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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sultant SJ Mar 13. 2019

B. 직장인 연봉협상? 진짜 협상이 가능하긴 한가요?

부제 : 직장인의 연봉협상 관련 글인가? 필자의 야구사랑 글인가?

필자는 '야생야사(野生野死)'일 정도로 야구를 좋아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프로야구'를 보고 응원하는 것을 좋아한다. [참고로 올해 프로야구는 3월 23일 토요일 개막하고, 10개 구단이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긴 레이스에 돌입한다.]

1982년 프로야구는 위에 보이는 6개 구단 체제로 출범을 하였다.

1982년 프로야구 개막 원년, 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님의 '취향'으로 인해 OB베어즈를 응원하였고, 필자가 야구를 좀 알기 시작했던 1985년도에 필자의 자발적 의지로 대구를 연고로 하는 '삼성 라이온즈' 어린이 회원 가입으로 필자의 '야생야사'가 시작된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한 번도 서울을 떠난 적이 없다. 주변 지인들은 당연히 필자가 두산 베어스나, LG 트윈스를 응원할 것으로 생각을 한다. No, No, No]

85년도에 아버지와 함께 태평로에 있던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본사 건물인 삼성플라자(현재는 부영그룹의 태평빌딩 자리이다.)에 가서 어린이 회원을 가입하고 회원증, 모자, 노란 잠바[엄청 촌스러웠다], 가방 등의 선물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가입비는 아마 5천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선물로 받은 노란 잠바를 입고 당시 표현으론 '국민학교'를 갔는데 친구들이 엄청 놀려서, 그 뒤로 학교엔 입고 가지 않았던 슬픈 사연이 있다.]

삼성 라이온즈 공식 홈페이지에서 '노란 잠바'사진을 찾았다. 지금 봐도 엄청나게 촌스럽긴 하다. 친구들이 놀릴만했다. 인정한다 친구들아!!

국내 3대 포털(다음!!! 네XX, 구X)에서 '연봉협상'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면 '연봉협상'이란 사전적 정의는 검색되지 않는다. 여러 전문가 분들이 쓰신 글들이 일부 검색되고, 뉴스 탭으로 들어가 보면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협상 관련 기사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노측과 사측의 임단협을 통한 연봉협상 관련 기사들도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직장인들의 '연봉협상'과 관련된, 그리고 도움이 될만한 내용은 검색을 해도 잘 나오지 않는다.


연봉협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협상'에 대해서 이야기 간단하게 하고 가겠다.

협상은 한자로 '화합할 협(協) + 헤아릴 상/장사 상(商)'결합되어 만들어진 단어이다. 단어의 뜻만 놓고 본다면, 협상을 한다는 것은 '대상 간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고 화합하여 결론을 낸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 사전에서도 협상을 '입장이 서로 다른 양자(兩者) 또는 다자(多者)가 무엇을 타결하기 위해 협의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였다.)

70년 가까이 '적대적'관계였던 양국의 정상이 만나 이제 고작 두 차례 '협상'에 임했다. 모든 게 합의되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협상의 KSF(Key Success Factor, 핵심 성공요인)을 본다면 아래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1. 상호 간에 대한 충분한 이해 및 배려

2. 공동의 목적을 인식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화합의 노력

3. 대등한 조건에서 충분한 대화를 통한 'Give & Take'


필자가 이제부터 이야기할 '연봉협상'에 관한 내용도 위의 3가지 'KSF'를 기반으로 풀어나갈 것이다. 해당 'KSF'가 충족될 때 진짜 '협상'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협상'이 아닌 '협의(協議)'일 뿐인 것이다. (협상과 협의는 많이 다르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연봉제'의 최전선에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제대로 된 '연봉협상'을 하고 있을까?


