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눈물(18화) 시즌 2# 6화
신병(神病)이란 무당이 되기 전 앓는 병이다.
그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내 병을 신병(神病)이라고 정의하는 건 맞는 표현이 아닐 것이다.
다만, 증상과 시점이 그러했기 때문에 내가 붙여준 병명이다.
내가 내림굿을 받기 위해 신어머니를 만났을 때 신어머니 되실 분이 "몸살 걸린 것처럼 떨리고 아프냐?" 하고 물으신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고 그것이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미안해 고개를 떨군 채 가로저으며 "아니요"하고 답했다.
그러자 이번엔 어머니에게 아이가 헛것을 본다거나 환청 같은 것이 들린다고는 안 하더냐며 물으셨고 어머니는 동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환청이라고 생각하셨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일부 시인하셨다.
그러나 나는 결국 신을 받지 못했다.
어른들 말씀으로는 시름시름 앓거나 한기가 들기도 하고 이유 없이 몸이 아픈데, 의원에 가도 특별한 증상이 보이지 않는 증상이 신병이라고 하였지만 난 어느 것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내 증상이 마치 그날 어른들이 알려주신 신병과 너무 유사했기에 그리 불렀다.
어찌 된 일인지 803호 녀석이 찾아오지 않고 있었지만 난 여전히 아팠다.
때, 마치 걸려 온 딸아이의 전화 통화로 간신히 몸을 일으킨 나는 딸 내외가 오기 전 탱화를 잘 말아 보관했지만, 그 간단한 동작을 하는 데 1시간은 걸린 듯 몸이 무거웠다.
내가 탱화를 말고 침실로 들어가 그것을 장롱 속에 보관하고 침대 위로 널브러져 있을 때 '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동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걸 왜? 치우는 거야?" 간단한 물음이었지만 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껏 한 번도 나에게 물어온 적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방적으로 동자가 말하면 나는 따랐고 거슬린 적이 없었다.
심지어 내가 시집살이하는 동안에도 그랬다.
다만 이전엔 입 밖으로 알렸다면 결혼과 동시에 혼자만의 판단인 양 행동했을 뿐 동자의 말을 따랐다.
그리고 보니 어쩌면 내가 너무나도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에 기회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동자의 물음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차피 모시지도 못할 거 있어 뭐 하겠어." 반신반의하는 심정이었다.
"그러게 왜! 쓸데없는 짓을 해! 난 누구에게도 속박당하는 거 싫어해! 그게 누구라도"
동자가 내 물음에 답을 했다. 난 그때 비로소 동자와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수십 년을 함께 하면서 그런 것이 가능하리라곤 생각해 본 적 없었기에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그중엔 내가 무척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면 왜? 아니…. 너는 도대체 누구야? 왜? 나한테 있는 거야?"
"지금껏 동자라고 불렀으면 동자인 거지 인제와 누구나니! 그리고 내가 할머니를 선택한 것이 아니고 할머니가 날 선택한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너무 오래돼 생각나지 않겠지만 할머니가 수수부꾸미를 주면서 나를 데리고 갔어! 난 그때 수수부꾸미를 처음 먹어봤거든 그런 귀한 걸 나에게 준 사람은 할머니가 처음이었어! 그러니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날 선택한 것이지"
동자가 많은 말을 했지만,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였기에 동의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난 기억나지 않아 그걸 어떻게 믿지?"
"믿든 말든 그건 할머니 마음이지…. 난! 그런 할머니가 고마워 몇 번이고 위험할 때마다 알려줬는데…. 사실 할머니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을 운명이야 지금껏 살고 있는 건 모두 내 덕이야."
"뭐!"
뜻밖의 말에 잠시 정신이 흐려졌지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잠시 정신이 흐려질 때 죽었을 운명이라던 동자의 말이 하울링을 일으키며 귓전에서 맴돌았다.
"너무 걱정하진 마! 내가 할머니 지켜줄 거야 그러니까 내가 하라는 데로만 하면 돼 이번처럼 말도 전하지 않고 거짓말하면 안 돼"
동자의 말에 잠시 잊었던 803호 녀석이 생각나 물었다.
"그 버릇없는 녀석에게 왜? 관심을 두는 거야? 예전엔 이러지 않았잖아!"
"그 형 아들이 어둠에 먹히면 피바람이 일 거야! 예전에도 그랬거든 그러니 차라리 그 형 아들의 복수를 도와 스스로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한 방법이야."
"어둠에 잡아먹히면 어떻게 되는데?"
"사방 10리의 모든 생명체는 죽어야 할 거야 그리되면 나도 막을 방법이 없어."
동자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1리면 대략 0.4킬로미터(400미터)니까 10리는 대략 4킬로미터이다.
문제는 어디를 기준으로 4킬로미터가 되느냐이다.
말이 4 킬로지 반지름값이 4킬로이니 지름으로 계산하면 8킬로가 된다.
만약 도심이 중심이면 수백수천이 죽을 수 있다는 결론이기 때문에 동자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삼각지 최 보살을 찾아가면 산에 기도드리러 간다고 할 거야. 거길 무조건 따라가 그곳에 가면 그 형이 있을 거야"
"왜? 가야 하는데? 나이 먹어서 산에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칼의 복수를 도와야지. 힘들어도 해야만 해."
동자의 말에 다음 날 일면식도 없는 삼각지 최 보살을 찾아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최 보살을 찾는데 족히 3주가 걸렸다.
단번에 최 보살이 있는 곳을 알려주면 좋으련만 동자가 그곳은 알려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