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본 글은 인문교양 매거진 월간 <유레카> 2024년 5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브런치 발행 과정에서 원고를 약간 편집하였기에 아래 글은 <유레카>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1. 과학이 우리 삶의 의미를 말해줄 수 있을까요?
2. 우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우리 삶에도 그다지 특별한 의미는 없다…?
3. '아무런 약속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희망을 품는 비결은 무엇일까?
4. 삶의 의미를 찾게 하는 ‘달콤한 거짓말’
5. 우생학의 씨앗이 된 자기기만
6. 타인의 삶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7. 민들레 법칙 : 그럼에도 우리 삶엔 의미가 있다
1. 과학이 우리 삶의 의미를 말해줄 수 있을까요?
룰루 밀러(이 책의 저자)가 일곱 살배기 어린아이였던 시절, 룰루는 문득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아빠에게 “아빠,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하고 물었죠. 그런데 룰루의 아빠는 자신의 어린 딸에게 “네 삶에 의미 따윈 없어. 지구에게 넌 개미 한 마리보다 덜 중요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지.”라고 대답했대요.
사람들은 흔히 과학을 가치중립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원자폭탄 하나로 여의도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을까?’ 같은 질문처럼 실험과 검증이 가능한 사실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지만, ‘여의도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건 나쁜 일일까?’ ‘원자폭탄은 나쁜 것일까?’ 같은 질문에 대해 도덕적인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는 말이죠.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곱 살 딸한테 저렇게 말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요? 아마 룰루 아빠의 MBTI 세 번째 글자가 T가 아니라 F였다면 그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오, 룰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만 같은 내 소중한 딸. 넌 내게, 그리고 우리 가족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특별한 존재야. 바로 그게 우리가 네 행복을 바라는 이유고 네가 살아가는 이유란다. 하지만 딸아, 주의하렴. 이 세상에서 너만 특별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해. 개미 한 마리의 생명도 그 개미와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생명들에게는 룰루 너의 생명만큼이나 소중할 수 있단다.”
하지만 룰루 아빠는 자기 딸 인생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굳이 ‘우주론적 관점’에서 대답하는 쪽을 택했어요. 문제는 어린 룰루가 아빠의 '돌직구'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1분에 한 알씩, 쓰러질 때까지 수면제를 먹고 응급실에 실려가는가 하면 무언가 날카로운 것을 찾아 자신을 찌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될 만큼 말이죠.
이 책엔 자기 삶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매정한 아빠의 말에 ‘과학적으로’ 반박하기 위한 룰루의 몸부림이 담겨 있어요. 전 그 외롭고 괴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멋진 책을 엮어준 이 책의 저자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 책은 신 같은 절대자를 상정하지 않고 ‘과학적으로’, 제 존재의 의미와 제 삶의 가치에 대해서 제게 이야기해 준 첫 번째 책이거든요.
고백건대, 저도 지난 30년 이상을 룰루의 아빠와 같이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어요. 우주론적 관점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나 우리의 목숨 따위는 작은 모래알 하나가 바람에 날리는 일처럼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심지어 전 그런 생각들(이를테면 제가 느끼는 행복이나 제 목숨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제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허무주의적이던 저마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러니 여러분께도 이 책이 오늘을 살아낼 용기가 되어주길, 타인을 사랑하고 돌볼 이유를 찾게 하는 불씨가 되어주길, 내일을 향해 나아갈 희망의 씨앗이 되어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 우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우리 삶에도 그다지 특별한 의미는 없다…?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인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점 위의 점 위의 점이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을 “단백질로 이루어진 생존 기계”에 비유했죠.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한 가지 원시 형태에서 진화했고, 인간은 지금도 진화하는 중이며, 심지어 언젠가 멸종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지요. 대체 과학자들은 왜 이렇게 인간의 중요성을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일까요? 아무래도 이러한 잔인함은 자연을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알고 싶어 하는 진실에 대한 갈망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지구가 평평하지 않고 구형이라는 생각,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생각, 인간과 개미가 공통 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는 생각, 과학적으로 인간과 개미 중 어떤 생명체가 더 우월한지 가릴 수 없다는 생각 따위 그냥 모른 척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실험을 통해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사실이 기존에 직관적으로 믿고 있던 상식에 부합하지 않으니 어떡하겠어요? 인간의 힘으로 자연법칙을 수정할 순 없는 노릇이니, 그럴 땐 우리의 직관과 상식이 틀렸다는 사실을,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룰루도 이렇게 인정하듯 말이죠.
“동물은 인간이 스스로 우월하다고 가정하는 거의 모든 기준에서 인간보다 더 우수할 수 있다.”
