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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받이

친구

by 서기선

너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늘 네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보다
그날 전화가 왔다는 사실이
더 오래 나를 기쁘게 했다.


말하지 않아도
무거운 마음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묻지도 않고
아무 대답도 요구하지 않던 너는
그날 나보다 먼저
나의 우울을 들여다봤다.


함께 울지 않았지만

등을 내어준 덕에
기댈 수 있었고


말하지 않았지만
위안이 되었다.


살다 보니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조심스러워지고
더 많이 침묵하게 되더라


그렇기에
나는 너를
등받이라고 믿었다.

언제고 쉴 수 있는...


이제는 나도 너의 등받이가
돼보련다.

언제든 찾아오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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