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는 법치가 아닌 ‘대화’와 ‘타협’ 그리고 ‘책임’을 다루는 정치행위다
현재 정부를 통해 집행되고 있는 노동개혁 과제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발표한 권고문의 주요 과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1)근로시간, 2)임금체계, 3)추가 주요과제 제안으로 분류하여 권고하고 있다. 특히 1번에 해당되는 세부 과제로서 노‧사의 자율적인 근로시간 선택권 부여를 위한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주·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개편"이 가장 뜨거운 쟁점이며, 2번에 해당하는 임금격차 해소, 공정성 회복을 위한 "연공성 완화 및 직무·숙련 등을 반영하는 임금체계로의 개편 지원" 내용도 만만치 않은 논쟁 주제이다.
청년유니온은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의 권고문의 내용 및 지난 논의 과정을 바라보며 노동개혁의 취지는 일정 인정한다. 하지만 권고문의 내용들은 실제 중소기업, 미조직, 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장에 긍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노동개혁(안)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며, 또한 노-사의 참여를 배제한 채 연구자 12명이 고작 5개월의 회의만으로 시험문제의 정답지를 내는 것처럼 노동개혁(안) 권고문을 발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과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권고문이 밝힌 개혁(안)의 내용들은 사회적 갈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기에 ‘대화’와 ‘타협’ 그리고 조정의 정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개혁(안)을 중심으로 빠르게 입법처리를 하겠다는 ‘엄포’를 내어놓고 있다. 노-사 문제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개혁 과제이며,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아니 행정 권위주의적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노-사 관계’에 대한 빈약한 철학을 드러낸다.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동시장 내 다양한 문제들을 개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청년유니온도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당사자 단체들의 목소리를 섬세히 경청함으로서 좁혀지기 어려운 갈등들을 끝까지 조율해나가며, 불평등·양극화 해소 취지에 걸맞게 사회적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현장을 구체적으로 살피는 것이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이후 논쟁적인 개혁과제를 밝혔으나 이를 위해 어떻게 책임있는 이들을 교섭 테이블로 이끌고 나와 협의를 해갈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은 여전히 부재하며,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내고 타협과 조율을 만들어가야 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는 입에 담기에도 부끄러운 혐오발언들을 일상적으로 내뱉고 있는 김문수 전 지사가 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등 난국상이라 할 수 있다.
2. 노동규범 현대화 - “연장근로 단위기간 연장 보다 총 노동시간 단축이 우선이다.”
(장시간 노동 대표국가 ‘대한민국’) 국제노동기구(ILO)는 1919년 1호 협약으로 공업부문 사업장에서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 1주 최대 48시간으로 제한하는 협약을 제정했고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52개 국가가 1호 협약을 비준하고 있는 상태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비준을 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노동개혁의 핵심은 바로 「노동시간 유연화」이다.
한국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여전히 장시간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22년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1,908시간이다. 주 52시간제의 도입으로 과거에 비해 OECD의 1위를 다투었던 과거보다는 나아 졌으나, 여전히 2022년 기준 38개 회원국 중 5위를 기록하며, 사실상 ‘장시간 노동’을 밥 먹듯이 하는 오명은 하고 있다는 오명은 여전히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관련 입법예고가 발표 되자 호주 ABC방송사에서 한국이 장시간 노동으로의 회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적 현상’으로 ‘kwarosa’라는 단어를 소개했다. 과로사를 영어발음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새로운 K-콘텐츠의 탄생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주 69시간 노동으로의 회기’) 지난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주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고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축소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주 52시간제를 도입하여 30인미만 사업장의 경우 계도기간을 보내고 있으나, 2021년 7월, 5~49인 사업장 까지 적용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법이 개정되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현장에서는 주52시간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현재 정부는 이러한 정책결정이 경직된 노동시간제도라고 말하며 연장근무 관리 단위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다들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며 심지어 청년들이 환영하는 개편안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한다.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에서 언급한 ‘총량 준수 방식’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 영국, 일본 모두 연평균 노동시간이 독일1,349시간, 영국1,487시간, 일본 1,633시간으로 한국에 비해 이미 연평균 노동시간이 300~500시간 적은 국가로, 결코 동일한 정책여건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시간 개편에 대해 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말하지 않아도 대통령 본인도 60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무리라고 이야기 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20-30대의 지지율이 15%가량 빠진 것만 봐도 더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지난 정부의 정책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사회적 논의도 없이 노동시간을 규정하는 법을 이렇게 고무줄처럼 재, 개정하는 것이 과연 국정운영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물음이 들 수 밖에 없다.
