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포르로 부터 델포아 신탁을 받는 레오니다스
"창업자
:투자자의 말이 델포이 신탁(Oracle)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힘의 균형은 필연적으로 투자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투자 유치를 원하는 창업자의 수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투자자가 선택권을 가지게 되는 구조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연쇄 창업가나 인플루언서급 창업자처럼 검증된 실력자들은 여러 투자자 중에서 본인들의 비전과 가치관이 일치하는 투자자를 선별해서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창업자들에게는 쉽게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수많은 투자자들을 만나며, 이 과정에서 투자가 어려운 다양한 논리적 이유들을 듣게 된다. 이러한 피드백은 때로는 회사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투자자들의 의견을 과도하게 수용하다가 본래의 사업 구조가 왜곡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신탁처럼 들리는 투자자의 이야기들”
투자자들은 투자 거절 시 주로 논리적인 사유를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제안하신 사업 모델이 이러한 이유로 성공이 어려울 것 같다' 또는 '현재의 사업 모델보다는 이런 형태로 전환하면 어떨까요?' 와 같은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자들은 투자자와의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의 의견에 더 높은 신뢰를 부여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발생한다. 처음에는 창업자 본인의 가설을 바탕으로 시작했던 사업이, 점차 여러 투자자들의 거절 사유를 종합한 전혀 다른 형태의 사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의 성공을 100%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투자를 집행하는 투자자들조차도 투자 기업의 성공을 장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확신이 없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단순히 투자자의 말만 신뢰하며 사업 방향을 바꾸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사업 모델에 대한 가장 큰 확신은 창업자 본인이 가져야 한다. 해당 산업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바로 창업자일 것이다. 따라서 실제 책임을 지지 않는 투자자들의 일시적인 의견에 본인의 사업 모델과 가설이 흔들릴 필요는 없다. 창업자는 자신이 세운 가설을 스스로 증명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생각해보자. 만약 투자자의 제안이 정말 옳다면, 그 다음 단계에서도 계속 그 투자자의 자문을 구해야 하는가?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신탁을 받듯이? 오히려 사업 모델을 그토록 정확히 제시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왜 직접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이 절대적인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때로는 오답을 정답인 것처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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