개막일 기준 각 팀 별 1군 등록선수는 팀 별 27명, 총 270명이다. 작년(2018년) Full-time으로 활약한 주전급 선수 중 2019년 3월 12 화요일 기준 '연봉협상'이 결렬되어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FA(Free Agent)로 풀린 '노경은' 선수가 유일하다. 결렬된 이유는 검색해 보시면 바로 알 수 있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FA 제도의 손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참고로 FA 제도는 선수에게 중요한 권리이며 타자는 매 시즌 페넌트레이스 경기수의 2/3 이상 출전, 투수는 규정투구 횟수의 2/3 이상을 투구하거나, 1군 등록 기간이 145일을 넘긴 시즌이 9년이 넘으면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현재 프로야구 선수들이 구단과 연봉을 협상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Type A : 구단 백지위임 (Non-FA 선수에 해당)

해당 Type은 해당 연도 성적이 매우 좋지 않거나, 반대로 성적이 좋은 경우 즉, 양 극단에 해당하는 경우에서 주로 나타나는 형태이다. 협상을 하지 않고 구단이 정한 연봉을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구단과 계약기간이 충분히 남아 있거나, 계약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선수들이 구단에 본인의 절실함을 '읍소'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성적이 좋았고, 더 좋은 성적을 위해 Off-season 운동에 전념하기로 하여 구단에 연봉을 백지위임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구자욱 선수[자욱아~형이 격하게 사랑하다~!!]는 20% 인상(5,000만 원)된 3억 원에 재 계약을 마쳤고, 반대로 최근 FA 계약기간이 만료(4년간의 계약 기간 중 제대로 된 활약을 한 해가 없었다.)된 기아 타이거즈의 윤석민 선수는 84%가 삭감(10억 5천만 원)된 2억 원에 재 계약을 마쳤다. 

'연봉협상'의 방식 중 하나이지만, Type A는 협상이라고 볼 수 없다. 'Bargaining Power'가 전적으로 구단에 있는 만큼 구단 내부에서 해당 선수에 대한 '가치 산정'을 한 뒤 내년도 연봉을 '통보'하는 형태인 것이다. 성적이 좋은 선수야 구단에서 '가치'를 좋게 산정해 주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계약을 맺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해에도 각 구단별로 10~20명의 선수들이 방출을 당하는 게 현실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하지만 4년간 90억을 그냥 '꿀꺽'한 윤석민 선수의 기록을 본다면 기아 타이거즈 구단에서 책정한 2억이란 연봉도 매우 '후한' 대접이라고 본다.

Type B : 구단과 선수의 직접 협상

대부분의 선수가 구단과 연봉을 협상하는 방식이다. 구단 관계자와 선수가 당해년도 기록(실적, 평가결과로 이해하면 좋을 듯)과 다음 시즌의 해당 선수의 기대치, 그리고 팀 내 유사 선수 및 타 팀 유사 선수의 연봉 협상 결과를 고려하여 연봉을 협상해 나간다. Type B 방식은 대부분 Non-FA 선수(자유계약 신분이 아닌, 구단 보류/保留, 영어로는 Reserve라고 쓴다. 영어 뜻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우실 듯)들이 계약하는 방식이고, 일부 FA 선수들도 해당 방식을 통해 협상을 한다.(대리인을 쓸 경우 나가는 Fee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Type B 방식에서도 신인급 선수들이나,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의 경우에도 'Bargaining Power'가 전적으로 구단에 있다. [물론 예외 Case도 있다. 키움 히어로즈의 이정후 선수!! 정말 대단하다. 프로야구 역사상 3년 차 최고 연봉 기록, https://bit.ly/2EYbUWW]

구단과 선수가 거의(?) 동등한 'Bargaining Power'를 가지고 협상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향후 1~2년 내로 FA가 될 가능성이 높고, 성적이 꾸준하게 좋은 선수들(=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선수)에게만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https://bit.ly/2H8OSz2)


Type C : 공식 대리인(KBO 인정 Agent)을 통한 협상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은 '스캇 보라스'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리아 특급' 박찬호 선수가 2001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과 5년 7천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그 당시 우리 '박찬호' 선수의 시장 가치가 매우 높았던 것도 있지만, 이런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던 이유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대표인 '스캇 보라스'의 엄청난 능력 때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말도 안 되는 계약들은 다 보라스가 만들어 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추신수의 7년 1억 3천만 달러 계약, 최근 발표된 브라이스 하퍼의 13년 3억 3천만 달러 등이 보라스 작품이다.) 현재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의 한국 선수는 추신수, 류현진(LA 다저스)이 대표적이고 메이저리그 진출설이 끊이지 않는 NC 다이노스 소속의 '나성범' 선수도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두고 있다.

