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석준 Aug 09. 2018

한 여름의 서울 그리고 다낭, 상태 #3

난필. 4

한 여름의 서울,

더위가 가져다주는 무기력함에 중독되다.

인풋이 없는 보통의 나날들.

빈 공책의 책장을 넘기듯 다르지만 같은 장면의 반복이다.

더 이상 오를까 싶을 정도의 야외 온도와 실내의 알싸한 에어컨 바람은 지금 나와는 정확히 역순이다.

당신, 이 시원함 이면엔 그대 남몰래 뒤로 흘리는 눈물이 있기에. 그대와 난, 차갑게 식은 열병이다. 


오랜만의 빗소리에 정신이 깬다. 

내린 비가 더위를 한 김 식히고, 물기 머금고 주변에 떠다니던 손에 잡힐듯한 감정들이 결국 방울져 내린다. 목적지를 상실해버린 방향감각이 우울한 것들과 손잡고 내리니 차라리 다행이다. 쉼표 같은 빗방울이 잠시 현실감을 내려준다.


그리고 떠난 곳 다낭,

어느 순간부터 여행이 인생의 쉼표만이 되어가고 있다. 등에 붙어 있던 배낭은 어느새 캐리어로 둔갑하고, 땀 흘려가며 두 손, 두 발로 찾던 경험 대신에 선베드에 누운 채 마실거리만 찾고 있다. 새로운 것들을 갈망하고 부딪히던 그때처럼. 휴가가 다시 내게 느낌표가 될 수 있을까. 단순히 휴식이 아닌, 열정에 린치핀을 다시 꽂을 수 있을까. 어쩌면 1,500원짜리 커피의 맛을 알아버려, 서울과 다낭 커피값의 차액만큼의 여유에 이미 빠져버린 걸지도. 


호텔 방 안에 홀로

두 베개 모두 내 차지이고, 어느새 하나가 익숙하다. 멀어져 간다는 그런 거겠지.

밀크티를 보며 이제 네 이름보다 다른 것이 먼저 생각나는 것.

하루에 한 번씩 찾아보던 네 프사가 이제는 언제 바뀌었는지도 알지 못하는 것.

멋진 야경을 볼 때, 더 이상 옆자리를 먼저 보지 않는 것.

바라보고 있는 곳에 더 이상 네가 없다는 것.

입 밖으로 소리 내는 네 이름이 낯설어진다는 것.





The way to love anything is to realize that it may be lost.
Now I realize how to love, but it was late.
I have to go ahead despite the  pounding in the heart that says: turn back. 
No matter where I go. Just remember that I was here.


작가의 이전글 비 오는 날과 수면안대, 상태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