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옷을 입는다.
감정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말은
따스한 극세사를 걸치고,
어떤 말은
거친 광목(廣木)을 입기도 한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말은
누군가의 하루를 환히 밝혀주고,
검은 상복을 걸친 말은
마음을 조용히 짓누르기도 한다.
의사 가운을 입은 말은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듬어 주고
유년의 잠옷을 입은 말은
잊고 있던 꿈 하나를 다시 꺼내준다.
말은 늘
입은 옷보다 먼저
마음을 드러낸다.
그러니,
말을 꺼내기 전
옷의 무게를 먼저 느껴야 한다.
누군가에겐 그 말이
칼이 될 수도,
품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