선수가 구단과 대등한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갖기 위해서 '대리인(Agent)'를 고용하여 '연봉협상'에 임하는 게 미국 프로스포츠에선 일상화된 일이고, 한국 프로야구 시장에서도 최근 대리인 제도가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https://bit.ly/2TC5yEH)

참고로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는 무분별한 대리인의 난립을 막고자 '공인 대리인 자격시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https://bit.ly/2SRGZzd) 필자도 해당 자격시험을 언젠가 응시하여 컨설턴트와 공인 대리인 일을 병행하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필자의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 누군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직장인 연봉협상'이란 내용인 줄 알고 들어와서 읽고 있는데 주야장천 야구 야기만 하니, 사기당한 것 같다. 이쯤에서 그만 읽을게요. 안녕~!


잠깐! 지금부터가 핵심 이야기의 시작이다. 조금만 더 읽어주길 바란다!!


왜 대리인(Agent)을 통할 경우 선수는 구단을 상대로 동등한 'Bargaining Power'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인가? 바로 위에서 이야기 한 세 가지 KSF(Key Success Factor, 핵심 성공요인)를 가지고 설명해 보겠다.


1. 상호 간에 대한 충분한 이해 및 배려

구단과 대리인은 각각 해당 선수에 대한 모든 visible(클래식 스텟뿐만 아니라 세이버메트릭스 데이터 / https://bit.ly/2tVP2Rx), invisible(선수의 신체능력, 건강상태, Potentail 등) data를 가지고 있다. [세이버메트릭스 데이터와 기업의 KPI를 비교하는 글도 올 야구 시즌 내 다루도록 하겠다!!]

물론 정보의 비대칭성은 존재할 수 있다.(선수의 건강상태 부분) 하지만 요즘같이 의료기술이 발전한 시대에 아픈 몸을 숨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즉, 구단과 대리인은 선수에 대한 동일한 data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럼 상호 간의 배려는 무엇인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구단은 선수의 약점을 집요하게 찾아 원하는 협상을 해나가지만 그 과정에선 젠틀하게 이야기하는 것, 반대로 대리인은 선수에 대한 근거 있는 셀링포인트 강조 및 구단의 약점을 찾아 젠틀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공격(?) 하나, 그걸 배려하는 모습으로 포장하는 것 아닐까?


2. 공동의 목적을 인식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화합의 노력

구단과 대리인이 싸우기 위해 협상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구단은 해당 선수가 적절한 연봉(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으로 우리 팀에서 좋은 성과를 내주길 바라는 목적, 대리인은 나의 고객(선수)이 최상의 대접(동기부여가 최상인 수준)을 구단으로부터 받게 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즉, '동기부여가 되어 팀의 좋은 성적, 개인의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공동의 목적인 것이다.

즉,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구단과 대리인은 1번에서 이야기 한 '동일한 data'를 가지고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상'해 나가는 것이다.


3. 대등한 조건에서 충분한 대화를 통한 'Give & Take'

구단과 선수가 협상을 할 때는 구단이 'Bargaining Power'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동일하다고 본다. 야구 선수들이 덜 똑똑해서가 아니라, 구단에게는 해당 선수를 대체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미국의 경우 엄청난 질적/양적 수준을 갖춘 마이너리그 선수들, 한국의 경우 2군, 3군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선수들의 '말발'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에 실력 있는 '대리인'이 등장한다. 해당 대리인은 한 명의 선수만 보유한 것이 아니라 해당 구단, 그리고 타 구단에 소속되어 있는 '여러 선수들'의 대리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구단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Bargaining Power'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많은 슈퍼스타를 보유한 대리인 스캇 보라스의 경우, 오히려 구단보다 더 큰 'Bargaining Power'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스캇 보라스가 높은 대리인 Fee를 받지만 선수들이 보라스와 함께 하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구단은 해당 대리인이 보유한 다른 선수들과의 협상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반대로 대리인은 보유한 선수들의 협상을 모두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상호 '신의성실'에 입각해서 협상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다양한 Option을 포함하여 구단과 선수가 모두 Win-Win 할 수 있는 'Give & Take'가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국내 프로야구에선 자유계약 선수들 위주로 옵션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https://bit.ly/2TqI6Lt)


프로야구 구단과 우리가 몸 담고 있는 기업의 목적은 같다고 본다. '성과창출'인 것이다.


