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3
공원 벤치에 덩그러니 앉아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지도 않을뿐더러
날, 널 기다리는 이도 없는 이 밤.
저 먼 곳에서 반짝거리는 불빛과
산책로를 따라 왕래하는 사람들,
잔잔하게 내리쬐는 형광불빛 아래.
손에는 커피 한잔 들고
마음은 둘 곳 없다.
야속한 하늘이 구름으로 속내를 가리고,
스치는 사람들의 신발에 눈길이 갈 때.
기다림이 기꺼워지고
이 더위 속에서 타인의 살결이 그리울 때.
나는, 너는 외로움이다.
그래도, 이 또한 어떠하리.
데네브와 알타이르 대신 새털을,
신발 대신 가야 할 길을 보며.
타인에 길들여진 나 자신을 안아보자.
뻥 뚫려 허전했던 마음에 때 아닌 바람 한줄기 관통해 나가면
비로소 나는, 너는 시원하다.
열을 낼 일도 없거니와
커피잔에 맺힌 물방울도
제 갈길 찾아 흘러내려가고.
나도, 너도
경쾌하게 엉덩이 한번 시원하게 흔들고
내 갈길 가자.
훌훌히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