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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편지

스승의 날

by 서기선

달력 한 켠, 붉게 박힌 글자를 보았습니다.
스승의 날.
참 부끄러운 날입니다.


네이버 배경화면 구석에

작은 이모티콘 하나가 반짝였을 뿐인데,

그게 어쩐지 가슴을 쳤습니다.


받기만 하고 전하지 못한 마음 때문일 겁니다.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경주마처럼,

뒤를 돌아보는 일이 사치 같던 시절을 지나
이제서야
비로소 숨을 고르며 떠올려 봅니다.


선생님.

죄송하게도, 그때는 몰랐습니다.
당신이 어떤 마음으로 회초리를 들었는지,
그것을 내리치는 마음이 어땠는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제 어깨에 세월이 내려앉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제 몸도 당신처럼
늦은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있으니,
당신의 하루가
어떤 날들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디 계실까요.
당신의 목소리,
그 조용하고 단단했던 울림은
이제 제 기억 속에서만 살아납니다.


찾을 길 없어 더욱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밥 한 끼,
손 한 번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세월이 먼저 저를 데려왔습니다.


이제라도

감히 인사 올립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선생님.


허공에라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혹여 별이 되셨다면,
부디 그 별빛,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닿고 있으시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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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