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하는 그림자

판타지소설 [시전 36화]

by 서기선

준범은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90층 사전답사를 하기로 했다.

사전답사의 목적은 매 순간 자신이 알고 있고 경험해 보았던 것들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기 때문이었다.

50층의 드라큘라가 그랬으며 70층 언데드의 생김도 그랬다.

어딘지 모르게 자신이 알고 있던 정보와 조금씩 차이가 있었기에 이번엔 사전 답사를 통해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홀로 90층 답사를 강행하였다.

90층에 도착한 준범은 제일 먼저 맵의 생김을 파악하기 위해 이곳 저것을 다니며 점검하였으며, 간혹 나타나는 괴물들을 제거해 보며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의 차이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오리스의 감옥까지 갈 수 있는 최 단거리와 근처에서 출몰하는 괴물의 종류 등 꼼꼼히 눈에 담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수고에도 정보가 될 만한 어떠한 것도 확인하지 못했다.

하늘과 땅의 색상이 모두 검붉은 색이었으며 길 양옆으로 마치 차량의 가드레일처럼 길게 뻗어있었고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면 골목처럼 사방으로 나누 어진 좁은 길이 보였다.

벽은 불에 그슬린 듯 곳곳에 검은 얼룩이 묻어져 있었다.

그렇게 좁았다 넓었다를 반복하는 그렇고 그런 길이었다.

이곳의 길들이 대부분 이런 식 이어서 별로 특별한 것 없어 보였다.

멀리서 보니 감옥 입구는 한 사람이 간신히 걸어갈 만 끔의 길고 좁은 길을 건너야 했으며, 양옆은 낭떠러지였다.

그 밑에는 마그마로 보이는 액체가 흐리고 있었다.

준범은 사전답사에서 그림자보스를 만나면 언제든 귀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였지만, 보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지트로 돌아온 준범이 모두를 불러 모은 뒤 마지막 전투를 위해 그곳에서 출몰하는 괴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러분 90층 그림자 보스를 찾기 위해 몇 가지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90층에 나오는 괴물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대부분 그림자 악령입니다. 80층때에서도 만나게 될 텐데 그 녀석들보다 리젠 속도가 3배는 빠릅니다.]

[이 녀석들은 80층에서 만나게 될 녀석들처럼 3마리씩 몰려다니는데 차이점은 90층의 그림자악령은 가짜가 숨어있어요. 셋 중 한 마리만 진짜라는 말이지요.]

[가짜라고 하더라도 맞으면 피해가 큽니다. 아파요 80층때의 녀석들보다 강해요 3마리를 상대하자면 어느 정도의 피해는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진짜를 빨리 찾아 죽여야 합니다.]

[구별법은 진짜 그림자는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멀리 있어요. 그리고, 다리에 검은색 족쇄를 차고 있으니, 그것으로 확인하시면 됩니다.]

[맞으면 아프지만, 생각보다 약해서 빨리 처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리젠과 신규생성 속도가 빨라 또 3마리가 나타나고 그런 식으로 늘어나면 나중에는 감당하기 힘들어지니 꼭 처리하고 이동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90층은 어느 곳도 안전한 곳이 없으니 우리는 뭉쳐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잘 따라오시고 절대 떨어지거나 단독행동은 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보스는 말을 타고 이동합니다. 덩치에 비해 이동속도가 빨라 정신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는 뭉쳐 다닐 테니 단독으로 당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잊지 마시고 꼭! 단독행동하지 마세요.]

[그때그때 상황 봐서 지시할 테니 잘 따라오시면 됩니다.]

[그럼 준비되는 데로 이동하겠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원정대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 결연했다.

장난기 많던 막내 현준도 이날만큼은 어른스러웠고 평소 다혜에게 냉소한 모습이었던 마리의 모습은 다정했으며, 나이에 비해 투정이 많던 기태의 모습은 여느 가장의 모습 같기도 했다.

71층에 도착한 원정대는 다른 층과 마찬가지로 쉬어가는 층이라 빠르게 80층까지 내달렸다.

80층에 도착한 원정대는 어두운 맵 때문에 라이트를 켠 상태로 이동하였다.

먼저 도착해 앞으로 나가는 준범의 그림자가 셋으로 나뉘더니 땅에서 일어나 준범을 에워싸고 그를 공격하려 했지만 경험이 많은 준범을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자신을 둘러싼 그림자악령을 한꺼번에 베어가며 조금 더 걸어간 준범과 그의 뒤를 따르는 원정대 사이로 또 한 차례 그림자가 분열되며 이번엔 원정대원 개개인에게 덤벼들었다.

검을 이용하는 용사는 무리 없이 처리하였지만, 활을 사용하는 요정은 난감해했다.

처음 그들이 분열되기 전 바닥을 향해 활을 날렸을 때는 별 무리가 없었지만, 일어선 그림자악령을 향해 활을 날리는 순간 그림자를 뚫고 뒤쪽 혈맹원을 향해 활이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아야!]

다혜의 화살이 울산 남의 등에 꽂히자, 울산 남이 당황해하며 고통을 호소하였다.

곁에 있던 데이비드가 화살을 빼 주며 치유마법을 해주긴 했지만, 여전히 불만이었다.

[거! 조심 좀 합시다.]

[어머! 죄송해요!]

다혜의 양 볼이 홍조를 띠며 연신 사과하자 쿨한 척 오른손을 올려 거수경례하던 울산 남이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울산 남의 모습을 지켜보던 마리가 다혜를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뭐야! 재수 없게 에이! 눈 버렸네!]

마리의 정색하는 모습에 다혜가 깔깔대며 웃었다.

그 순간 결연했던 원정대원의 모습이 조금은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준법의 단호한 목소리에 다시 긴장 상태로 접어들었다.