자, 이제 우리의 가이드 룰루 밀러를 따라 여행을 떠날 시간입니다. '인간은 특별한 존재다'라는 비과학적 믿음 없이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한 위대한 여정. 그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3. '아무런 약속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희망을 품는 비결은 무엇일까?
과학이 인생의 의미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엄청난 실의에 빠졌던 룰루. 그는 물고기에 이름을 붙이는 일에 평생을 광적으로 집착했던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David Starr Jordan)의 이야기를 듣고 그자의 인생, 특히 포기를 모르는 그의 엄청난 끈기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고자 합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삶, '아무런 약속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데이비드는 도대체 어떻게 열정적인 삶을 살아낼 수 있었을까? 룰루는 바로 그 열정의 근원을 찾아, 데이비드의 삶을 탐구하기 시작하죠.
데이비드는 생전 다양한 동식물, 그중에서도 특히 물고기에 열정을 바쳤는데, 그의 주된 관심사는 다양한 물고기를 ‘생물학적 특징’에 따라 분류하고 새로운 물고기를 발견해 명명하는 일이었습니다. 물속에 생명체가 얼마나 많은데 그걸 다 분류하려 하다니, 정말 엄청난 열정이죠. 심지어 데이비드는 대규모 지진에 의해 자신이 자그마치 30년 동안이나 열심히 수집한 물고기 표본들이 처참히 망가졌을 때조차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보여줬어요.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진 수많은 파편들을 보면서도 좌절하거나 실망하는 대신, 그 사이에서 자신이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몇 개의 물고기 표본을 골라내 실과 바늘로 직접 이름표를 달아줬지요. 도무지 손 쓸 수 없을 만큼 파괴적인 자연의 힘에 고작 실과 바늘로 맞서다니!
룰루는 그런 데이비드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대체 물고기에 이름 다는 일 따위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 봤자 어차피 언젠간 혼돈*이 찾아와 또다시 모든 걸 집어삼키고 말 텐데……. 밝은 미래에 대한 장밋빛 약속 따위는 해주지 않는 세계에서 말도 안 될 만큼 침착하고 희망적인 데이비드의 태도는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룰루는 그 희망의 기원이 정말 궁금했어요. 데이비드의 인생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럼 자신의 삶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죠.
4. 삶의 의미를 찾게 하는 ‘달콤한 거짓말’
데이비드의 희망적인 태도는 어디서 비롯한 걸까, 룰루는 그 희망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룰루는 데이비드가 직접 쓴 에세이에서 그것을 발견했어요. 그건 데이비드가 30년 동안 노력해 모은 표본을 모조리 앗아간 대규모 지진을 겪고 며칠 뒤에 쓴 글이었는데, 거기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죠.
'사람이 계획을 창조하기 시작한 이래, 사람이 노력해서 이룬 결과가 그토록 처참하게 파괴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엄청난 규모의 재앙 앞에서 그렇게 푸념하지 않는 인간을 만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평범한 한 남자가 자기 자신에게 그토록 희망차고, 그토록 용감하며, 그토록 자신과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는 모습을 보여준 일은 그전엔 결코 없었다. 왜냐하면 결국 살아남는 것은 사람이고,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도 사람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룰루는 이 글에서 ‘작은 문제’ 하나를 발견해요. 그건 바로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라는 문장이었죠. 그 문장에 대해 룰루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이 말은 그(데이비드)가 자기 자신에게 결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바로 그런 종류의 거짓말이다. 사악함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라고 그가 경고했던 그런 종류의 거짓말. 자기 경력을 바쳐 맞서 싸워왔던 그런 종류의 거짓말이자, 그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가치가 있다고 말했던 그런 종류의 거짓말이다. 자연은 인간의 사정을 봐주지 않으니까! 그조차도 절망에 완전히 집어삼켜지지 않으려면 그 거짓말이 진실이기를 믿어야만 했던 것이다."
인간의 사정 따위 봐주지 않고 계속 우릴 혼돈으로 이끌어가는 자연에 맞서기 위해, 당대 가장 잘 나가는 과학자 중 한 명이었던 데이비드마저도 ‘사람의 의지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라는 비과학적인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그 믿음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데이비드는 자기 자신에게 ‘달콤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룰루는 바로 그 자기기만이 데이비드가 보여준 희망적인 태도의 씨앗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5. 우생학의 씨앗이 된 자기기만
그러나 자신의 노력이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불굴의 의지로 혼돈스러운 자연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을 거라는 데이비드의 자기기만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희망의 불씨’로만 기능한 건 아니었습니다. 데이비드의 말년에 그 작은 불씨는 '우생학'이라는 끔찍한 화마의 얼굴을 하고 제 모습을 다시 드러내거든요.
