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母스 26화 (에피소드) 1
아버지와 나
아버지는 N을 만나기 전까지는 매우 다정하신 분이셨다.
적어도 내 기억엔 그렇다.
가세가 기울어지고 강원도로 내려갔을 때에도 아버지는 자식들과 소통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를테면 용돈을 받을 때에도 우리는 단 한 번도 그냥 받아본 적이 없었다.
용돈 받는 날이 따로 정해진 건 아니었지만 대부분 매월 말일이면 주셨다.
아버지는 용돈을 주실 때면 언제나 웃옷을 벗어야 했다.
그래야 당신의 방법으로 용돈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의 몸 이곳저곳에 100원부터 10,000원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붙이시곤 동생과 나를 불러들이신 아버지는 한결같이 같은 말씀을 하셨다.
[자 ~ 재주껏 가져가라] 그 말은 힘과 스피드 어떤 방법으로든 당신의 몸에 불어있는 돈을 가져가 보라는 뜻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힘과 스피드 혹은 간지럼 등의 온갖 방법을 통해 빼앗은 돈이 나의 용돈이 되었다.
빼앗아 간 돈을 다시 회수하시는 법은 없었다.
잘만하면 한 달 용돈이 10만 원이 넘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는 10,000원 벌기도 힘들었다.
힘은 몰라도 스피드 면에선 나름 빨랐던 나는 제법 많은 용돈을 벌 수 있었지만, 동생은 달랐다.
힘과 스피드 어느 것도 아버지를 이기지 못했던 동생의 평균 용돈은 10,000원 남짓이었다.
10,000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하는 동생이 안쓰러워 어머니가 아버지의 팔을 잡아주는 반칙으로 동생은 조금 더 받아가기도 했다.
그렇듯 아버지는 당신만의 방법으로 소통하고 살을 부디 끼며 살아가길 바라셨다.
그리고 서울에서 내려와 강원도에 왔을 때는 그곳의 환경에 맞게 소통을 시도하셨는데 대표적인 것이 산 더덕을 캐려고 함께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겨울에 얼어붙은 개울에서 개구리를 잡아 튀겨먹기도 했으며, 밤낚시도 이쯤에 배웠다.
더덕을 찾을 때는 주변의 향과 더덕 줄기를 통해 찾을 수 있다는 것과 다래가 얼마나 맛있는 열매인지도 알려주셨다.
도토리를 이용해 도토리묵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양이 필요한지도 직접 경험하게 해 주셨으며, 함께 수석을 줍기 위해 온종일 강가의 돌들을 뒤지기도 했다.
삼엽충 같은 화석을 찾는 방법과 밥그릇으로 통발 만드는 법도 알려주셨다.
도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이런 것들을 당신의 아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다니시며 알려주셨던 다정하신 분이셨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N을 만나기 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를 중심으로 더는 다정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기에 배신감이 컸다.
커진 배신감의 크기만큼 아버지를 미워했었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만으로 글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또다시 자판을 두드리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