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ygen Outlaws: 행성 B11의 생존 게임

2번째 이야기

by 서기선

햇살이 돌 사이로 들어와 현옥의 뺨 위에 앉았지만, 그는 오래간만에 찾아온 평안을 조금 더 끌어안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 머물면 위험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기에 몸을 베베 꼬며 밖으로 나왔다.

드넓은 평지 위에 무너진 건물 한 동 그곳이 이곳의 풍경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풀도 나무도 오로지 사막 같은 평지 위에 지평선과 무너진 건물 그리고 자신 말고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산소가 응집되어 장착된 슈트의 오른쪽 가슴에 LED로 남아있는 잔량의 산소를 확인한 현옥은 무의미한 시선을 지평선으로 가져갔다.

LED를 확인하는 것은 이곳에 오고부터 생겨난 현옥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잡다한 생각들로 머뭇거리는 동안 또다시 1시간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킬링족으로부터의 안전만 보장된다면 이미 정해져 있는 시간은 특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바닥에 새겨진 화살표와 알파벳 A를 발견하기 전까진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건 뭐야? 설마 A 구역으로 가는 길인가?]

누가와 왜?라는 의문이 생기긴 했지만, 왠지 믿고 싶었다.

아니 그것 말고는 달리 방법도 없었다.

머릿속으론 여전히 의심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누군가 알려준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흙먼지가 일어나 신발코에 잠시 앉았다 날아갔다.

목적도 없이 걷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현옥은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목이 타오르고 있었지만, 그는 물을 마시지 않았다.

어쩌면 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슈트에 장착된 응집산소와 그곳에서 나오는 물은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그는 그조차도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슈트 주머니에 달린 빨대를 통해 몇 모금의 물을 마셨지만, 그조차도 충분히 마시진 않았다.

마시는 물의 양만큼 응집산소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3~4시간쯤 지나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3~4시간이라고 했지만 어쩌면 1시간이었을 수 있다.

체감하는 시간이었기에 정확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반가웠지만 서두르지 않고 멀리서 그곳의 움직임을 관찰하였다.

도시를 감싸고 있는 높은 철조망이 마치 커다란 성벽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두렵다기보다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미동조차 하지 않고 그곳을 관찰하였다.

한 곳을 너무 오랜 시간 지켜본 탓에 눈물이 흘렀다.

그러다 나중엔 건물이 움직이는 것 같은 일렁임 마저 느꼈다.

하지만 건물이 움직인다는 것이 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흐르는 눈물만 닦아냈다.

그는 멀리서 주변을 배회할 뿐 선뜻 다가가지 못 한 체 인공태양이 꺼지기만을 기다렸다.

누워있던 현옥의 시선이 유난히 길게 뻗어 올라간 건물의 끝에 머물 때 그곳에서 반짝하고 빛이 반사되어 돌아왔다.

[에이! 내가 이를 줄 알았어]

순간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마을 반대 방향으로 내달렸다.

그러다 건물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번엔 왼쪽으로 방향을 바꿔 달아났다.

한참을 내달린 현옥이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다 자신이 뛰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누군가 따라올 거로 생각했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를 따라온 것은 짖은 어둠이었다.

인공태양이 완벽하지 않은 탓에 아직 저녁을 구현하기엔 부족했다.

지구와 태양은 자전과 공존을 이어가며 낮에서 저녁으로 넘어갈 때의 모습이 그러데이션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인공태양은 인위적으로 전원을 켜고 끔으로 낮과 저녁을 구분 지었다.

그 때문에 낮에서 저녁으로 넘어갈 때의 시간이 매우 짧다.

순식간에 어둠이 내려와 지평선을 집어삼키더니 곧이어 마을마저 삼켜 버렸다.

탑 꼭대기에서 약한 빛이 흘러나왔지만, 그것만으론 그곳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어느새 마을 반대편에 도착한 현옥은 어둠이 내리자 조금 더 과감해졌다.

이전의 보폭보다 넓고 빠르게 마을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철조망에 도착한 현옥은 그것의 주위를 맴돌다 하얗고 커다란 표지판 앞에 머물렀다.

빨간 삼각형 안쪽에 검은색 화살표가 오른쪽으로 한번 꺾여 바닥을 가르쳤고 그 끝에 고압 감전 주의 Caution이라고 적혀 있었다.

철조망을 따라 조심스레 주변을 돌던 현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가 멈추어 선 곳에 A 구역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철조망 넘어 건물들이 어둠에 가려 외형만 보임에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 멀리서 어둠을 뚫고 킬링족의 괴성이 들려왔다.

[콰야~]

현옥은 잰걸음으로 철조망 주변을 달려 입구를 찾아보았지만, 도무지 입구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진 현옥이 연신 뒤를 돌아봤지만 아직 킬링족이 보이진 않았다.

다급해진 현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욕이 절로 나왔다.

[아이 씨발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그러다 철조망 사이로 작은 철문이 눈에 들어왔다.

철문에는 신원확인을 위한 스캐너가 붙어있었지만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현옥은 알지 못했다.

고전압이 흐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바닥에서 흙을 한 줌 집어 든 현 옥이 스캐너가 달린 철문을 향해 집어던졌지만 철문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쾅쾅쾅 여보세요!]

하지만 굳게 닫힌 철문도 그곳에 있을 누군가도 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옥이 두드린 소리에 반응한 것은 킬링족이었다.

현옥이 철문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킬링족은 현옥을 발견하고 빠르게 달려들었지만,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콰야~]

킬링족의 짐승 소리에 놀란 현옥이 그제야 뒤돌아보았지만 달아나기엔 이미 늦은 듯했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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