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시전 14화]
이 형사는 최 박사와 만난 후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판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이쯤 되면 한. 러 공조수사로 가야 하는 데건 일개(一介) 형사 따위가 결정할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내국인 조사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조수사는 말도 안 되는 일 이 기 때문이다.
[아 몰라! 일단 보고라도 해 봐야지 뭐] 돌아올 대답은 뻔 하지만 일단 공을 윗선에 넘기고 보자는 일종의 회피성이기도 했다.
'똑똑'이 형사는 평소와 다르게 최대한 정중하게 서장에게 보고했다.
달라진 이 형사의 태도로 이미 서장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를 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보고 후 이 형사는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하나하나 곱씹어가며 사건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을 때였다, 정적을 깨우듯 요란한 전화벨이 울렸다.
[감사합니다. 사이버...]이 형사의 말을 잘라가며 신고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또 다른 몽환증을 신고해 왔다.
[예 신고 감사합니다. 곧 찾아뵙겠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이 형사가 새로 몽혼증에 접어든 젊은 여대생의 주변인의 증언대로 CCTV를 돌려가며 교 내 식당에서 학식을 마친 후 식당 주변 벤치에 앉아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는 젊은 여성의 동선을 확보했다.
그 학생은 혼자 식사를 했었고 증언자의 옆 테이블에서 혼밥을 하면서도 계속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인은 그녀에게 관심을 두고 본 것이 아니어서 파란빛 같은 건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여학생이 앉아있던 벤치 바로 뒤로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형사가 수사하는 동안 강 서장은 장관을 만나고 있었다.
장관: [강서장님 정신 차리세요.] , [러시아라니요 지금 제정신입니까?]
[지난번에도 말 씀 드렸잖습니까, 제발 조용히 갑시다.] , [이런 일 있을 때마다 방송국 놈들 입단속 하기도 힘든데 서장님까지 이러시면 안 되지요]
강서장 : [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쉬쉬할 사항이 아닌 듯해서 말입니다.] , [한두 명도 아니고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습니다.] , [단순히 국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러시아까지...]
장관 : [서장님! 입을 조심하세요!] , [시작이 어디냐가 얼마나 중요한데 이러세요.] , [만약 우리 쪽에서 시작된 어 러시아로 번졌다고 합시다.] , [서장님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 [정신 차리시고 직원들 입단속이나 잘하세요. 오늘 들은 이야기는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강서장 : [하지만! 장관님!]
장관 : [이봐요 강기영 서장! 왜 이러세요 자꾸만.... 설령 공조했다고 칩시다. 당신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100% 장담할 수 있습니까? 나가세요. 당장!]
CCTV를 확인 중인 이 형사는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여학생이 CCTV와 가까운 곳에서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몽환 상태가 되기까지 의 모든 과정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화면 속 여학생은 준범과 같은 게임을 하고 있었으며 게임 자체는 자동으로 돌아가는 듯보였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쉴 새 없이 채팅하고 있었는데 채팅 내용까지는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내용이야 현장에서 회수한 증거품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니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여학생이 채팅하던 중 갑자기 휴대전화기에서 푸른 발광이 번쩍였고 빛이 사라 질 때 여학생은 몽환 상태로 빠져들었다.
영상을 보며 이형사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와~] [이게 가능해?] [준범이 자식도 그러더니... 반신반의했는데... 도대체 뭐야 이거”]
이 형사는 서둘러 확보한 CCTV 영상을 서장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그가 경찰서로 돌아가던 중 마음에 걸리는 한 사람이 생각났다.
[최 박사 그래 그 사람에게는 먼저 알려야겠다.]
실마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영상을 확인한 최 박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이 형사를 바라보다 힘겹게 말을 이었다.
[형사님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요?] [의학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인데...] 말 끝을 흐리던 최 박사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이형사에게 또다시 물었다.
[혹시... 최면 같게 아닐까요?]
[최면?]
[예! 심리학 공부할 때 최면에 관해 논문 몇 편을 읽은 적이 있어요] , [어떤 이는 최면이 치매를 고칠 수 있다고도 하고... 뭐 아무튼... 그러고 보니 최면상태 같기도 하네요] , [그런데 조금 다른 건 최면 상태에선 묻는 말에 반응을 보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환자들은 전혀 그런 반응이 없었으니 단정 지을 상황이 아니긴 하지만 조사는 해 봐야겠네요] , [아무튼 영상 감사합니다.]
모두가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준범이 기태와 주변사람들을 보며 몹시 당황한 모습과 함께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었다.
[기태형 님!] 준범이 죽일 듯 눈을 부릅뜨며 다가왔다.
[이러지 마세요] 낯익은 얼굴이 준범을 가로막았다.
[당신들 뭐야 뭐 하는 거야?]
[우선 좌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준범을 가로막은 사내는 아지트에서 만났던 화혈의 그 사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