올해의 목표는 '우승', '시장 1위'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모든 야구 구단이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기업들도 1등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우승과 1등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어야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는다고 반드시 우승과 1등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8년도를 기준으로 보면 메이저리그 우승팀인 보스턴 레드삭스는 전체 구단 중 연봉 총액 1위를 기록했고/https://bit.ly/2TpF7D8, 한국 프로야구 연봉 총액 1위 팀인 기아 타이거즈는 시즌 순위 6위에 그쳤다./https://bit.ly/2XMX2lF)


야구판에서 효율적 팀 운영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말이 있다. 'Moneyball(머니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를 연고로 하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Oakland Athletics)'라는 야구단을 단장(98년~2015년)과 부사장(2015년~현재)으로 이끌고 있는 '빌리 빈(본명 William Lamar Beane)'의 구단 경영방침을 경제 저널리스트인 마이클 루이스가 2003년에 책으로 발간했고, 2011년에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로 개봉해서 상당한 흥행을 거두었다. [야구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Moneyball'이란 영화는 좀 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중년~브래드 피트 형아~!!]

영화 머니볼의 실제 주인공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현 부사장인 '빌리 빈'이다.

오클랜드는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인구 36만 명 정도 되는 작은 도시이다. 캘리포니아 주만 해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제외하고도 4개 구단이 더 있다.(LA 다저스, LA 에인절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샌프란스시코 자이언츠) 해당 구단의 연고 도시들은 모두 대 도시이며, 경제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상당한 투자를 하는 구단으로 유명하다.

또한, 오클랜드가 속한 리그는 AL(아메리칸리그) 내 서부지구이고, 경쟁팀들은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통 큰 투자로 유명한 팀들이다.(추신수가 속한 텍사스 레인져스도 AL 서부지구다.)

2018년 오클랜드는 AL 서부지구 2위를 차지했고,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4위라는 대단한 성과를 창출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한 것처럼 2018년 MLB 우승팀은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흠잡을 곳 없는 시즌을 보냈고, 압도적 전력으로 류현진이 뛰고 있는 LA 다저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팀으로 등극했다.

그런데 과연 'ROI'관점으로 보면 1위를 한 보스턴과 2위를 한 LA가 정말 '효과적 투자'를 했다고 볼 수 있을까? MLB 전체 순위 4위를 한 오클랜드는 투자 효과성 관점에선 어떠할까?

단순히 'ROI'관점으로만 놓고 본다면, 2018년 1위 팀은 단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이다.(https://bit.ly/2EMEAAO, 물론 광고, 중계료, 상품 판매 등 부가적 Sales & Profit은 제외하고 보자)

30개 구단 중 가장 작은 연봉 총액(약 763억)을 가지고 97승을 올렸다. 1 승당 약 8.2억 원을 쓴 샘이다. 1위를 차지한 보스턴 레드삭스는 약 2407억의 연봉 총액을 투자해서 108승을 올렸다. 1 승당 약 22.3억 원을 쓴 것이다. 보스턴이 1승을 올리는데 오클랜드보다 약 2.7배의 돈이 더 투입된 것이다. [물론 우승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달성한 보스턴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같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LA 다저스는 1승을 올리는데 21.1억, MLB 전체 순위 21위를 차지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1승을 올리는데 무려 30억의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랜드의 전략은 명확하다. 저비용 고효율, 높은 ROI를 달성하자. [구단주(John J. Fisher, Gap Inc. 창업주의 아들)가 가난하진 않으나, 투자에 인색한 것은 분명하다. 꾸준히 상위 컨텐더는 가능하겠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은 어려울 것 같다는 필자의 의견이다.]

최적의 선수(적절한 연봉, 클래식 스텟 보단 세이버 메트릭스 관점에서 효율이 높은 지표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를 선호)로 팀을 구성하고, 슈퍼스타의 영입보다는 신인을 육성하여 팀을 꾸준히 상위권에 유지시키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구단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프로구단보다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자본수익률)가 더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불확실성이 높은 현시점에서 ROI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기업의 본질은 '이익 추구'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좋은 ROI Rate를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쉽게 말해서 경쟁사와 동일한 이익을 창출한 상황에서, '적게'투자한 기업이 높은 ROI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엔 더 많이 투자해서 더 많은 이익을 가지고 오는 관점의 경영적 판단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 트렌드는 최적의 투자를 통해 최적의 이익을 가지고 오는 관점의 경영적 판단이 주를 이루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현시대에서는 이러한 판단들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이고, 결국 최적의 투자는 HR 관점으로 '최적의 인력 규모(Manpower planning)' 및 '총인건비의 적절한 통제(Pay Policy)'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 직장인들은 어떻게 회사와 '연봉협상'을 해 나가야 하는 것인가? 연봉협상을 할 수는 있는 것인가?

