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리더십의 이슈를 리더 자체의 문제로만 볼 순 없다.
3월 18일 오후에 필자는 고객사인 A社(진짜 A로 시작하는 회사는 아니다.) 대표이사, 임원, 팀장을 모셔놓고 '리더십 특강'을 진행했다. 한 시간 반 여의 특강을 집중해서 경청해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했다. 특강 내용 중 브런치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을 추려, 이번 글을 써보려고 한다.
필자가 고객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리더십 특강의 제목은 'Crisis of Leadership'이었다.
왜 필자는 현 리더십의 상황을 '위기'라고 본 것일까?
개인의 리더십이라는 것은 본인의 본성적인 특성(Trait)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리더십의 상황적 요소가 결합하여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얼마 전 들었던 맥킨지 팟캐스트에서 맥킨지 시니어 파트너인 'Claudio Feser' (Talent Management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음)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리더십에 관한 수백 가지의 정의가 있다. 10명에게 리더십의 정의를 물으면 10개 이상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학문적으로 리더십의 유형을 일정 개수의 Type으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의 리더십은 리더의 숫자만큼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성과를 잘 내고 있고, 그 속에서 리더들은 성공적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데 왜 필자는 '리더십의 위기'라는 자극적 표현을 사용한 것일까?
리더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적 변화 중 첫 번째는 시간이라는 '재화'가 무한(?)에서 유한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2018년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시대가 시작되었다. (참고로 300인 미만, 50인 이상은 2020년 1월, 50인 미만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쉽게 말하면 1주일에 근로자들이 일 할 수 있는 시간이 정규 근로시간 40시간(8시간 x 5일)에 12시간(휴일 근로까지 포함된 것)의 추가 근로만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유연근로제'로 인해 모든 직원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도 추가되었다.
일단 아래 그림을 보자. [참고로 해당 그림은 필자가 직접 그린 내용이다.]
좌측의 그림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전의 모습이다. 기본 8시간에 추가로 @만큼 시간 투입이 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에, 8시간 근무를 통해 'X' 만큼의 Output을 만들어 내지 못한 'C氏'도 추가적인 시간을 더 투입해서 Output을 'X'만큼 만들어 내, 결국 '보통 성과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구조이다. (8시간 동안 'X' 만큼의 성과를 창출했던 A氏도 추가 시간 투입을 한다면 'X+z'만큼의 성과를 창출해 '고성과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있다.) 개인 입장에서는 '어떤 성과를 창출하는 인재'로 인정받느냐의 이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이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창출해야 하는 Output의 총량은 동일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숙제'인 것이다. 심플하게 보면 이 '숙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방법은,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Output은 동일한데, 투입비용이 증가하여 창출되는 ROI가 낮아짐으로 기업에서는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방법 중 하나이다.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필자를 비난하지 말아 달라. 주 52시간제 관련 내용도 별도로 다룰 예정이다.]
두 번째 방법은, 동일한 인적자원 규모를 유지하면서 '내부적 운영 혁신'을 통해 목표한 Output을 도출해 내는 것이다. 혁신은 늘 어렵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혁신을 안 한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매년 혁신을 해 오고 있다. 과연 추가적으로 혁신을 할 부분이 있을까? 필자의 경험상 많은 기업에 여전히 혁신을 할 'Room'은 존재한다고 본다. Work Smart, 업무 Process 개선, R&R 명확화와 Gray Zone(유사/중복업무, 공백 업무, 조직 Mission 불일치 업무 등) 개선, 회의문화(방식, 시간, 횟수 등) 개선 등 다양한 영역을 면밀히 살펴보면 개선을 할 부분이 상당히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기업은 우선 두 번째 방법인 '내부적 운영 혁신'을 선택할 것으로 생각된다. 혁신의 시도 자체가 기업에게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분명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부적 운영 혁신'의 목표는 누구에게 부여되는 것이고, 해당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서 회사가 기대한 성과를 도출해 내는 1차적 책임은 누가 지게 되는 것인가? 바로 리더들인 것이다.(아쉽게도 오너는 아니다.) 쉽게 말해 팀장들에게 해당 팀의 '운영 혁신'이라는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답이 명확한 숙제도 아니다. 그리고 혼자 할 수 있는 숙제가 아니다. 팀원들과 함께 해야 하는데 팀원들은 52시간 내에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기도 바쁘고, 예전과 달리 '우리가 해야 할 추가적 공통 과업'에 대한 관심이 적다. 소위 말해 함께 '으쌰 으쌰'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팀장 혼자서 시간을 더 투입하고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숙제가 아닌 것이다. 어떻게든 팀원과 함께 이 숙제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지금의 리더들은 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본인이 발현하는 리더십의 모습이 현재 팀 내 주축인 '밀레니얼 세대'와 여러 형태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밀레니얼 세대의 전면 등장'이 리더십에 영향을 주는 두 번째 상황적 변화이다.
