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칼의 눈물 10화

불편한 진실

칼의 눈물 (#10)

by 서기선

4명의 사내가 개다리소반을 사이에 두고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모는 왜? 죽인 거야?" 짙은 눈썹에 유난히 몸집이 큰 사내가 물었다.

"계집년이 어찌나 앙칼진지 내 손을 물지, 뭐야" 민머리 사내가 왼손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 모습에, 곁에 있던 두 사내가 껄껄거리며 말했다.

"야! 이놈아, 중놈이면 중놈답게 굴어야지 어디서 계집질이야. 하하하!"

"그러게나 말이야 저놈의 땡중 저러다 큰코다치지 하하하!"

"이자들이 뭐라는 거야! 내가 어딜 봐서 중이냐, 이놈들아!"

"중이 아니면 중 행세는 뭐 하려 하고 다니냐! 하하하!" 왼쪽 눈에 칼자국이 선명한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저놈 얼마 전엔 대장장이를 찾아가 사기까지 치고 왔잖아 하하하"

"액운이 들어 집안이 모두 몰살당할 거라면서 자식을 재물 삼아 칼 한 자루를 만들어주면 액을 물리쳐 주겠다고 했다지 뭐야 하하하!"

"실업은 놈 그래 그자가 뭐라던 똥물이라도 끼얹더냐? 하하하!"

"아니야! 그 대장장이 놈은 더 미친놈이더라고 키득키득 글쎄 당장이라도 만들 기세로 정말로 몰살한다는 말이냐며 되려 묻더라고 하하하!"

"이런 우라질! 뭐 그런 놈이 다 있어? 그래서?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몸집이 큰 사내가 민머리 사내 쪽으로 바짝 다가서며 물었다.

"어험! 뭐라 하긴 그냥 나무 관세음보살 그랬지 "민머리 사내가 잠시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이런 미친 작가들을 봤나 농도 정도껏 해야지 쯧쯧쯧 그러다 진짜 자식이라도 죽이면 어쩌려고…. 하긴 그런 미친놈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래도 농이 지나쳤다. 이놈아!"

사내들이 낄낄거리며 술판을 벌이고 있을 때 갑자기 방문을 걷어차고 대장장이가 들어오며 소리쳐다.

"뭐! 농이라고! 참말로 농이란 말이여?" 대장장이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

"이보시게 진정하게 왜 이러는가?" 곁에 있던 비쩍 마른 체구의 사내가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지만, 대장장이의 눈은 이미 뒤집혀 자제력이나 판단력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였다.

앞을 막아선 사내를 단칼에 베어버린 대장장이가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민머리 사내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스님 진짜 농이었소? 아니지요?" 대장장이가 눈물을 흘리며 물었지만, 오른손에든 칼에서 혈흔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본 민머리 사내가 말을 더듬으며 소리쳤다.

"여…. 여기가 어…. 어디라고 그리 막돼먹은 행동을 하는 것이냐! 당…. 당장 나가거라"

그 모습에 대장장이가 눈물을 훔치며 다시 한번 물었다.

"왜? 말을 못 하시오? 진짜 농이었냐고 묻지 않소" 대장장이가 울분을 이기지 못하고 포효하는 동안 약삭빠른 사내 하나가 문밖으로 달아나려고 뛰었지만, 대장장이가 눈치채고 돌아서는 그자의 등에 칼을 그었다.

그자가 칼을 휘두르는 동안 틈이 보이자, 덩치 큰 사내가 황급히 일어서며 그자의 등을 발로 강하게 내질렀다. 그러자 대장장이가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지며 들고 있던 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민머리 사내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쓰러진 대장장이 쪽으로 빠르게 달려가 그가 일어서지 못하도록 가슴 위에 앉아 그자의 양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기며 소리쳤다.

"馬鹿な奴" (ばかなやつ 바카나 야츠)"

바보 같은 놈 놈의 주먹질에 넋이 나간 대장장이가 의식을 잃었지만, 민머리 사내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다시 일어나 바닥에 나뒹굴던 칼을 집어 들고 대장장이의 목에 겨누며 소리쳤다.

"ここがどこだと思って勝手に入ってきて、死にたいのか?" (코코가 도코다 토 오못테 카티니 하잇테키테, 시니타이노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 죽고 싶은 것이냐?"

그 모습을 본 덩치 큰 사내가 말했다.

"そうだからこそ探りに来たんだったら、静かにしているべきでしょう? どうしてこんな事態を作り出したの? もうやめて!" (소우다카라코소 사구 리니 키탄닷타라, 시즈카니 시테이로 베키 데쇼? 도우시테 콘나 지타이오 츠쿠리다시 타노? 모우 야메테!)

"그러길래 염탐하러 왔으면 조용히 지낼 것이지 왜 일을 이렇게 만들어? 이제 그만해!"

"お前はどうして毎回朝鮮人の味方をするんだ?"(오마에와 도우시테 마이카이 초센진노 미카타오 스룬다?) 너는 어째서 매번 조선사람 편을 드는 것이냐?

"馬鹿な奴、そうしていると私たちの身分が露見したらどう責任を取るつもりだ? しっかりしろ!"

(바카나 야츠, 스우시테이루토 와타시타치노 신분가 로켄시타라 도우 세 키닌오 토루 츠모리다? 싯카리시로!)

바보 같은 놈, 그러다 우리 신분이 발각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

그 말에 민머리 사내가 히죽거리며 대장장이의 목을 베며 나직이 말했다.

"弱な奴! (よわむしなやつ요와무시나 야츠!)"

"나약한 놈!" 민머리 사내는 대장장이를 죽인 뒤 후 안을 제거하기 위해 그의 집에 불을 질러 버렸다.

불길을 뚫고 나온 그의 아내를 사정없이 도륙한 왜놈이 들고 있던 칼과 함께 그녀를 버렸다.

왜놈의 칼에 죽임을 당한 아내의 얼굴에 피가 흘러 귀밑 검은 점을 지나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의 피가 칼의 눈 장식에 닿자, 칼이 바르르 떨었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장식을 스치고 흐르는 핏물의 모습이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아아악! 또다시 알 수 없는 꿈을 꾸어 일어났지만 이번엔 꿈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라 꿈에서 깼을 때 내 옆에 누워있는 칼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 뒷걸음질 치며 소리쳤다.

"저리 가" , "이 요물아! 저리 가!" 그러나 칼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한쪽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왜? 저것이 나와 있는 것이지? 설마? 내가 꺼내놨나?' 이제는 나 자신의 행동마저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냐 분명 집에서 나올 때 기타 케이스에 넣어왔는데…."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설마 저 자식이 스스로 열고 나왔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또다시 오랜 시간 녀석을 바라보았지만, 여독에 피곤했는지 나도 모르게 또다시 잠이 들었다.



keyword
이전 09화현실도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