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이야기
[뭐야! 씨발 덤벼봐!]
[하하하! 키득키득]
현옥이 호기롭게 주먹을 쥐어 겁박해 보았지만, 킬링 족은 그런 현옥의 모습을 보며 말없이 웃어 보였다.
웃고는 있었지만 길게 자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에는 살기가 넘쳤으며, 입가에 흐르는 미소는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었다.
한 녀석이 현옥의 곁으로 걸어 들어오며 으르렁거리자, 현옥이 뒷걸음질 쳐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자 다가오던 녀석이 걸음을 멈추며 현옥에게 말을 건넸다.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아? 순순히 넘겨주면 고통 없이 죽여줄 때]
[지랄 마! 어차피 이거 없으면 죽어!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매한가지야 뭐! 고통 없이 죽여준다고! 왜? 죽는 쪽이 나일 거라 생각하는 거지?]
[으하하! 자신 있다는 소리네]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무리 중 유난히 머리가 크고 몸에 장신구를 많이 두른 녀석이 오른손을 들어 2명의 약탈자를 추가로 투입했다.
그가 오른손을 까딱거리자 기다렸다는 듯 현옥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놀란 현옥이 몸을 틀어 빠르게 달아나려 했지만 처음 자신과 대화하던 녀석이 그의 앞을 막아서며 또다시 기분 나쁜 미소를 흘렸다.
현옥이 앞을 막아선 녀석을 향해 주먹을 날리자 의외로 한방에 나가떨어지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 모습에 뒤따르던 약탈자가 놀라 주춤거렸지만, 놀란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뭐지?]
현옥의 작은 눈이 순간 벌어졌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그가 뒤따르던 무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쓰러진 녀석의 머리에 생긴 작은 구멍을 보았지만 무시했다.
[콰야~]
독이 오른 녀석들이 짐승의 소리를 내며 현옥을 향해 달려들 때 어둠 속에서 붉은빛이 짧게 반짝거렸다.
그리고 순간 가장 키 큰 녀석이 맥없이 또 쓰러졌다.
그러자 녀석들이 더는 다가오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며 으르렁거렸다.
그때 장신구를 치렁거리던 녀석이 철탑 위쪽에서 반짝이는 빛을 찾아내 올려다보며 또다시 짐승의 소리를 질렀다.
[콰야~]
묵직했던 짐승의 소리가 가늘어질 무렵 그는 지니고 있던 도끼를 집어던져 현옥의 머리에 꽂았다.
현옥이 쓰러지자, 그는 철탑을 올려다보며 시선을 유지한 체 천천히 현옥에게 다가가 그의 산소응집 조끼를 벗겨 자신의 오른손에 들고 그것을 하늘에 들어 올리며 철탑을 향해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였다.
야간투시 망원렌즈가 달린 장총을 거둬들이던 소연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뒤에 있던 일행을 향해 투덜대 보지만 누구도 그런 소연에게 되묻지 않았다.
다만 자기 말을 확인이라도 하듯 일행 중 한 명을 '툭' 치며 동조를 이끌었다.
[아휴 재수 없어, 또 동일이 녀석 이내 웃는 모습 너무 징그럽지 않아?]
[아니야? 말 좀 해 봐?]
[맞아! 그런데 넌 왜? 저 자식은 죽이지 않는 거야? 그렇게 싫어하면서…….]
[.......]
우식이 물었지만, 소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구며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쪽 계단으로 말없이 내려갔다.
그런 소연의 뒷모습을 보던 경영이 우식의 어깨를 '툭' 치며 작은 소리로 우식을 꾸짖었다.
[너는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해가 지고…….]
[뭐 내가 틀린 말 했나요? 맨날 나한테만 뭐라고 하셔]
[시끄러워 이놈아!]
계단을 내려온 소연은 그 길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들고 들어온 총을 침대 머리맡에 세워두고 귀퉁이에 걸터앉아 자기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끄집어내었다.
하트 모양의 목걸이를 말없이 만지작거리다 하트 중앙에 있는 작은 스위치를 누르자 홀로그램이 실행되며 나이 든 여성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엄마]
[우리 딸 왜? 또 우울해?]
[응~ 나 왜 이러지?]
[그럴 땐 좀 쉬어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래! 엄마가 노래 불러줄까?]
[.......]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또 그 노래 내]
[우리 딸 왜? 또 우울해?]
[그럴 땐 좀 쉬어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래! 엄마가 노래 불러줄까?]
홀로그램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자 소연이 홀로그램 속 어머니를 잠시 바라보다 하트 목걸이 속 스위치를 눌러 그것을 거둬들였다.
소연이 상념에 빠져있을 때 요란한 벨 소리가 사방을 돌아다니다 소연의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백! 백! 백!'
놀란 그녀가 다시 총을 집어 들고 빠르게 계단을 뛰어올라 철탑 위 동료들과 합류하였다.
소연이 합류하자 경영이 브리핑을 이어 나갔다.
[지구에서 연락이 왔다.. 2가지 새로운 소식이다.]
[첫 번째는 아까 죽은 사람 말고 아직 1명의 생존자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일 정오 지구에서 루키가 온다. 그들 중 2명은 요원이고 1명은 A 구역으로 데려올 사람이다.]
[이번에도 우리는 직접적인 접촉은 하지 않는다]
경영이 내일 있을 가상의 시나리오를 말하려 할 때 누군가 뒤에서 구시렁거렸다.
[또 접촉하지 않는다고? 이번에도 죽이려고?]
[누구야? 나와 뒤에서 구시렁거리지 말고 나와서 이야기해!]
[.......]
경영이 목소리에 힘을 실어 허공을 향했고 왜 쳤다.
[앞에서 못 할 말이면 뒤에서도 하지 마라!]
그때 소연이 손을 들어 경영에게 물었다.
[대장님! 왜? 우리는 직접적인 접촉을 하면 안 됩니까?]
모두의 시선이 소연에게 집중되었다가 다시 경영 쪽으로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