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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에서 소멸하고 있는 것들

지난 주말 카카오 전산 시설이 있는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의 먹통 사태는 대규모 최장기였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의 먹통으로 대한민국의 일상이 멈췄다. 10시간이 넘게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등 주요 서비스 접속에 장애가 있었고, 다음 이메일은 이틀이 넘게 복구가 되지 않고 있다. 영향력이 컸던 만큼 일상 깊숙이 피해도 크게 나타났다.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세상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효과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의 변화는 편리함을 주었다. 하지만 그 기술과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들도 많았다. 


 문자의 편리함을 경험했지만, 얼굴을 보지 않고 소통하면서 '바라봄'을 잃었다. 종이 없는 세상, 페이퍼리스(Paperless)를 구현하면서 효율성을 경험했지만, '사물'을 잃었다. 클라우드를 경험하면서 '공유'를 할 수 있었지만, '현장'이 사라졌다. 카카오 사태를 바라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디지털 사회와 소멸된 것들'이었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철학자 한병철 작가는 《사물의 소멸》에서, 세상이 디지털화되면서 사물의 시대에서 반사물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보의 시대로 넘어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의 삶은 어느새 넘치는 정보가 지배하고 있고, 실재와의 접촉이 없이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통하지만, 공동체에 속하지 못한다. 우리는 엄청난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기억을 되짚지 않는다. 우리는 친구와 팔로워를 쌓아가지만, 타자와 마주치지 않는다. 그러하여 정보는 존속과 지속이 없는 삶 꼴을 발전시킨다." 작가는 사물의 시대에서 반사물, 즉 정보의 시대로 넘어가는 이행기에 살고 있는 오늘을 성찰하게 한다.     


코로나19를 경험하고, 더욱더 빨라진 디지털 세상은 편리함과 이전까지와는 다른 세계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번 카카오 사태는 불편함 이상의 디지털 쓰나미와 같은 일이었다. 생각하지 않은 일들을 겪으며, '바라봄이 사라진 관계' , '사물이 사라진 정보의 세계'의 현실을 떠올려본다.     


막대한 양의 정보와 데이터가 삶의 풍요로움이며, 이것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삶에 경쟁력을 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배우고 질주했지만 ‘앎’이 주는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니 허전하다. ‘구독’과 ‘좋아요’ ‘댓글’이 연대와 소통의 행위라고 지속적인 행동을 하지만, ‘삶’이 주는 기쁨은 없다.


잠시 멈춤이 주었던 교훈도 있었다. 지인 한 분은 카카오톡이 안되어서 강제 휴식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일상과 업무를 거의 디지털로 하다 보니, 또 하나의 세상인 디지털 세상에서 분주했던 일들이 멈추면서, 그 시간이 결국은 자신의 시간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점점 소멸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또한 그 가운데에서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소개도서

《사물의 소멸》 (한병철 지음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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