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하나

by 서기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한 걸음 물러서는 동안
그는 두 걸음 들어왔고


나는 그것을
관계라고 믿었다


마음을 조금 내어주고
시간을 조금 내어주고
침묵을 조금 더 내어주면


관계라는 것이
더 오래 남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림자가 길어진 후에야
깨달았다


내가 비워 둔 자리들이
관계의 온기가 아니라
나의 부재로 채워지고 있었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
나를 없애는 일은 아니다


누군가를 위해
내 삶의 중심을 비워 두는 일도 아니다


다만
이만큼은 내가 서 있을 자리라고


보이지 않는 선 하나
그어 두는 일


그 선을 넘지 않게 하는 것은
차가움이 아니라


내가
나로 남아 있기 위한
마지막 예의여야 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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