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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선 Jul 17. 2024

불편한 공익제보

의료기관

이달 들어 벌써 두 번째 공익제보를 했습니다. 

재가복지 시설을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의 독거노인분들께 관심을 가지게 되며, 우리 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분들이라도 마음이 쓰이기 마련입니다.

얼마 전,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1년 전쯤 요양병원으로 입원시켜 드렸던 무연고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며 방문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저와는 전혀 상관없는 남남이지만, 센터에서 입원을 시켰으니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혀 모르는 분도 아니고 측은한 마음에 밤 10시 30분쯤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병원에서는 할아버지를 전문병원으로 옮기자는 제안을 했지만, 문제는 그 선택과 입원 절차를 보호자가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저는 당장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밤새 뒤치다꺼리를 하라니 정말 날벼락이었습니다. 

저와 집사람은 보호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 소용없었고, 병원에서는 책임을 회피하며 우리에게 보호자 역할을 떠넘겼습니다.

무엇보다 어르신의 생사가 달린 문제인데 그 선택을 보호자도 아닌 제보자에게 하라니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람은 살리고 보자는 심산으로 전원을 허락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당시 의사 파업 상태라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은 허락되지 않았고, 어르신도 많이 호전되어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바로 어제 일입니다. 

이번에는 우리 센터를 이용하시는 무연고자 어르신이 토요일부터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병원에 가자고 설득했지만, 어르신은 완강히 거부하셨습니다. 

그러다 어제 퇴근 후 7시가 다 되어 안부인사 드리러 갔는데,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결국 119를 통해 입원 수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병원에서는 우리가 응급실로 모셨으니 보호자라며 검사 후 결과 보고, 입원 수속까지 다 하고 가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11시가 넘어서야 귀가를 했습니다. 저는 가족이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없었습니다.

이런 식이면 정말 무서워서 공익제보를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공익제보를 통해 도움을 드리고자 했지만, 오히려 저와 제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된다면 저뿐 아니라 누구라도 망설여지지 않을까요?

제보를 하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워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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