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ygen Outlaws: 행성 B11의 생존 게임

3번째 이야기

by 서기선

[뭐야! 씨발 덤벼봐!]

[하하하! 키득키득]

현옥이 호기롭게 주먹을 쥐어 겁박해 보았지만, 킬링 족은 그런 현옥의 모습을 보며 말없이 웃어 보였다.

웃고는 있었지만 길게 자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에는 살기가 넘쳤으며, 입가에 흐르는 미소는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었다.

한 녀석이 현옥의 곁으로 걸어 들어오며 으르렁거리자, 현옥이 뒷걸음질 쳐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자 다가오던 녀석이 걸음을 멈추며 현옥에게 말을 건넸다.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아? 순순히 넘겨주면 고통 없이 죽여줄 때]

[지랄 마! 어차피 이거 없으면 죽어!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매한가지야 뭐! 고통 없이 죽여준다고! 왜? 죽는 쪽이 나일 거라 생각하는 거지?]

[으하하! 자신 있다는 소리네]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무리 중 유난히 머리가 크고 몸에 장신구를 많이 두른 녀석이 오른손을 들어 2명의 약탈자를 추가로 투입했다.

그가 오른손을 까딱거리자 기다렸다는 듯 현옥을 향해 달려들었다.

모습에 놀란 현옥이 몸을 틀어 빠르게 달아나려 했지만 처음 자신과 대화하던 녀석이 그의 앞을 막아서며 또다시 기분 나쁜 미소를 흘렸다.

현옥이 앞을 막아선 녀석을 향해 주먹을 날리자 의외로 한방에 나가떨어지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 모습에 뒤따르던 약탈자가 놀라 주춤거렸지만, 놀란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뭐지?]

현옥의 작은 눈이 순간 벌어졌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그가 뒤따르던 무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쓰러진 녀석의 머리에 생긴 작은 구멍을 보았지만 무시했다.

[콰야~]

독이 오른 녀석들이 짐승의 소리를 내며 현옥을 향해 달려들 때 어둠 속에서 붉은빛이 짧게 반짝거렸다.

그리고 순간 가장 키 큰 녀석이 맥없이 또 쓰러졌다.

그러자 녀석들이 더는 다가오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며 으르렁거렸다.

그때 장신구를 치렁거리던 녀석이 철탑 위쪽에서 반짝이는 빛을 찾아내 올려다보며 또다시 짐승의 소리를 질렀다.

[콰야~]

묵직했던 짐승의 소리가 가늘어질 무렵 그는 지니고 있던 도끼를 집어던져 현옥의 머리에 꽂았다.

현옥이 쓰러지자, 그는 철탑을 올려다보며 시선을 유지한 체 천천히 현옥에게 다가가 그의 산소응집 조끼를 벗겨 자신의 오른손에 들고 그것을 하늘에 들어 올리며 철탑을 향해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였다.




야간투시 망원렌즈가 달린 장총을 거둬들이던 소연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뒤에 있던 일행을 향해 투덜대 보지만 누구도 그런 소연에게 되묻지 않았다.

다만 자기 말을 확인이라도 하듯 일행 중 한 명을 '툭' 치며 동조를 이끌었다.

[아휴 재수 없어, 또 동일이 녀석 이내 웃는 모습 너무 징그럽지 않아?]

[아니야? 말 좀 해 봐?]

[맞아! 그런데 넌 왜? 저 자식은 죽이지 않는 거야? 그렇게 싫어하면서…….]

[.......]

우식이 물었지만, 소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구며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쪽 계단으로 말없이 내려갔다.

그런 소연의 뒷모습을 보던 경영이 우식의 어깨를 '툭' 치며 작은 소리로 우식을 꾸짖었다.

[너는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해가 지고…….]

[뭐 내가 틀린 말 했나요? 맨날 나한테만 뭐라고 하셔]

[시끄러워 이놈아!]

계단을 내려온 소연은 그 길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들고 들어온 총을 침대 머리맡에 세워두고 귀퉁이에 걸터앉아 자기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끄집어내었다.

하트 모양의 목걸이를 말없이 만지작거리다 하트 중앙에 있는 작은 스위치를 누르자 홀로그램이 실행되며 나이 든 여성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엄마]

[우리 딸 왜? 또 우울해?]

[응~ 나 왜 이러지?]

[그럴 땐 좀 쉬어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래! 엄마가 노래 불러줄까?]

[.......]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또 그 노래 내]

[우리 딸 왜? 또 우울해?]

[그럴 땐 좀 쉬어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래! 엄마가 노래 불러줄까?]

홀로그램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자 소연이 홀로그램 속 어머니를 잠시 바라보다 하트 목걸이 속 스위치를 눌러 그것을 거둬들였다.

소연이 상념에 빠져있을 때 요란한 벨 소리가 사방을 돌아다니다 소연의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백! 백! 백!'

놀란 그녀가 다시 총을 집어 들고 빠르게 계단을 뛰어올라 철탑 위 동료들과 합류하였다.

소연이 합류하자 경영이 브리핑을 이어 나갔다.

[지구에서 연락이 왔다.. 2가지 새로운 소식이다.]

[첫 번째는 아까 죽은 사람 말고 아직 1명의 생존자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일 정오 지구에서 루키가 온다. 그들 중 2명은 요원이고 1명은 A 구역으로 데려올 사람이다.]

[이번에도 우리는 직접적인 접촉은 하지 않는다]

경영이 내일 있을 가상의 시나리오를 말하려 할 때 누군가 뒤에서 구시렁거렸다.

[또 접촉하지 않는다고? 이번에도 죽이려고?]

[누구야? 나와 뒤에서 구시렁거리지 말고 나와서 이야기해!]

[.......]

경영이 목소리에 힘을 실어 허공을 향했고 왜 쳤다.

[앞에서 못 할 말이면 뒤에서도 하지 마라!]

그때 소연이 손을 들어 경영에게 물었다.

[대장님! 왜? 우리는 직접적인 접촉을 하면 안 됩니까?]

모두의 시선이 소연에게 집중되었다가 다시 경영 쪽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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