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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선 Apr 05. 2024

임종

처 작은 아버님이 임종하셨어요.!

처 작은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나와는 다르게 신앙심도 싶으셨던 분이었는데 당신의 믿음처럼 천국에 가셨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로만 본다면 충분히 확신할 수 있다. 

그리 많은 시간 대화를 해본 적도 함께 식사한 적도 손에 꼽힐 만큼의 시간이었지만 그것을 느끼기엔 충분할 만큼 신앙심이 대단하셨다. 

어느 날 연락처를 물어 알려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날 이후 성경을 읽거나 좋은 말씀이 생각나시면 카톡을 보내주셨다. 

처음 몇 번은 감사함에 답톡을 드렸는데 횟수가 늘어나고 밤낮없이 보내주시는 카톡에 서서히 지쳐갔다. 

그도 그럴 것이 운전 중에 혹은 잠결에 받은 카톡에 답장을 쓰기가 참 곤혹스러웠었다. 

한 번 두 번 답톡이 밀리다 보니 어느 순간 일방적인 외사랑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카톡을 보내지 않으셨고 평소에도 자주 만나는 인척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서히 기억 속에서 잊혔다. 

몇 년 전 처 작은 아버님이 입원하셨다기에 안식구와 함께 병문안을 갔던 적이 있었다. 

병실에 누워 계시는 모습에 먼저 보내드렸던 어머님이 생각나 울컥하면서 목젖이 매여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손을 잡아드리는 것으로 마음을 전했다. 

그때 알았다, 몸이 아주 좋지 않아 카톡을 보내지 못하셨다는 것을…. 그리고 또 임종 전 요양병원에 병문안 갔을 때 주변인을 부분적으로 알아보신다고 간호사가 일러주었는데 어떤 물음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눈조차 뜨지 못한 채 누워 계시는 모습이 안쓰러워 손을 잡아드리며 "작은아버님! 서 서방입니다. 

얼른 일어나셔서 또 카톡 보내주셔야지요, 저 그거 좋아했어요. 그러니 또 보내주세요!"라며 조용히 이야기하자, 마치 내 말에 응답이라도 하는 것인 양 작은 움직임을 보이셨다. 물론 정말로 알아듣고 그런 행동을 보이신 건지 아니면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의미를 부여했었다.

그랬던 작은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으니 또다시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떠나보내고 나면 잘했던 기억보다 못했던 기억이 먼저 생각난다. 

조금 귀찮지만 늦더라도 답톡을 드렸었더라면…. 하는 마음이 종일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잠시지만 귀찮아했던 마음도 한몫 거들어 더욱 그렇다. 

이제 더는 나를 위한 아름다운 글귀와 성인의 말씀을 전해주시던 작은아버님은 없지만 당신의 따스했던 마음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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