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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빈 Oct 22. 2022

채소를 졸이던 풍경

해가 짧아졌다. 한동안 저녁 준비를 할 때 창문 너머의 풍경이 밝았는데, 묘한 기분에 밖을 내다보니 어둑어둑 지는 빛이 키위나무 잎사귀에 앉아있다. 날이 일찍 저물어간다.

한여름엔 주방에서 더운 요리를 하기 힘들었다. 제주 옛집이라 낮동안 지붕에 열기가 차올라 밤중에도 찜통이다. 간단히 국수를 삶으려 해도 금방 습기가 차고 숨이 턱 막혀오던 계절이었다.


며칠간 아침 저녁으로 건조하고 쌀쌀한 날들이 이어지더니 금세 추워졌다. 맨발로 주방에 가면 썰렁한 느낌에 발가락이 움츠러든다. 이럴 땐 뜨끈한 음식들이 절로 생각난다. 요리하며 주방에 훈기가 채워지기도 하고 몸도 녹일 수 있고.


가지, 감자, 마늘, 양파, 청양고추, 버섯을 기름에 굽다가 간장 소스에 졸였다. 소스에는 약간의 단맛을 위해 생강청을 넣었다. 갓 지은 밥에 올려 먹으니 채소만으로 따뜻하게 채워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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