우생학은 진화라는 자연 현상을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로 악용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굉장히 비과학적인 이론이에요. 인간을 포함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종 다양한 생물을 편협한 인간의 관점에서 ‘우수한 생명체’와 ‘저급한 생명체’로 구분지은 뒤, 지금의 생명체들이 더 나은 생명체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저급한 생명체’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끔찍한 논리를 펼치죠.
우생학의 잔인함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대표적으로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 학살)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룰루는 우생학적 사고에 기반한 끔찍한 행위들이 미국에서도 횡행했음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어요.
"우리가 이 나라(미국)의 정체성을 정의할 때 우리가 반대하는 것이라 간주하는 그 사고방식, 우리가 초등학생에게 나치, 다른 사람들, 나쁜 놈들에게서 시작되었다고 가르치는 바로 그 악행, 그것을 세계 최초로 국가 정책으로 삼은 나라가 바로 우리였다."
아무래도 우생학적 사고는 국적이나 민족성 따위가 아니라 내 목숨과 내 인생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그릇된 믿음**에서 기원하는 듯합니다. 룰루가 자기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추종했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는 자신의 그릇된 믿음에 기반해 ‘저급한 인간들’을 제거하는 행위를 합법화하기 위해 열정을 바치는 끔찍한 말년을 보냈어요. 그의 지치지 않는 노력 때문에 미국에서도 흑인, 이민자, 빈민, 여성 등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강제 감금, 강제 불임화, 살인 따위가 대규모로 이루어졌죠. 룰루는 자신이 오랜 시간 동안 우상처럼 여겼던 데이비드가 말년에 그런 끔찍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자기기만의 위험성을 전하기 위해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합니다. 그리고 끝내 이렇게 이야기하죠.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
룰루는 결국 자신의 아버지가 어린 자신에게 “네 삶에 의미 따윈 없어.”라고 이야기한 이유를 깨닫습니다. 룰루의 아빠는 자신의 딸이 자기 인생만 너무 중요하게 생각한 나머지 다른 생명들, 다른 삶들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지 않기를 바랐던 거예요. 비록 그 뜻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지만 말이죠.
6. 타인의 삶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이후 룰루는 불과 일곱 살에 데이비드 등 우생학자들의 논리에 따라 만들어진 강제수용시설(버지니아주 간질환자 및 정신박약자 수용소)에 끌려가 강제 노역과 강간 등 온갖 끔찍한 일에 시달리다가 열아홉 살에 강제 불임화 수술까지 당한 뒤 풀려난 애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수용소에서부터 자신이 자식처럼 돌보던 메리라는 소녀와 함께 살고 있었어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서로의 곁을 지키며, 애나와 메리는 그렇게 매일을 살아가고 있었지요. 룰루는 그런 끔찍한 일을 겪고도 굳세게 살아가는 애나가 도대체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 궁금한 나머지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해요.
“어떻게 계속 살아가시는 거예요?”
그때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애나를 보고 애나의 옆에 있던 메리가 불쑥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나 때문이지!”
그러자 곧이어 애나도 웃으며 이야기했다고 하죠.
“그렇지. 물론이지. 메리 때문이야.”
그 짧은 문답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기라도 한듯, 룰루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두 여인 사이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들이.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빈틈없이 돌보는지, 서로의 슬픔을 찰싹 때려 쫓아버리고, 모든 농담을 재빨리 받아주고, 분위기를 밝게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7. 민들레 법칙 : 그럼에도 우리 삶엔 의미가 있다
책의 후반부, 룰루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 민들레를 예로 들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 그리고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하고 그 주장만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이다."
제가 그랬고 룰루의 아버지가 그랬듯, 누구나 ‘우리 삶에 의미 따윈 없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 인생의 의미를 평가하는 여러 관점 중 하나일 뿐이에요. 전 이 부분에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나의 존재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의 존재로 인해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주고받는 행복 속에서 우리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를 돌보면서 서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로, 저는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 열역학 제2법칙
고립된 계에서 엔트로피(무질서도)는 언제나 증가한다는 법칙.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건 질서가 감소하고 혼돈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책의 본문에서 혼돈이라는 용어를 종종 사용하는데, 이는 인간이 아무리 자연을 질서 정연하게 정리하려 노력해도 그 모든 질서가 결국 파괴되고 말 것임을 시사한다.
**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독일 출신의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정치 이론가인 한나 아렌트가 홀로코스트 같은 끔찍한 행위는 몇몇 비인간적이고 끔찍한 악마에 의해 자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유하지 않는’ 평범한 인간들에게서 기원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저서에서 사용한 표현. 우생학이 비과학적인 이론임을 증명하는 숱한 증거가 있음에도 자신이 다른 존재들보다 우월하다고 믿었던 데이비드의 ‘자기기만’은 한나 아렌트가 이야기한 ‘무사유’와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