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설 Sep 06. 2022

1편|세상이 학교, 삶이 교과서 Ⅰ

프롤로그

나는 서류로 증명하기 어려운 삶을 산다. 주체적인 삶에 대해 매일같이 고민하고 연습하며 그에 어울리는 작고도 큰 포부를 안고 꾸준히 성취하며 산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규격에 맞춘 양식에 나를 빗대어야 한다면 사람들에게 인정받을만한 거창하고 훌륭한 일들을 적어낸 칸을 채우기에는 언제나 역부족이다.


대한민국 고학력 사회 그 중심에서 나의 평균 학력은 반 토막 나있다. 자격이나 면허라 불릴만한 것은 초등학교 때 거저먹기로 딴 한자 능력 시험 7급과 거의 누구나 적어내는 운전면허증. 게다가 장롱이라 당장은 무용지물 한 면허증. 그리고 모든 빈칸을 무마시켜보려고 제한된 글자 수를 꽉꽉 채워 넘칠 듯 구구절절한 자기소개서는 읽기도 전에 피로 주의보가 발령될 수 있다.


자기소개서에 적힐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보자면

나는 남들이 도시로 초등학교 전학을 갈 때, 반대로 시골로 들어온 소녀였다.

서서히 학업에 열중해야 할 때, 나는 간디학교라는 대안학교에 입학했다.

피가 끓기 시작할 때에는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고, 아무 계획도 없이 산골짜기에서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열아홉, 또래 친구들이 수능 공부를 하며 대학 갈 준비를 할 때, 전국에서 최연소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되어 3년간의 숙박업을 운영했다.

그리고 현재의 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결단을 내리겠다고, 나의 역량을 키우겠다고 몸부림치고 있는 중이다.


홈스쿨링을 시작한 열일곱을 기점으로, 나만의 인생 시간표를 세워 산지 어느새 9년 차인 내가 확신에 차서 당당하게 떠드는 한마디가 있다. 교과서 외에도, 학교의 책걸상 그 밖에서도 배울 거리는 태산이라는 점. 

“네가 그럴 줄 알았어!” 하며 실패했다고, 틀렸다고 지적당하는 경험에서도, 하물며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쓰디쓴 경험과 인간관계에서도 진득하게 체득한 지혜가 남는다. 인생의 실전 교훈 말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감정과 경험들은 살아가며 끊임없이 부딪히며 쌓아가야 할 ‘세상이 주는 가르침과 배움’이며 전부 제각기 쓰임새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