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흙이
숨을 밀어 올린다
가라앉아 있던 결들이
어깨를 들썩인다
스윽
보이지 않는 온기가
녹아내린 계절 사이를 더듬으며
몸을 옮긴다
마른 가지 끝에서
톡
굳게 쥐고 있던 마디 하나
풀린다
풀린 자리로
온기(溫氣) 품은 냄새가
가만히 고개를 들고 일어선다
사각
묵혀 두었던 공기가
겹겹이 입고 있던 것을 벗어
바닥에 내려놓는다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소리로
공기가 입술을 움직이며
말을 건넨다
닫혀 있던 시간이
굳어 있던 관절을 풀 듯
흐느적 몸을 늘인다
그리고 먼저 떠오른 향기가
사부작사부작 발을 옮겨
빈 틈을 찾아 눕는다
가만히,
아주 천천히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