직장인의 '슬기로운 연봉협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연봉협상'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먼저 정리해 보겠다. (일단,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직장인의 '연봉협상'은 이직 상황에서 발생하는 내용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가겠다. 동일 직장에서 매년 이루어지는 '연봉 재계약' 시 발생하는 '연봉협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직장인들의 '연봉협상'이 어려운 이유


여러분들도 직장 생활을 하시면서 제대로 된 '연봉협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이러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생각에는 대부분의 직장인은 '연봉협상'이 아닌 '연봉 통보 또는 연봉 협의'를 통한 재계약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본다. 많은 기업들이 '연봉제'를 도입했지만, 왜 기업은 직원들과 진짜 '연봉협상'을 하지 않는 것인가?


<1. 노동법 & 근로기준법 & 취업규칙을 통한 법적 보호>

연봉협상이라는 것은 얼마나 많이 올릴 수 있느냐만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성과가 나쁠 때 합당한 수준에서 얼마나 연봉을 삭감할 수 있느냐도 고려되어야 하나, 현실적으로 '연봉 삭감'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직장인(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에 따라 고용의 보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체협약/취업규칙에 따라 급여 삭감의 보호장치(개인 동의도 필수적으로 필요함)가 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이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급여를 삭감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기업이 '연봉제'를 도입했지만 개별 구성원과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Up & Down이 분명한 '연봉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2. 일반적 직무 수행자가 만들어 내는 성과가 어느 정도 예측됨>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속된 말로 '미친'듯한 활약을 통해 엄청난 성적을 올리는 것, 그 결과 연봉이 두배 이상 인상되는 일들이 프로야구 판에선 가능하다. 그런데 기업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할까?

기업이 구성원을 관리하는 기본 Frame은 '직무(Job)'체계이다. 수평적인 기능 관점과, 수직적 역할 관점을 동시에 고려하여 기업 및 산업 특성을 고려한 '직무체계'를 설정하고 해당 체계를 기반으로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즉, 직무 별 수행해야 할 역할, 책임범위, 필요역량, 관련 KPI 등이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고, 해당 업무를 수행했을 때 기대되는 성과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성과의 Good & Bad는 있을 뿐, Surprise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다. 예상한 범위 내에서 성과가 발생하고, 예상 범위 내 성과가 나올 때 적용하는 기본급 인상 및 인센티브 지급 Rule이 대부분의 기업의 인사제도 안에 잘 세팅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봉협상'이 아닌, 정해진 Rule에 따라 '연봉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3. 연봉협상 전 총 인건비 Budget은 이미 확정되어 있음>

대부분의 기업은 3/4분기 정도가 되면 내년도 사업계획 준비에 들어간다. Operation Cost 관점에서 사업계획 수립의 중요 부분 중 하나가 '노무비와 인건비' Budget을 확정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최적의 인력 규모(Manpower planning)' 및 '총인건비의 적절한 통제(Pay Policy)'의 벨런싱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 늦어도 해당 의사결정은 12월 초에는 완료가 된다. 그런데, 직장인들의 '연봉협상'은 언제 이루어지는가? 보통 평가 프로세스가 종료되고, 승진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끝난 1월 중순 이후 이루어진다. 이미 정해진 Budget 내에서 평가등급에 따라 차등적인 기본급 인상률을 적용받게 된다는 것이다. 즉 '연봉협상'이 아닌, '연봉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업마다 기본급 체계를 운영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평가등급에 따라 기본급 인상률을 차등하는 방식은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직장인들이 '슬기로운 연봉협상'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연봉을 올리기 위해서 '이직'을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평생직장의 시대가 아닌 평생 직업의 시대이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자발적 의지에 따라 '직장'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자주 옮길 수 있을 것인가? 연봉에 불만이 생길 때마다 성공적인 '이직'을 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을 알기에 필자는 우리 직장인들에게 현재 다니는 곳에서 '슬기로운 연봉협상'을 하기 위해 평상시에 무엇을 준비해 두어야 하는지 이야기하겠다.


