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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빈 Dec 26. 2022

비건 요리 기록 - 십이월

*비건(Vegan) 요리? 육류, 유제품, 알류, 어패류 등 각종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요리


이번 달에는 버섯 요리를 많이 해 먹었다. 어릴 때는 밥상에 버섯 요리가 있으면 손이 잘 가지 않았다. 특유의 향과 물컹한 식감이 싫어서. 엄마는 '아직 아이 입맛이라 그래, 어른이 되면 맛있어진다.'고 얘기했다. 마트에서 버섯을 종류별로 사서 삶고 찌고 구워 먹어봤다. 전에는 몰랐던 맛을 느끼게 되니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건지 위안 삼아 본다.


비건 요리 재료를 구하는 일에 더 신중해진다. 초반에는 재료의 출처나 상품의 성분표를 보며 동물성 재료가 없기만 하면 구입했다. 그런데 동물성 재료가 없는 제품이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직결되지는 않더라. 식물성 재료도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주기도 하고, 재료가 내게 오기까지 많은 유통 경로를 거치며 불필요한 에너지나 자원을 소모하기도 한다. 십이월의 어느 날에는, 친환경을 노래하면서 로켓배송에 길들여지는 나를 보며 어불성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ㅣ크리스마스 케이크

두유와 박력분, 카놀라유, 소금, 설탕, 베이킹파우더, 베이킹 소다, 바닐라 엑기스, 레몬즙을 섞어 케이크 시트를 구웠다. 식물성 휘핑크림을 단단한 크림으로 만들고, 케이크 시트를 조그맣게 잘라 시트와 크림을 차곡차곡 쌓으면 대충 뿔 형태가 된다. 뿔 형태 주변으로 크림을 짜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꼭대기에는 체리를 올렸다. 휘핑크림의 성분에 팜핵경화유가 있는데, 채식 단체채팅방에 물어보니 팜유를 생산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태우는 과정에서 야생동물이 죽거나 서식지를 잃는 일이 생긴다고 한다. 애용하기엔 꺼려지는 재료가 되었다.


ㅣ양송이버섯 수프

양송이버섯과 양파를 채 썰어 올리브유에 볶다가 두유와 영양효모분말(뉴트리셔널 이스트)을 넣어 끓였다. 약간의 씹히는 식감을 위해 믹서에 조금만 갈았고 연두로 간했다. 4인분은 만든 줄 알았는데 버섯과 양파가 숨이 죽어서 아쉬운 2인분 정도로 양이 나왔다. 한 숟갈에 양송이버섯 하나 먹는 셈이다.


ㅣ표고버섯볶음

예전에 강가자님의 요리수업에서 배운 팁인데, 표고버섯은 며칠 동안 말렸다가 요리하면 식감이 더욱 쫄깃해진다. 표고버섯을 먹기 좋은 정도로 썰어 말리니 겉이 버석하고 눌러보면 탄성이 더 생긴다.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말린 표고버섯과 쪽파를 볶다가 간장과 생강청을 넣어 양념했다. 젓가락이 멈추질 않는 반찬이었다.


ㅣ표고버섯 톳밥

잘게 썬 표고버섯과 톳을 밥 지을 때 올렸다. 무밥은 무에서 수분이 많이 나와 밥물을 의식적으로 적게 잡아야 했지만, 표고버섯 톳밥은 평소 밥물 잡는 정도로 넣어도 괜찮았다. 쫑쫑 썬 쪽파에 간장, 레몬즙, 고춧가루를 섞어 양념을 만들고 밥에 올려 먹었다.


ㅣ사과 타르트

엄마가 맛난 사과를 한 박스 보내줘서 사과 타르트를 해봤다. 통밀가루와 두유로 타르트지를 만들고 사과를 잘게 썰어 조청, 레몬즙과 함께 끓이며 졸임을 만들었다. 타르트지는 너무 딱딱하게 되어 아쉬운 감이 있었다. 토핑으로 올린 사과졸임은 조청을 넣어서 그런지 토속적인 맛이 났는데 그런대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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