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기선 Nov 05. 2024

차량 목욕

방문요양 차량목욕

얼마 전 센터에서 이동 목욕 차량을 구입했어요. 

트럭 내부에 보일러와 움직이는 욕조는 물론이고 리프트까지 달린 특수차량인데 난생처음 보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답니다. 

한두 푼 하는 가격이 아니기에 구입 전 신중히 알아보고 구입하는 것이 제 기준에선 맞다고 생각했는데 센터장의 결단력 앞에 더는 토 달지 못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답니다. 

차가 나오는 날 탁송비라도 아껴보려고 직접 녀석을 끌고 오는데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차량 내 실려있는 보일러 등 장비의 무게가 상당해 브레이크를 밟는데도 밀리더라고요. 

혹시라도 잘못된 거 아닌가 싶어 판매회사로 전화했더니 승용차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정상이라고 하더라고요. 

탁송하면서 집사람에게 물었어요. 왜 이렇게 일을 벌이냐고 말이지요. 

제 입장에선 이제 센터도 안정권으로 들어섰으니 조금은 여유롭게 생활했으면 하는 생각이 컸거든요. 

집사람의 말을 듣기 전까진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답니다. 

"우리 동네 목욕탕 없어졌어! 알아?" 

"헐! 언제?" 그리고 보니 코로나 이후 대중목욕탕을 찾지 않았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더욱이 화장실 하나를 줄이고 작지만 미니 목욕탕을 만든 탓에 굳이 대중탕을 갈 일도 없었고 코로나 같은 감염병으로부터 조금은 안전할 수 있으니, 위생이나 경제성 면에서 만족했거든요. 

"코로나 때 적자 운영되면서 문 닫았어!"

"그러면 우리 동네 목욕탕 없는 거야?" 

"조금 떨어져 있긴 한데 사우 나장이 생기긴 했어.

"그러면 됐네! 뭐 그게 목욕차 사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아이고! 또 답답한 소리 한다. 내 집 앞 나가기도 힘들어 하루 종일 집안에만 계시는 분이 얼마나 많은데…. 어르신이 거기까지 어떻게 가겠어! 그리고 어르신들은 스파니 사우나니 그런 거 잘 몰라 아무리 잘해놔 봐 자식 없이 혼자 그런 시설을 이용하실 수 있을 것 같아?" 

"그거야 그렇겠지….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할 생각인데? 설마 당신이 목욕시켜 드릴 생각은 아니지?" 

"아니지 내가 아니라 당신이 해야지." 

"뭐!!! 내가! 내가 왜?" 

"걱정하지 마! 매일은 아니고…. 일단 우리 회원님들을 대상으로 할 거구 전문 요양사님을 채용할 거야 당신은 쉬는 날 하루 날 잡아 비회원 독거 어르신 몇 분만 해주면 돼" 

"그러니까 왜! 내가 해야 하냐고?" "주민센터에 봉사한다고 신청할 거거든.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 대상으로 할 거니까 그리 많지는 않을 거야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인데 뭐" 

"아니! 그러니까 왜? 내가 해야 하냐고?" 

"그럼 누가 해! 봉사하는 건데 일당 줘가면서 시킬 수도 없잖아. 그 정돈 도와줘야지 당신이 사장이잖아." 

"뭐라고! 이봐요 그럴 생각이었으면 처음부터 내 의견을 물어봤어야 하는 것 아냐?" 

"물어볼 게 뭐 있어! 어차피 당신 할 거잖아! 아니야?" 

"물론 하라면 하긴 하겠지 그렇지만 최소한 내 의견은 물어봤어야지, 안 그래?" 

"그래서 싫어? 싫으면 안 해도 돼! 평소 당신이 봉사에 관심이 많길래 생각해 본 거야" 

"내가 봉사에 관심이 많은 건 당신이 여기저기 하는 일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이지 나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야 얼마나 계산적인 사람인데…."

"후! 계산적인 사람이라고... 후훗 알았어" 

"뭐야! 그 웃음은 비웃는 거 같은데…."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방금 비웃었지!" 

"아니야 운전이나 똑바로 해!" 그날의 진실을 하늘에 묻고 그날부터 목욕 봉사를 하게 되었답니다. 

다음번 글엔 에피소드도 함께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보니 집사람이 글감을 만들어줬네요.^^

이동 목욕 차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