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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처음이라.

by 서기선

제때 흘러가지 못한 말은

가슴 안쪽에서

돌이되어 굳는다.

돌은 바위가 되고 바위는 가슴을 누른다.


이윽고 숨이 버겁다.


웃음은 어디선가 터지고,

어떤 자리는

텅 빈 채로 남는다.

무너진 것을

누가 어떻게 껴안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채

또 하루가 세워진다.


참 많은 말을 삼켰다.

그 말들이

가슴 안쪽에서 돌이 되었다.

언젠가부터

숨이 무거웠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떠났고

나는 여전히 여기서

무너진 것들을 껴안은 채

다시 하루를 세운다.


아직도 서툴다.

말 한 마디에 울컥하고

누군가의 뒷모습에

한참을 서 있곤 한다.


이름 모를 선택들이

운명이 되고

그 운명이 다시

감당해 가는 시간 속에서,


단지,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져야 했던 순간들이 있다.


나도 그대도 인생이 처음이라 그렇다.


작가의 말-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졌던 날도,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를 살아낸 날도, 있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상처를 준 사람이 우리였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시는 비겁하지만 ‘삶에 서툴렀던 우리’에 대한 self 위로 혹은 합리화나 자기 면죄부입니다.

인생이 처음이었기에, 우리는 그렇게 살아냈고 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용서되지 않는 것 역시 현실이기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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