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창업자 1명이나 개인 역량으로 운영되는 것보다, 당연히 잘 짜인 팀으로 구성된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를 선호한다. 실제로 미국의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의 초기 팀 구성을 살펴보면, 단독 창업보다 2-3인 공동창업 형태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 물론, 초기 단계에서 투자자는 대개 대표자 1명과만 주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지만, 회사가 성장할수록 대표 외에도 공동 창업자들과의 소통도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고, 이와 같은 이유로, 투자자들이 창업자 한 명의 역량만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기보다는 창업자와 함께 일하는 공동 창업자와 팀 전체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공동 창업자를 보유한 창업팀을 보면 몇 가지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다.
첫째, 역량 보충
공동 창업자들은 창업자가 부족한 역량을 효과적으로 보완해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외부와의 소통과 비즈니스 개발에 능숙한 대표(CEO)가 있다면, 제품 개발이나 기술적 실행에서는 기술 책임자(CTO)의 전문성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특정 사업 구조상 영업이나 운영 스킬이 핵심 성공 요소라면, 운영 책임자(COO)가 실질적인 사업 운영을 주도하는 것이 더 적합한 경우도 많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각 창업자가 자신의 전문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며, 결과적으로 기업의 전반적인 실행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투자자들이 단순히 대표의 개인 역량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창업자들이 제공하는 상호 보완적인 역량과 그들 간의 시너지에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둘째, 멘털 관리
창업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멘털 관리가 필수적이며, 공동창업자는 이 과정에서 창업자의 정신적 안정과 회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듯, 공동창업자야말로 사업이 가장 힘든 순간에 진정으로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특히 사업이 어려운 시기에 대표는 기존 주주들에게 회사의 위기 상황을 설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이때 공동창업자는 대표와 함께 어려운 상황을 공유하며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창업자의 고립감을 덜어준다. 이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창업자가 건강한 멘털을 유지하며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주는 힘은 사업의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창업자가 의지를 잃지 않고 전진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공동창업자와의 이러한 신뢰 관계는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도 서로를 지지하며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창업 여정의 핵심 자산이 된다.
셋째, 성장 과정에서의 상호 견제와 감시
기업이 일정 수준 성장하여 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그 이익의 분배 방식이나 자원 활용 방식을 두고 내부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는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지만, 적절한 관리와 견제가 없다면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대표가 회사의 자원을 개인적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를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는 주로 공동창업자나 핵심 팀원과의 소통을 통해 내부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이는 일견 내부 감시나 스파이 역할로 비칠 수 있으나, 실제로는 회사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능이다. 공동창업자의 입장에서도 이는 회사의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고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이며, 더 나아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대기업의 경우, 이러한 견제와 감시 기능은 이사회를 통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정상적인 이사회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동창업자들 간의 상호 견제와 감시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기능을 대체하고, 이를 통해 투자금의 안정성과 회사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듯 창업자와 공동창업자의 관계는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로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가 좋아하는 잘 짜인 팀의 의미는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이 회사를 같이 끝까지 책임지고 갈 수 있을 것인가?’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누가 회사에 끝까지 남아 있을 것인가?’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와 공동창업자들은 처음에 모두 같은 꿈을 공유하며 끝까지 함께하고자 다짐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개인적 사정이나 생각의 차이로 공동창업자가 떠나는 일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각자의 역할이 처음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회사의 사업 방향에 대한 견해 차이, 또는 각자가 느끼는 인생의 기회비용의 차이 등 공동창업자들의 퇴사 사유는 매우 다양하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앞길을 축복하며 좋게 마무리되기도 하지만, 종종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져 관계가 완전히 깨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투자자들은 창업자와 공동창업자들 간의 관계를 매우 중요한 투자 결정 요소로 고려하며, 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살펴본다. ‘두 분은 어떻게 회사를 만들게 되셨나요?’, ‘CTO님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시나요?’ 같은 질문을 통해 투자자는 그들의 관계가 장기간 쌓인 신뢰나 경제적/ 지분적 이해관계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는지, 아니면 단순한 개인적 경험이나 일시적 감정으로 맺어진 것인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실제로 10년간 알고 지낸 지인이나 실제 일을 함께 해 본 선후배 관계가, 만난 지 2~3달 된 창업팀보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서로를 지탱하며 끝까지 회사를 함께 이끌어갈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더 높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스타트업 #투자자 #창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