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 How long is forever?
White rabbit: Sometimes, just one second.-Alice in Wonderland
앨리스: 영원하다는건 얼마나 길까?
토끼: 글쎄. 어쩔땐 1초일수도.
동네에는 내가 애써 돌아가는 사거리가 하나 있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돌려 생각해보면 영원할 것 같았던 그 괴로운 순간은 어느새 지나가고 나는 지금 다른 길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
결국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게 돼있고 상처는 흐려지게 돼있나 보다.
가끔씩 사는 건, 매일 소풍을 떠나는 꿈같다.
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돗자리를 매고 피크닉 가방에 김밥과 사이다를 넣는다.
가는 길에 풍선을 사서 붕붕 뜨는 마음과 함께 걷는다.
그런데 가다가 비를 만날 수도 있고,
해가 너무 뜨거워 땀을 뻘뻘 흘리기도 한다.
들고 있던 풍선을 꼭 쥐는 것을 잊어 하늘로 날려 보낸 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꿈속에서 변덕스러운 봄날의 소풍은 멈추지 않는다.
한날 낮에 소파에서 선잠이 든 적이 있었다.
깜빡 졸다가 어렴풋이 깨려 할 때쯤,
어렸을 적에 살던 집 2층 내방의 냄새가 느껴졌다.
그리고 내 방 창문을 통해 들어오던 햇빛이 얼굴로 내리쬐는 느낌을 받았다.
눈을 뜨지는 않았지만, 그 햇빛은 분명히 2층 방 창문을 통해 들어온 그 햇빛이었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도 들렸다.
골목을 지나는 어느 여자의 구두 소리도 들렸다.
대학 합격 통지를 받았던 하얀색 전화기가 저 구석에 있을 것만 같았다.
오른쪽 코너에 있는 책장에는 이제 막 결혼 한 큰언니가 챙겨가지 않은 '유리알 유희'가 꽂혀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순간 눈물이 왈칵 났다.
왜냐하면 이 상황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곧 눈치챘기 때문이다.
나는 한동안 눈을 뜨지 못하고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 눈물로 흐리멍덩해진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나는 아까 내가 졸던 그 소파 위라는 것을 확인했다.
어린 시절은 멀어지고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된 나는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풍선을 손에 쥔 체 오늘도 소풍을 가고 있다.
어느 날은 이 꿈에서 절대로 깨고 싶지 않을 날도 있을 거고,
또 어느 날은 이 꿈에서 이제 그만 깨어나고 싶을 때도 있을 거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던 나의 시간은 결국 흐르고
꿈에서 진짜로 깨야할 때가 오면,
나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