1980년 생부터 2000년 생 까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해당 나이의 인력들을 보면 일반적 기업의 신입사원들부터 과장 또는 차장까지, 실무 업무를 주관하는 전체 인력 모두가 밀레니얼 세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필자의 회사가 최근 컨설팅을 수행한 기업들의 직급별 연령 분포 평균 데이터를 보면 약 65% 이상의 인력이 밀레니얼 세대로 나타나고 있다. 대세 중에 대세인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 관련 글은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 다루도록 하겠다.]
밀레니얼 세대의 전면 등장이 왜 리더십에 영향을 준다고 필자는 이야기하는 것일까?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 특징(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들이, 현재의 리더(X 세대 + 베이비붐 세대)들이 바라보기에는 '우리 땐 안 그랬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의 리더들이 가지고 있는 '보상심리'를 버려야 한다. 그걸 버리지 못하면 '아싸'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나온 아티클들을 종합해 보면 밀레니얼 세대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자기 주관이 강함, 수평적 협업에 익숙함, 면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는 SNS,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함, 정보의 공유에 늘 포함되길 원함, 즉각적인 업무 피드백을 원함, 조직에 대한 Loyalty 보다는 일에 대한 의미를 더욱 중시함
필자는 직장인의 역량(Skill, Knowledge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이 쉽게 계발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리더십 역량은 좋은 'Role Model'이 있다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Trait)을 기반으로 'Role Model'이 보여주는 리더십을 참고하여 리더로써 갖추어야 할 모습을 조금씩 형성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재의 리더들은 밀레니얼 세대와 같은 특성을 나타내는 직원들을 성공적으로 관리해 나간 좋은 'Role Model'을 본 적이 없다. 얼마 전까지는 문제가 없었던 '수직적', '위계적' 전통적 리더십의 모습을 주로 보면서 본인의 리더십 역량을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모습을 스스로 찾아야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리더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적 변화 중 세 번째는 Agile(애자일)이란 개념이 일반적 업무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Agile(애자일)은 2000년대 초반부터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은 항상 변화하는 것 자체가 기본 속성이기 때문에, 다양한 변화에 대응하고 변화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줄여나가기 위해서 고안된 업무수행 방법론 중 하나이다. 즉, 애자일의 핵심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빠른 피드백인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많은 경영자들이 'Agile(애자일)'에 꽂히게 된 것 같다. 기업 입장에선 너무나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소비자의 니즈는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연간 사업계획이 무의미해지고, 지난 몇십 년간 운영해 온던 성과관리체계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가장 적절한 개념이 'Agile(애자일)'이었고, 이 개념을 경영 전반에 적용시켜 나가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애자일 열풍이 조금은 우려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필요한 곳에 잘 쓰인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Agile 관련 글도 준비 중이니 곧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리더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Scrum'의 리더로 역할을 해야 하고, 2~3주 주기의 'Sprint'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라고 한다면? 과연 몇 % 의 리더가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본인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일반적 도로에서만 운전하던 운전자에게 갑자기 경주용 트랙에서 목표한 Time Record를 기록하라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지금의 '리더'들이 힘들다는 것도, 그들의 리더십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리더가 리더십을 발현하는 것은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만들어진 것을 발현하면서 리더십을 보다 성숙하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의 리더들이 리더십 역량을 형성해 나갔을 때의 상황과, 리더십을 발현하고 있는 상황의 Gap이 너무나도 크다. 지금의 리더들에게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현하지 못한다고 리더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만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 그리고 경영자들은 조금만 차분하게 기다려 주셨으면 한다. 리더들에게도 약간의 시간은 주어야 한다. 리더들에게 요구하는 리더십의 모습이나 역할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고, 리더들이 이 부분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주어야 할 것이다. 가르친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마음가짐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행동도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리더들이 본인이 관리해야 하는 구성원들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리더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하는 것인지, 리더 본인이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구성원들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서 재 정비를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훌륭한 리더는 리더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동료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도 좋은 리더로 평가받는 사람들 곁에는 좋은 리더 이상의 훌륭한 동료, 조력자들이 있었다. 우리의 리더들이 지금 '혼란의 시대'에서 리더십의 방향을 잃지 않고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이 글을 읽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스스로가 훌륭한 팀원, 동료, 조력자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하고,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라며 이번 글을 마무리한다.
2019년 3월 27일 수요일 Consultantsj
참고로 이번 글은 국내에서 가장 차별적인 채용서비스 Solution을 제공하는 'Wanted'의 Monthly HR Letter로 소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