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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준 Aug 13. 2015

훌훌히 가자.

글 3

공원 벤치에 덩그러니 앉아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지도  않을뿐더러 

날, 널 기다리는 이도 없는 이 밤.


저 먼 곳에서 반짝거리는 불빛과 

산책로를 따라 왕래하는 사람들,

잔잔하게 내리쬐는 형광불빛 아래.


손에는 커피 한잔 들고

마음은 둘 곳 없다.


야속한 하늘이 구름으로 속내를 가리고,

스치는 사람들의 신발에 눈길이 갈 때.


기다림이 기꺼워지고

이 더위 속에서 타인의 살결이 그리울 때.


나는, 너는 외로움이다.

그래도, 이 또한 어떠하리.


데네브와 알타이르 대신 새털을, 

신발 대신 가야 할 길을 보며.

타인에 길들여진 나 자신을 안아보자.


뻥 뚫려 허전했던 마음에 때 아닌 바람 한줄기 관통해 나가면

비로소 나는, 너는 시원하다.


열을 낼 일도 없거니와

커피잔에 맺힌 물방울도

제 갈길 찾아 흘러내려가고.


나도, 너도 

경쾌하게 엉덩이 한번 시원하게 흔들고

내 갈길 가자.


훌훌히 가자.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학생회관과 도서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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