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사고 소식 앞에서

예고 없는 이별

by 독서로 경영하라

그날 이후,

나는 한 해 며칠 남지 않은 시간이 이렇게 쉽게 뒤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2024년 마지막 주일 점심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준비하던 시간,


텔레비전 자막 아래로 속보 한 줄이 흘렀다.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 발생.”

sa241229-8.jpg 사진 출처_인터넷 뉴스기사 참조

순간 한 해 마지막 일요일 점심시간의 공기는 차갑고 조용해졌다.

누구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식탁 위에 놓인 따뜻한 음식과 달리

뉴스 속보로 나오는 비행기의 폭발사고 영상 앞에

안타까움과 왠지 모를 두려움이 흘렀다.



식사를 마칠 즈음 전화벨이 울렸다.

어머니가 전화를 받으시더니

표정이 빠르게 굳어가며 목소리에 떨림이 흘렀다.


“외삼촌과 숙모님이… 그 비행기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모님의 전화였다.

급히 탑승자 명단을 확인했다

두 분의 이름이 있었다.


어머니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셨다.

이모님과 이모부가 도착하자

세 분은 아무 말 없이 무안공항으로 향했다.


집 안에는 텔레비전 속 사고 현장만 계속 반복되고 있었지만

나는 그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몸은 늘 앉던 소파에 있었지만

마음은 현실의 어딘가와 연결이 끊긴 듯했다.

그저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기억하는 외삼촌

항상 밝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외할머니에게는 든든한 아들이었고,

이모님들에게는 기대고 싶은 남동생이었고,

조카들에게는 먼저 웃어주고 먼저 챙겨주는 존재였다.

그런 분이 사고 소식 속 명단에 있다는 사실은

머리로는 이해되었지만

마음은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다.


부모를 잃은 동생들,

오빠, 그리고 형을 잃은 이모와 외삼촌

친구를 잃은 외삼촌의 지인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 현실을 붙잡으려 애쓰고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를 한순간에 잃은

96세의 외할머니의 울음.


말 그대로 ‘창자가 끊어진다’는

애끓는 울음을 들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가슴이 깊게 내려앉는 걸 느꼈다.


너무 좋은 사람이었기에

참기 어려울 만큼의 빈자리가 남았다.

슬픔은 울음보다 더 조용한 방식으로

우리 가족의 마음을 덮어갔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지 일 년 만에

또 하나의 예고 없는 이별이 찾아왔다.

두 번의 상실이 겹쳤을 때

내 삶은 다시 크게 흔들렸다.


그 이후 나는

삶이 예고 없이 꺾이는 순간들을

더 이상 남의 이야기로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무안공항을 오가며

그리고 유가족들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마음은 종종 무너졌고

생각은 끝없이 흩어졌다.


그때 나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마음이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이상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러던 어느날 문듯 길을 걷다가 시작된 달리기

나는 도망치듯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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