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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설 Sep 06. 2022

2편|세상이 학교, 삶이 교과서 Ⅱ

프롤로그

19살에 창업하여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운영했던 게스트하우스라는 숙박업은, 내 10대 시절에 배우고 익혔던 경험 중 단 한 가지라도 없더라면 결코 3년이란 시간 동안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다. 


대안 중학교를 다니며 매일 아침에는 학교 내 시설을, 저녁에는 기숙사를 청소하는 습관을 들였다. 17살에는 한 공동체에서 지내며 매일같이 어른들을 뵙고, 나에게 주어진 당번의 일들을 즐기며 해나갔다. 그 후 돌아와서는 정체기가 있었지만 스스로 관심사들을 찾아가며 좋아하는 일들을 배우고 나만의 시간표를 만들어내는 법을 익혔다. 


시골집에서 가까웠던 한 펜션에서 성수기 동안 첫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업무내용으로는 펜션 내 작은 휴식공간에서 원두커피, 커피믹스, 미숫가루 등을 내어드리는 일만을 맡았는데, 체크아웃 시간 이후에는 숙박업의 주된 업무인 객실 청소와 저녁 바비큐 준비를 자발적으로 도왔다. 이불의 얼룩을 지우고 더 깔끔히 이부자리를 정리해두는 법을 일하시는 이모님께 물어 배웠다. 일을 하며 하찮고 더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일을 즐겼다. 


18살에는 작은 한의원에서 1년이 조금 넘는 동안 한의원의 간호조무사 보조 일을 하였다. 시골의 한의원이었던 지라 할아버지, 할머니 손님의 비율이 80%를 차지하여 일을 하다 보니 자연히 공경심을 키워졌다. 그해 나는 한 달에 110만 원이 넘는 월급을 받으며 약 1년 동안 1200만 원이 넘는 자금을 모았다. 때마침 한의원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있던 농협을 하루에도 두세 번씩 들락날락하며 적금 통장을 5개나 만들고 해지하기를 반복하며 돈 관리하는 법을 터득했다.


19살에는 게스트하우스 공사를 시작했던 해인데, 리모델링을 계약했던 목수님이 하청을, 그 하청이 또 하청을 낳아 모든 관계가 얽히고설켜 결국 공사는 부실하고 미완성인 채로 모두가 떠났다. 분쟁이 일어났던 그날 밤에는 가족들 간의 사이도 함께 폭발하고 말았는데, 결국 마음을 다잡고 직접 집을 고쳐나가기로 결정했다. 

약 한 달간의 공사 예정 이후 성수기 시즌인 7월 오픈을 예상했지만 일이 꼬이는 바람에 공사는 약 4달간의 대장정이 되었다. 2달 동안 가족들은 직접 미장을 하고, 타일을 놓고, 가구를 짜고, 마당을 가꾸고, 인테리어를 하며 집을 고쳐나갔다. 그 과정이 있었기에 게스트하우스의 모든 공간에는 가족들의 손길을 탄 정성이 스며들었고 감사하게도 게스트들이 그 마음을 알아주셨다.

 

나는 앞서 적은 일들을 모두 청소하는 공부, 사람들을 만나는 공부,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는 공부, 집을 수리하는 공부라고 생각하였지만, 그런 일들을 하면 큰 사람이 될 수 없다며, 이상하게 보거나 헐뜯는 사람들도 참 많았다. 

하지만 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수롭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방법을 묻고 직접 경험해보아 내 이름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수 있었다. 사실 숙박업이라는 주된 일이 바로 청소와 빨래의 일이기 때문이다. 


길게 말을 늘어놓고, 거창하게 꾸며보았지만 나는 여전히 나라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공식적인 스펙이 단 한 가지도 없다. 자소서에 부합할만한 거창한 시험 점수도, 자격증도 하나 보유한 것이 없지만, 나는 누구 못지않은 멋진 인생 스펙을 가진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지금의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하루를 사는 나는, 배울 것이 투성인 하루를 산다. 그것들은 결코 못난 일들, 대수로운 일들이지 않다. 모두 세상을 살아가며 각자의 쓰임새들이 있는 경험들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이 쌓여 양분으로 남고, 배움이 늘어 나 자신과 내 공간을 가꾸고, 어느 곳에 머물건 그곳과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질 것이다.

해가 갈수록 입 밖으로 내뱉기는 점점 오그라들지만 여전히 나의 모토는 이렇다. 



세상이 학교 삶이 나의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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