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시전 24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기선 Jul 15. 2023

카오스 chaos

판타지 소설 [시전 32화]

70층에 도착한 일행은 지휘관의 신호와 함께 일사불란하게 순간이동을 하며 이리스를  찾기 시작했다. 

순간이동을 할 때 들리는 ‘’ 하는 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들의 이동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 멈추었다. [7시 40분 이쪽에 있어요] 누구의 음성인지 알 수 없지만, 소리가 가르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집결이 이루어졌다. 

먼저 도착한 일행 중 누군가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잠시 들렸지만 무시했다. 

7(일곱 시나) 40분이나 같은 표현인데 굳이 7시 40분이라 소리쳤던 것에 대한 소심한 항의였지만 오래된 습관이라 무시할만했다. 

마주 보이는 건물 뒤쪽에 이리스가 있음을 확인한 일행은 골목 진입 전 마른침을 삼키며 격수가, 선제공격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준범과 두호, 주역,  울산남 이 먼저 이리스 사냥을 시작했고 뒤를 이어  요정들이 화질을 시작했으며 뒤쪽의 법사들이 격수에게 힐을 시전 하였다. 

이리스는 워낙에 몸집이 크기 때문에 격수의 칼질이나 요정의 활 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수없이 많은 칼질을 당했음에도 격수 한 사람 한 사람을 골고루 때리는가 하면 뒤쪽에 있는 요정이나 법사에게도 원거리 공격을 가하는 등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잠시 방심하는 사이 주역이 주춤했지만, 법사의 힐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더 이상의 피해는 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공격하고 있을 때 매서운 원정대의 공격에 이리스가 갑자기 뒤쪽으로 빠지기 시작하더니 언데드 집단이 순식간에 원정대들을 감싸고 사방에서 공격해 들어왔다. 

거의 승리를 확신했었는데 변수가 생긴 것이었다. 변수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쏟아지듯 밀려드는 언데드의 형상이 하나같이 자신들의 형상을 한 것이었다. 

마치 본인 손으로 자신을 죽여야 하는 듯했다. 

일행들이 순간 공격을 멈추며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몰라 잠시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어떤 얼굴은 젊은 날 자기 모습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얼굴은 악마처럼 추악한 얼굴을 한 자기 모습도 있었다.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어서일까 봐 모두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와 미치네. 거의 다 잡았는데...] 일행들은 당황했지만 준범은 동요하지 않고 다음 지령을 내렸다. 

[정신 차려요! 겨울 산에 등장하는 몬스터라고 생각하시고 모두는 단검으로 바꾸세요] 준범의 판단은 옳았다. 쏟아지듯 들이닥치던 되살아난 시체들이 삽시간에 하나둘 정리되었다. 일행들이 주변 정리를 하는 동안 준범과 주역이 이리스 쪽으로 빠르게 달려들었고 뒤늦게 두호와 울산 남이 합류하였다.

이미 기력이 많이 소진된 이리스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주역의 칼질에 최후를  맞이하였다. 

이리스가 쓰러진 후 언데드들은 하나둘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모습이 마치 용암에 빠져 녹아내리는 듯한 모습과도 같았다. 

쏟아지는 아이템들 사이로 검붉은 빛의 이리스의 반지가 보였다. 

최후의 칼질을 한 주역이 반지를 손에 들고 일행들을 향해 소리쳤다. 

[여러분 이리스의 반지예요 하하하! 이제 마지막 한 번 남았네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하하하] 

평소 과묵하던 주역이 흥분된 목소리에 혈맹원들은 미소로 화답하였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축하를 보내었다.




공조사무실이 아닌 경찰서로 들어온 이 형사를 맞이한 건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서장실 문을 열었을 때 오전에 자신이 만났던 젊은이들과 서장이 함께 있었는데 오전에 보았던 청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우라가 느껴졌으며, 단정 한 정장차림에 자연스럽게 빗어올 린 올린 머리가 마치 연예인 같은 느낌이었다. 

짙은 눈썹에 날카로운 턱선 크고 동그란 눈매 185는 됨직한 훤칠한 키까지 남자인 자신이 보아도 멋있어 보였다. 

이 형사를 목격한 서장이 말없이 앉으라는 손짓을 했지만 이형사의 시선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젊은 사내가 이 형사에게 인사를 건네며 친근함을 표현하였다. 

[또 뵙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찾아왔어요] 

[아! 예 어쩐 일로... 그렇지 않아도 찾아뵈려고 했었는데... 직접 찾아주시니 감사합니다.] 

둘의 짧은 인사가 오가는 사이 서장이 말을 가로채며 자신의 존재를 들어내려 하였다. 

[구면이면 더는 소개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모두 앉으시지요. 이 형사는 커피 안 마시지? 둥굴레차라도 줄까?]

서장은 이미 구면인 둘 사이에 앉아있기 민망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이 형사가 거절하는 바람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닙니다.] 

성질 급한 CEO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어봐서 자체적으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님이 원하시는 소통에 관한 부분은 저희도 아직 방법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살인자는 카오상태로 만들 수는 있을 듯합니다.]

[카오? 카오가 뭐지요?] 

[게임상에서 다른 캐릭터를 죽인 사람을 말합니다.] 

[그렇게 되면 뭐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일단 카오가 되면 몇 가지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 첫 번째는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아이디가 빨간색으로 표시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회복력이 떨어져서 체력이 쉽게 회복되지 못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모든 괴물과 유저들이 자신을 공격할 수 있도록 설정이 됩니다.] 

[음 ~ 어찌 됐건 상대가 알 수 있다는 말이군요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젊은 CEO가 어딘가 전화를 하였다. 

[진행시키세요] 

짧은 통화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이미 이야기가 오고 갔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었다. 

[회장님! 안됩니다. 뭐지...] 

[뭐라는 건가요? 안되다니요?] 

[예 저희도 처음 봅니다. 개발자의 접근을 불허합니다.라고 시스템 메시지가...] 

[뭐요! 개발자의 접근을  불허하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이야?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으니 잠시 기다리세요.] 젊은 CEO가 당황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돌아가며 함께 이야기 나누던  이 형사와 서장에게 짧게 인사를 하며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스피커폰으로 통화하고 있었기에 굳이 상황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과도 같다. 

게임사는 장소만 제공하고 있을 뿐 그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도 없었다. 

개발자를 포함한 모든 시스템은 이미 통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 게임용어 -------

카오: 혼란 혹은 무질서를 나타내는 (카오스 chaos)에서 유래한 게임용어로 게임상에서 다른 캐릭터를 죽인 사람을 말한다.


33화 이어 보기 : 시전 : 네이버웹소설 (naver.com)

사진출처 : 픽사베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