<1. 내 '직무'를 명확히 이해하자>

가장 먼저, 내가 맡고 있는 '직무'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내가 직무담당자로써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어떠한 책임 범위를 가지는지, 해당 직무 수행자에게 기대하는 성과에 대해서 스스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업무 수행을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좋은 평가라는 것은 기대(목표)에 부응하는 성공적 업무수행(결과)이 이루어질 때 사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좋은 평가결과를 받은 구성원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기본급 인상률 및 인센티브 지급률을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수행하고 있는 '직무'의 명확한 이해가 필수적인 것이다. (직무기술서는 서류로 필요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직무기술서를 지금 당장 확인해 보길 바란다.)


<2. 'Career Plan'을 잘 세우자>

컨설팅을 하다 보면, 고객사 구성원들과 인터뷰할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인터뷰 말미에 고객사 Interviewee에게 '당신은 향후 10년간 어떠한 Career Plan을 계획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드리곤 한다. 생각보다 많은 Interviewee들이 본인의 Career Plan을 이야기하지 못하거나, 단기적 계획을 필자에게 이야기해 준 정도였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매우 구체적인 '휴가 계획'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본인의 '성장 계획'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으로서, 더 나아가 직업인으로서 '분명한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가치(조직 내 또는 노동시장)'의 상승은 결국 높은 보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아직 본인의 Career Plan이 명확하지 않다면, 일단 3년간의 Career Plan을 세워보자. 3년 후에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그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 조직의 테두리 내에서 본인의 역할의 확대, 그리고 추가적 노력을 통한 자기 계발 등의 구체적 실행 과제들을 정리해 보길 바란다.


<3. '역량'을 확대해 나가자>

필자의 경험상 '성과'는 창출되는 결과마다 찍히는 '점'의 개념이고, 점과 점 사이를 연결하는 '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성과의 변동폭을 줄이고 안정적인 우상향의 성과 향상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얼마나 탄탄한 '역량(선)'을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직장인이 역량을 확대해나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함께 시너지를 내야 한다.

첫 번째 요소는 '역할의 확대'이다. 스스로 역할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용기'가 필요하다. 필자가 말하는 '용기'는 일에 대한 열정, 스스로 하는 동기부여, 변화에 대한 적응력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환경은 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기존 업무의 형태가 아닌 보다 애자일(융복합적의 개념으로 이해하자)한 업무적 변화가 요구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앞서 이야기 한 '용기'가 반드시 필요하고, '용기'있는 대응의 결과는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본인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고, 그 경험이 축적되면 결국 자연스러운 역할의 확대가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요소는 '자발적 학습 노력'이다. 학문적 견해는 아니지만,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성인 교육에 있어서 자발성이 결여될 경우 어떠한 교육 효과도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역량을 강화하는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본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회사를 상대로 'Bargaining Power'를 가질 수 있는 '가치 있는 인재'가 되면 얼마든지 본인 주도의 '연봉협상'을 해 나갈 수 있게 된다.

필자는 스스로 이런 맘으로 컨설팅을 하고 있고, 주변 후배들에게도 늘 이런 이야기를 해 주곤 한다.

'연봉은 협상을 통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치가 올라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것이야.'


우리 직장인들이 조직에서 보다 특별한 인재, 필요한 인력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면, 국내 기업에서 소수만 누릴 수 있는(보편적 인사제도의 테두리를 벗어난) 진짜 '연봉협상'을 통해 본인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의 금전적 가치를 얻어 낼 수 있다고 필자는 굳게 믿고 있다. '우리'라고 그런 인재가 되지 말라는 법 있나? 우리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각 기업의 리더분들에게도 한 가지 부탁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직장인의 연봉은 회장님/사장님이 주는 것도, 임원 분이 주는 것도, 팀장님이 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회사가 맡은 바 역할을 다 해주는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정당한 '대가'인 것이다. 그렇다면 직원들과 직접 대면하여 '연봉 협상 또는 조정'의 역할을 수행하는 리더분들께서도 '평가 결과에 따라 결정된 금액이니 사인하세요'의 태도가 아닌 해당 과정 속에서 우리 구성원들이 '존중받고 있다'라고 느낄 수 있는 소통과 설명 그리고 후배의 Career를 함께 고민해 줄 수 있는 그런 리더가 되어주시길 부탁드리며 이번 글을 마무리한다.


2019년 3월 13일 수요일 Consultant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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