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없어서
말이 없던 게 아니다.
그저 열심히만 살면 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목소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기도 했다.
해준 말보다
해온 일이 더 많다고
그게 꼭 좋은 부모는 아니겠지만
살다 보면
말을 꺼내기엔
너무 늦어버린 순간들이 있다.
설령 늦지 않았다 하더라도
삼켜야 하는 순간이 존재하기도 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한 끼라도 더 챙기고 싶었던 날들이
훨씬 많았다.
몰랐을 것이다.
내 주머니 속
구겨진 천 원짜리 보다 오래된 걱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네 곁을 맴돌았다는 걸
지금도 마찬가지다.
같이 걷자고 말하는 것조차
이젠 어색해진 나이가 돼버렸다.
그래서 여전히
뒷모습으로만
사랑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