전히 주위를 맴돌 뿐옥을 찾아내지 못했다.

[쥐새끼 같은 놈]

커다란 덩치에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은 다른 죄인들과 별반 달라 보이진 않았지만, 오른쪽 뺨에 길게 그어져 있는 칼자국이 녀석의 모습을 더욱 험상궂게 하고 있었다.

녀석이 현옥이 숨어있는 돌무덤을 발로 걷어차며 '쥐 세끼 같은 놈'이라고 말할 때 현옥은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자의 발길질에 안쪽에 숨어있던 현옥의 왼손 위로 큼지막한 돌덩이가 떨어져 그는 손을 짓눌려 피가 흘렀지만 그는 소리 내지 않았다.

이미 짓눌린 돌 더미 사이로 현옥의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자는 눈치채지 못하고 현장을 벗어났다.

그가 돌아간 뒤에도 한참을 고통 속에서 참고 있던 현옥이 30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왼손을 걷어들었다.

그러나 그는 짓눌려 살점이 떨어 저 나간 손을 들여다보면서도 소리 내 울지 못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울음소리에 다시 그것들이 찾아온다면 자신의 미래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현옥이 침묵 속에서 울음을 참고 있을 때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 여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지만, 들리는 음색이 그랬다.

[나오세요, 나오셔도 됩니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 하나가 현옥이 은신 중인 곳으로 다가와 다정하게 이야기했지만, 오히려 숨소리마저 죽였다.

그가 돌무덤 곁에 앉아 다시 말을 걸어왔다.

[불안하면 나오지 않으셔도 돼요. 처음엔 나도 그랬으니까]

[계속 숨어만 있으면 아무것도 당신을 변화시킬 수 없어요.]

[알아요. 얼마나 불안한지 만약 당신이 더는 참기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그 삶을 내려놓고 싶을 때 그때 우리를 찾아오세요. 당신이 쓰고 있는 검은색 안대를 우리가 알 수 있도록 표식을 만들어 주세요 그땐 우리가 당신을 돕겠습니다.]

그녀가 일어나 왔던 길로 돌아가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현옥은 숨조차 편히 쉬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가 돌아간 어둠 사이로 자신의 물음을 던져 넣었다.

[씨발! 저건 또 뭐야?]

[우리?]

[지랄하네! 하다 하다 별짓을 다 하는구먼. 누가 속을 줄 알고]

평소 쓰지 않던 험한 말을 하며 애써 강한 척하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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