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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선 Apr 26. 2024

부부의 대화

내 눈에만 보이는 당신

"당신 먼저 가 있어! 알아서 찾아갈 테니"

"알았어! 빨리 와~" 센터 고객인 무 연고의 할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방문한 날이었다.

주차장과 휠체어 대여소의 거리가 워낙 멀기도 했지만, 신분증을 맡기고 휠체어를 빌려 할머님을 모시는 과정이 복잡해 안식구와 할머님을 대여소 근처까지 모셔다 드리고 서둘러 주차를 위해 빠져나가야 했기에 잠시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안식구는 워낙 경험이 많아 잘할 테지만 그녀의 눈에 나는 풋내기 인지라 사람이 많은 대학병원에서 자신들을 찾아 헤매진 않을까 걱정했던 모양이다.

차량흐름에 방해될까 싶어 서둘러 나온 탓에 어떤 진료과를 가는지 A동인지 B동인지조차 묻지 못하고 빠져나왔다.

주차하고 병원 건물로 들어가기 전 근처 카페에서 커피와 음료를 구입한 나는 신경과 쪽으로 먼저 들어갔다.

많은 진료과 중에 신경과를 지목한 건 대부분의 노인은 신경과 혹은 정형외과를 찾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전 이동 중에 요즘 부쩍 깜빡깜빡하신다던 할머님의 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젊은이의 깜빡거림은 건망증이라고 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의 깜빡거림은 치매라고 부른다.

물론 의학적으로 분명 다른 것이지만  내가 겪어본 바론 그랬다.

어찌 됐든 내 예상대로 신경과 대기실 앞에 할머님과 함께 앉아있는 안식구를 발견하곤 들고 있던 커피와 음료를 건네며 물었다.

"접수는 했어? 얼마나 기다려야 한대?" , "어! 했어! 그런데 당신 전화할 줄 알았는데 잘 찾아왔네.!"

"당연하지, 당신이 어디를 가든 난 금방 찾을 수 있어 하하하!"

"치~ 거짓말! 어떻게 찾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집사람이 입을 삐죽 내밀려 조용히 말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빛이 나는 쪽으로 가면 당신이 있던걸." 양쪽 입 꼬리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또 시작이다. 그래 이번엔 뭐라고 물어볼 건데?" 고개를 절래 거리긴 했지만, 궁금한 듯 내 쪽으로 바짝 다가서며 물었다.

"혹시 근처에서 할머님 모시고 다니는 예쁜 아가씨…. 읍!" 내가 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입을 틀어막으며 집사람이 말했다.

"조용히 해 사람들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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