[요정 활 접고 검 들어요.]

[말도 안 돼 요정이 '검' 이라니요!]


[그러면 그림자악령 일어서기 전에 서둘러 제거했어야지 이 정도니, 망정이지 잘못해서 일행 죽이면 어쩌려고 그래]

마리가 준범에게 맞섰지만, 오히려 호되게 당하고 결국 검을 빼 들었다.

[격수들은 요정하고 함께 다니고 요정의 그림자 함께 제거해 줘요.]

조용히 따르던 호진이 목소리를 높이자, 준범이 더는 말 하지 않았다.

이들은 서로를 도와가며 이윽고 90층에 도착하였다.

90층에 도착한 준범 일행은 약속한 대로 전투대형으로 갖추었다.

평소와 다르게 중앙에 군주 호진이 자리했고 그 뒤로 요정과 법사가 마지막으로 격수가 자리를 잡았다.

특이한 점은 중앙에 군주를 두었다는 것과 격수 4명이 동서남북으로 나뉘어 이들을 보호하며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준범이 선두에서 조금씩 이동하였고 무리가 뒤를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에 있던 호진의 그림자가 순간 셋으로 나뉘더니 동시에 바닥에서 악령이 일어나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80층에서부터 여러 차례 겪어보았던 원정대는 당황하지 않았다.

호진의 그림자가 나누어지는 것을 처음 목격한 건 이마리였다.

순간 마리가 활을 들어 호진을 공격하려는 무리 중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다리에 족쇄를 차고 있는 그림자에 활 질을 하였고 순식간에 제거되었다.

[마리야 고맙다.]

고맙다는 말에 마리는 코끝을 찡긋 거림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다시 이동을 시작하는 준범의 그림자가 또다시 나뉘기 시작했지만, 준범은 무시 한 채 앞으로 걸어 나갔다.

셋으로 나누어진 그림자가 준범을 공격했지만, 단검 투척을 통해 빠르게 제거하였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이동을 이어나갔다.

그림자 보스를 만나기 위해선 감옥이 있는 안쪽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넓었다 좁았다를 반복하며 지나온 길 탓에 대형이 흐트러졌지만 준범이 감옥 쪽으로 이동하기 전 다시 대형을 정비하였다.

대형이 갖추어지자 준범은 빠르게 감옥 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일행들 역시 준범의 박자를 놓치지 않고 잘 따라왔다.

감옥에 도착한 준범이 요정들을 시켜 문지기 2명을 제거한 후 좁은 길을 건너려는 순간 성질 급한 그림자 보스가 감옥 문을 박차고 준범을 향해 달려 나왔다.

준범이 서둘러 좁은 길을 되돌아가 무리에 합류한 뒤 요정을 시켜 다가오는 그림자 보스를 향해 활 질을 명하였다.

요정의 활이 하늘을 날아 보스의 이곳저곳에 박혔지만, 미동도 없었고 오히려 자신을 공격한 활을 흡수라도 하듯 잔재가 남아있지 않았다.

이때 준범이 호진에게 혈맹 스킬을 명하였고 스킬을 받은 활이 다시 한번 바람처럼 날아 보스의 몸 이곳저곳에 박혔다.

잠시 주춤하던 보스가 흑마(黑馬)에 올라타자, 삽시간에 준범의 곁으로 다가왔다.

얼마나 빨리 이동했던지 마치 순간이동 같은 속도였다.

지난 사전답사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더욱이 준범 자신도 이처럼 빠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각층 보스를 만날 때마다 예전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조금씩 다른 것을 경험했던 준범은 자신이 알고 있던 보스의 움직임이 아님을 알아차렸지만 늦었다.

순식간에 보스의 공격을 받은 준범은 미쳐 방어할 시간도 없이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그 모습에 뒤쪽에 있던 마법사가 실드마법을 시전 하였고 준범이 빠르게 일어나 다시 보스에게 대들었다.

다가서는 준범에게 보스가 한차례 더 강하게 후려쳤지만, 실드를 받은 준범이 그 정도에 쓰러질 레벨이 아니었다.

자신을 공격하던 보스의 팔을 단숨에 절단시킨 준범이 보스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지만,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순간 뒤쪽을 지키고 있던 주역이 쪽으로 나타난 보스가 주역에게 화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주역이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이미 중앙에서 혈맹 스킬을 사용하여 주역의 공격력을 30%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법사의 대미지 감소 스킬까지 받은 터라 무서운 것이 없었다.

주역의 반사신경도 대단했다. 순식간에 자신 쪽으로 붙은 그림자 보스가 공격한 시간보다 오히려 주역이 빨랐다.

그림자 보스가 힘도 써보지 못하고 이동하기를 서너 번 시도했지만, 철저히 자신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원정대들을 상대하기엔 아무리 보스라 하더라도 쉽지 않아 보였다.

자기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화가 난 보스가 알 수 없는 괴성을 질렀고 잠시 후 일행의 그림자가 하나둘 나뉘기 시작하더니 10명의 그림자가 30개의 괴물로 변하였다.


------- 등장하는 괴물 -------

오늘 등장하는 그림자 악령이나 그림자 보스는 상상에서 나온 괴물이며 형태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상상한 괴물과 가장 흡사한 괴물의 사진을 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서 찾아 넣어보았습니다.

그림자악령은 이미 많은 영화나 도서에서 소개되었던 악령의 모습이라 상상하기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보스의 경우 말을 탄다는 옵션을 넣었기에 더욱 힘들었습니다.

이번화까지 읽어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처음 목표는 40화를 목표로 하였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네이버 웹소설로 함께 소개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림자보스.jpg 그림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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