(길게 일하고 길게 쉬라고? 이미 길고 일하고 있고 마음대로 못쉬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실태조사 결과 10인 이상 사업장 2,522곳 중 포괄임금제 시행 사업장이 37.7%에 육박함. 포괄임금제가 ‘공짜야근’을 유발하는 ‘인간자유이용권’으로 오남용되고 있어 2018년에 고용노동부가 이에 대한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통해 규제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도 도입되지 않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연차유급휴가 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장기휴가 사용’은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부분에서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 관행이 만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당 근로시간을 69시간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정부 기조에 원칙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또한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근로자대표자 제도 개선을 이야기했으나 사실상 제도에 대한 세부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실질적 ‘선택권’이 확보될지 의문이다. 중소기업·무노조 사업장 노동자들일수록 정부가 주장하는 의도와는 다르게 그 부작용과 피해가 막심할 것이다. 모든 노동자들의 교섭할 권리를 실현하는 선제적 노력을 통해 노동시간 유연화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예방해 나가야만 한다.
(시간 주권이 없는 이들에게 이번 개편안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근로시간제도상 장시간 노동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개편 이외에도 최근 급증한 초단시간 노동자, 프리랜서와 같이 사각지대 노동의 ‘근로시간제도’ 논의 또한 필요하다. 2021년 기준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하는 비임금근로자는 787만여명이며 이중 20~30대가 335만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15시간 미만 노동을 함으로써 기존 노동관계법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초단시간 노동자도 2021년 기준 185만명에 육박해 10년 전에 비해 2.8배 폭증함. 초단시간 노동자의 경우 주휴일 미적용, 퇴직금 미적용 등 근로시간에 따른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프리랜서의 경우 근로시간 규율 및 휴식권 보장 제도가 전무하여 새로운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86%를 차지하는 1천 800만여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은 300명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다, 300명 미만 기업 노동조합 조직률은 1.67%에 불과하며 나머지 99%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실질적으로 ‘근로자대표’에 의한 근로시간에 관한 각종 서면합의 악용가능성 존재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제도는 선출절차, 임기, 근로자의 범위 등 근로자대표의 민주성과 정통성 담보하기 위한 입법이 공백상태로 방치되어 있어 현장에서 운용상 사용자에 의한 악용여지가 매우 높아 보완입법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나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주 40시간제 안착 우선, 40시간 기준 ‘유연화’ 수준에서 재검토 필요하다)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연장근로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단위로 확대하면서 단위기간 총 근로시간은 비례 단축하는 것으로 하고 있으나 이는 ‘이론적 감축’에 불과하다. 실제로 사업장 운용시 총량 감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월 단위’ 근로시간 제도 운영이 폭증하여 실근로시간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특별연장근로, 각종 유연근무제와 결합하여 현행 장시간 노동체제 강화 유발한다.
그렇기에 주40시간제(연장근로12시간) 전면적용을 ‘근로시간제도 개편’의 우선 원칙으로 확립해야한다. 또한 30인미만 사업장의 8시간 특별연장근로 ‘계도기간’ 즉각 종료해야한다. 또한 연장근로의 단위를 확대 할 경우 평균 근로시간 기준은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특정 주 최대근로시간을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해 실질적인 근로시간을 단축해야한다.
(소규모·무노조 사업장의 ‘근로자대표제도’ 민주적 운영 보호체계 구축) 다수의 무노조/소규모 사업장 종사 노동자의 근로조건 변경에 관한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을 위해 ‘근로제대표제도’의 구체적 운영방식 공백상태 해소 및 안착 필요이 필요하다. 근로자 대표의 민주적 정당성 및 사용자와의 ‘대등성’확보의 원칙을 확립하고 근로자 대표의 임기, 선출절차, 권한과 책임 등 구체적인 입법보완을 선실시 해야한다. 또한 운용상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근로자대표제 운영 가이드라인’ 및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포괄임금제 지침’ 발표 및 운영) 포괄임금제 감독시 관련 규제가 없어 사후적으로 초과노동에 대한 체불임금 적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를 위해서는 사용제한 사유 법제화 및 제한위반에 대한 처벌 등 사전적/행정적 규제가 보완될 필요있다. 포괄임금제의 사용제한 및 행정규제 법제화 (사용사유 및 도입절차, 위반시 행정벌 규정) 하고 이미 마련된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을 공식적으로 도입하고 운영해야 할 것이다.
