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바람이었다.
어디로든 흐르고, 무엇이든 될 수 있던 날들.
햇살 속을 달리며 세상을 비웃던 나.
그러나 어느 순간,
내 발끝에 뿌리가 내려
발과 말이 무거워지고
시간이 어깨를 짓눌렀다.
바람이라 믿었건만,
나는 어느새 벽이 되었고
가벼운 숨결을 막고
흘러가는 시간에 잔소리가 늘었다.
완력(腕力)으로도 잡을 수 없는
젊은 날의 그림자.
그들을 이해한다고 착각하며
나는 낡은 길 위에 서 있다.
하지만,
바람은 언제나 다시 분다.
벽 너머로 스며들고
내 안의 먼지를 털어내며
새로운 이야기를 속삭인다.
나는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에서
한때 내게도 있었던
젊은 날의 노래를 찾는다.
이제는 안다.
흔들리는 바람도, 단단한 벽도
모두 내 안의 일부라는 것을.
나는 흐르는 바람을 사랑하고,
멈춰선 나를 포용(包容)하며,
그렇게 나이 들어간다.
그렇게 꼰대를 받아들였고,
이제는 그것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