(근로시간제도 사각지대 해소 – 초단시간 노동, 프리랜서 노동)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주휴일 미적용 등 차별을해소하고 프리랜서 노동자의 근로시간 보호 및 휴식권 보장 등 ‘사각지대 노동’에 대한 노동보호체계 마련 필요하다.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예외 적용 조항 폐지 등 초단시간 노동자 ‘근로시간’기준 차별 시정하고 프리랜서 등 비임금근로자의 근로시간 및 휴식관련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 도입 논의를 추진해야할 것이다.
3.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의 선결조건은 산업의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교섭력 강화가 우선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에 대한 내용으로 상생형 임금체계 개편이 주된 개혁의 내용이다. 하지만 진정 이중구조의 개선을 위해서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급 체계로 바꾸어나가기 위한 논의 이전에 기업규모에 따르는 임금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산업의 이중구조에 비롯되며, 임금체계를 혁신한다고 하더라도 하위 50%의 지불여력이 없는 중소규모의 기업들에 이 사회적 논의가 와 닿기 어려울 것이다. 원청과 하청 그리고 재하청으로 이루어지는 피라미드형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먼저 논의해야한다.
공정한 경제 질서 확립 및 산업의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소상공인 교섭력을 강화해야한다. 대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는 중소기업의 이윤구조를 약화시키고 산업의 이중구조 초래하여 이를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형성되며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불공정거래는 중소기업의 낮은 이익률로 인한 낮은 투자율 그리고 낮은 노동생산성과 낮은 임금 그리고 낮은 인력의 질로 악순환으로 구조화 되어있다.
대·중소기업간 격차가 심화된 상황에서는 성과공유 및 납품단가 조정 등 제도화해도 중소기업이 실제 요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중소기업·소상공인·가맹점 등의 교섭력 강화 통해 성과공유·납품단가 및 거래조건 조정 등 실현 가능성 제고해야 할 것이다.
4. 임금체계에 대하여
노-사 관계 선진화 없는 선진적 임금체계도 없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출범 때부터 “호봉제 폐지 및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주장하며 상당한 논란이 있었던 의제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권고문에선 직무성과급이란 단어는 크게 강조하지 않고, “중소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계 구축 지원”, “업종별 임금체계 개편 지원”, “공장한 평가 및 보상 확산 지원”을 주요 과제로 뽑았다. 허나 정부가 지원이란 방식만으로 임금격차 해소가 진정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노동자가 얼마나 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사회연대임금 실현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간의 심각한 임금 격차로 인해 직업의 가치가 아닌 기업의 가치로만 노동의 가격이 평가되는 것이야말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 이유이다. 특히 최근 등장 중인 MZ세대 노조는 주로 대기업 및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서 특정 기업 내의 세대 간 자원 분배 문제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에 대기업 청년노동자와 중소기업 청년노동자 간의 불평등은 방치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이에 기업별 교섭이 용이한 소수의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상승 극대화 전략을 탈피하고 산별 및 초기업적 노-사 관계를 확립하여 임금의 사회화, 즉 「사회적 직무급」을 통해 노동자 간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 기본방향에 “고용형태 및 원·하청 기업 간 과도한 임금 격차를 축소할 수 있도록 연공성 완화 및 직무·숙련 등을 반영하는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지원”이라 말하고 있다. 문서상의 내용 이전에 정치적 신뢰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MZ세대는 오로지 공정과 능력을 강하게 추구함으로서, 부모의 재력에 따라 안정성을 물려받는 중상위 계층 일부 청년들에게 어필하는 전략이었다. 평등과 연대적 힘이 사회정치적으로 구축되지 않고선 희망을 그리기 어려운 청년들을 배제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또한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들 간의 지속적 대화를 통해 노-정 간의 신뢰를 구축하며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려는 정치적 노력을 윤석열 정부가 펼치고 있는지 대단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우선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 현황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 노조 조직률은 14.2%로서 이전 까지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자면 사업장 별 노동조합 조직률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공공부문은 69.3%, 민간부문은 11.3%로서 차이가 현격하다. 기업규모별로 살펴보자면 300인 이상 기업은 49.2%로 절반에 가까우나, 100~299인 사업장은 10.6%, 30~99인 사업장은 2.9%, 30인 미만 사업장은 0.2%이다. 2020년 기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 24,813,449명 종사자 중 20,606,672명이 30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로서 83%에 달한다. 특히 한국의 단체협약적용률은 노동조합 조직률과 거의 일치한다. (2017년 기준 노조조직률 10.7%, 단협적용률 14%) 반면 프랑스는 노조조직률이 11%수준에 불과하여 한국보다도 낮은데, 단협적용률은 98%에 달한다. 독일의 경우에도 노조조직률은 최근 감소추세에 있어 16% 수준에 불과한데, 단협적용률은 56%에 달한다.
한마디로 공공부문에 진입하지 않고선 자신의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구경해 볼 가능성이 10명중 1명이며, 특히 100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면 노동조합을 가질 가능성은 100명 중 3명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는 건 단체협약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함으로, 노동조합을 통해 안정된 고용 및 임금상승을 기대하려면 300인 이상의 공공부문 사업장 혹은 민간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고선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실을 통해 한국은 단체협상력의 권리가 심각하게 불균등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결국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임금을 비롯한 각종 처우의 격차 그 자체가 아니다. 즉 노-사 협상이 이뤄지는 사업장에 속해있는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 간 노동3권 권리의 격차로서 이를 바로잡는 노-사 관계 개혁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청년과 민주노총간의 갈등 구도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대기업을 다니며 블라인드에 접속할 수 있는 청년 노동자와, 중소기업에 다니며 블라인드는커녕 구내식당도 없는 청년 노동자 간의 불평등 문제를 주요한 관점으로 삼아야 한다. 결국 사회적 직무급은 사회적인 교섭체계 기반 위에서 청년 노동자들 간의 격차 해소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권고한 임금체계 개편이 공허한 건 바로 노-사 관계 정상화의 필요성이 담긴 문제의식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고,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대화 모델 및 ‘상생임금위원회’ 설치 등을 말하고 있으나 정치적 신뢰를 갖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오로지 숙청의 정치로서 자신의 반대파들을 오로지 적군으로만 삼고, 국정운영 과정에서 유능하지 못해 각종 구설수를 일으키며 정권교체를 염원했던 중도 층의 등까지 돌리게 한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만 있다.
노-사 관계는 말 그대로 “관계”의 문제이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어도 국가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가 끊임없이 만나며 소통하고, 10개 중 하나의 공통점이라도 찾기 위한 절실함으로 노동계 및 경영계도 적극 나서야 한다. 여기에 국정운영을 총괄하는 정부의 역할이란 다양한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대화의 장을 책임지고, 때로는 정부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설득의 대화를 지속하는 종합예술의 정치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 임금체계 개편이란 허공의 메아리에 그칠 것이 다분해 보인다는 것을 윤석열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5. “사회적 대화 정상화”
저임금-중소기업 청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주체로 삼아야
마지막으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 발표에 청년유니온을 비롯해 노동계는 우려를 보내고 있음을 윤석열 정부는 상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노동개혁이란 정부가 노동계 주체들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지 신중하고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마냥 과거의 잣대로 조직노동을 대하며 법과 원칙의 따른 탄압의 대상으로 규정짓는 식이어선 안 된다.또한 윤석열 정부의 가치를 지지하는 청년만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 서있는 청년주체들과도 충분히 소통하며 존중하지 않고선 청년을 위한 노동개혁이란 허상이다. 결국 법과 원칙보다 더욱 중요한 건 유능한 정치적 리더십이며, 이는 책임정치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윤석열 정부가 하루빨리 알아채길 바란다. 노동개혁 성공의 열쇠는 바로 여기에 달려있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은 내용 그 자체도 아쉬울 따름이지만, 윤석열 정부 지난 반년간의 모습을 바라보며 긍정적 기대를 갖기 어렵다는 것도 동시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가 마냥 망하지 않길 바란다. 어떤 정권이든 미숙할수록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은 경제적 취약계층이기 때문이다. 이번 권고문에 청년유니온은 우려와 비판을 가하지 않을 수 없음에도,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조금이라도 바뀌어 나감으로서 일하는 모든 시민들을 위한 정치를 펼쳐나갈 수 있길 바라는 심정이다.
노-사 관계는 말 그대로 “관계”의 문제이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어도 국가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가 끊임없이 만나며 소통하고, 10개 중 하나의 공통점이라도 찾기 위한 절실함으로 노동계 및 경영계도 적극 나서야 한다. 여기에 국정운영을 총괄하는 정부의 역할이란 다양한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대화의 장을 책임지고, 때로는 정부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설득의 대화를 지속하는 종합예술의 정치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 임금체계 개편이란 허공의 메아리에 그칠 것이 다분해 보인다는 것을 윤석열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1.
노사 법치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